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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간의 ‘하루에 단 하나의 단축키’ 실험: 디지털 삶의 작은 마찰 자동화하기

MacOS 단축어와 TextExpander 같은 텍스트 확장 도구를 활용해, 하루에 하나씩 작은 자동화를 추가하며 디지털 마찰을 줄여가는 14일 실험 가이드.

14일간의 ‘하루에 단 하나의 단축키’ 실험: 디지털 삶의 작은 마찰 자동화하기

우리는 생산성의 도약이 보통 큰 변화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앱, 새로운 시스템, 새로운 루틴 같은 것들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매일 우리 에너지를 갉아먹는 건 작고 보이지 않는 마찰일 때가 훨씬 많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하면서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소한 디지털 작업들 말입니다.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그런 마찰은 똑같이 아주 작은 자동화로 조금씩 줄여갈 수 있습니다.

하루에 단 하나의 단축어. 14일 동안.

이 글에서는 **MacOS 단축어(Shortcuts)**와 TextExpander 같은 텍스트 확장 도구를 활용해, 기술 전문가가 아니어도 따라 할 수 있는 14일짜리 실험을 설계하고, 체계적으로 디지털 마찰을 줄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왜 ‘작은 자동화’가 생각보다 강력할까

당신도 아마 이런 일들을 반복하고 있을 겁니다.

  • 똑같은 문장을 계속 타이핑한다 (이메일 인사말, 클라이언트 응답, 집 주소 등)
  • 매일 아침 같은 메뉴를 클릭한다 (업무 도구 열기, 창 정렬, 회의 접속)
  • 비슷한 온라인 작업을 반복한다 (파일 저장, 문서 이름 바꾸기, 스크린샷 업로드)

각 작업은 몇 초밖에 안 걸릴 수 있지만, 이게 하루, 일주일, 1년 단위로 쌓이면 엄청난 시간과 집중력을 갉아먹습니다.

작은 자동화는 이 흐름을 완전히 바꿉니다. 거창하게 전체 워크플로를 재설계하는 대신, 이렇게 접근합니다.

  1. 짜증 나게 반복되는 행동 하나를 포착한다.
  2. 그 행동을 줄이거나 없애는 단축어(또는 스니펫)를 하나 만든다.
  3. 다음 날 또 하나 만든다.

이렇게 아주 작은 변화들이 복리처럼 누적되면서 큰 효과를 냅니다.


도구 소개: MacOS 단축어 + 텍스트 확장

MacOS 단축어: 일반인을 위한 시각적 자동화 도구

**MacOS 단축어(Shortcuts)**는 macOS와 iOS에 기본 내장된 애플의 자동화 도구입니다. 드래그 앤 드롭 방식의 시각적 인터페이스로 워크플로를 만들 수 있어서 코딩을 몰라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축어 안에서는 여러 개의 **액션(actions)**을 연결해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 앱 (Mail, Safari, 메모, 캘린더 등)
  • 시스템 기능 (Wi‑Fi, 방해 금지 모드, 스크린샷, 집중 모드 등)
  • 웹사이트 및 URL
  • 일부 온라인 서비스(API나 서드파티 연동)

단축어를 디지털 루틴을 위한 레고 블록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면 이런 블록들을 쌓을 수 있습니다.

  • 앱 열기 → 창 크기 조절 → 다른 디스플레이로 이동 → 볼륨 설정 → 타이머 시작
  • 현재 브라우저 URL 가져오기 → 메모 앱에 저장 → 태그 추가 → 탭 아카이브

완성한 단축어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실행할 수 있습니다.

  • 키보드 단축키
  • 메뉴 막대
  • Spotlight 검색
  • Dock 아이콘
  • Siri (Mac, iPhone, iPad 어디서나)

텍스트 확장: 짧은 스니펫으로 긴 문장 만들기

여기에 두 번째 도구를 더해 봅시다. 바로 **텍스트 확장(text expansion)**입니다.

TextExpander 같은 도구를 쓰면, 예를 들어 ;addr처럼 짧은 스니펫을 입력했을 때 자동으로 전체 주소처럼 긴 문장으로 펼쳐지게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활용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이메일 답장 (;ty → “메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은…”)
  • 고객 지원용 답변 문구
  • 회의 메모 템플릿
  • 이메일 서명
  • 자주 공유하는 링크 모음

단축어가 행동을 자동화한다면, 텍스트 확장은 글자와 문장을 자동화합니다. 이 둘을 함께 쓰면, 14일 실험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도구 세트가 됩니다.


1단계: 내 디지털 마찰 지도 그리기

자동화를 만들기 전에, 먼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하루 동안 아주 간단한 로그를 만들어 보세요. 아주 작은 짜증이 스쳤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지금 한 일을, 내가 예전에 적어도 10번은 똑같이 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메모해 두세요. 예를 들어:

  • “같은 프로젝트 파일을 찾으려고 계속 폴더를 뒤진다.”
  • “초대 메일을 보낼 때마다 내 Zoom 개인 회의실 URL을 직접 넣는다.”
  • “스크린샷 이름을 매번 손으로 바꾼다.”
  • “텍스트를 복사 → 메모 열기 → 붙여넣기 → 태그 추가를 항상 반복한다.”

‘이 정도는 별거 아닌데?’ 하고 판단하지 마세요. 자주 반복된다면 자동화 후보입니다.


2단계: ‘다이내믹 페르소나’를 빌려 내 작업 패턴 묶기

업무 환경 설계 분야에는 **다이내믹 페르소나(dynamic persona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직무명으로 사람을 묶는 대신, 다음과 같은 공통된 디지털 행동 패턴으로 묶는 방식입니다.

  • 어떤 도구를 어떻게 쓰는지
  • 협업 빈도와 방식
  • 모바일 위주인지, 데스크톱 위주인지 등

이 개념을 그대로 나에게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만든 ‘마찰 리스트’를 보고, 작업들을 다음처럼 행동 그룹으로 묶어 보세요.

  •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 이메일, 메신저, 일정 잡기, 응답하기
  • 리서처(Researcher) – 읽기, 클리핑, 저장, 주석 달기
  • 코디네이터(Coordinator) – 파일 정리, 이름 변경, 태그, 아카이빙
  • 크리에이터(Creator) – 문서 작성, 콘텐츠 쓰기, 슬라이드 준비

이것이 나만의 개인 다이내믹 페르소나가 됩니다. 14일 동안 이 서로 다른 ‘나의 모드’를 돕는 단축어들을 만들어 갈 겁니다. 예를 들면:

  • 오늘이 주로 커뮤니케이터 모드라면, 이메일·메시지 관련 단축어에 집중합니다.
  • 크리에이터 모드인 날에는, 글쓰기와 콘텐츠 제작 도구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렇게 하면 실험에 구조가 생기고, 내가 실제로 일하는 방식에 단축어가 더 잘 맞게 됩니다.


3단계: 14일 ‘하루에 한 단축어’ 계획 세우기

아래는 그대로 따라 하거나, 본인 스타일에 맞게 수정해 쓸 수 있는 예시 로드맵입니다. 핵심은 하루에 딱 하나만 만드는 것입니다.

1~3일차: 커뮤니케이션 마찰 줄이기

1일차 – 이메일 시작 템플릿 (TextExpander)
다음에 대한 스니펫을 만듭니다.

  • 자주 쓰는 인사 + 맥락 문장
  • 바쁠 때 정중히 거절하는 답장
  • 미팅 후 팔로업 메일 템플릿

2일차 – ‘나에게 이메일 보내기 시작’ 단축어 (Shortcuts)
이 단축어는 다음을 수행합니다.

  • 이메일 앱 열기
  • 나 자신에게 보내는 새 메일 작성 시작
  • 제목에 “Inbox dump” 같은 문구 미리 입력

어디서든 떠오른 생각이나 할 일을 빠르게 수집하는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3일차 – ‘일일 체크인’ 스니펫 + 리마인더
TextExpander로 다음 구조의 일일 요약 템플릿을 만듭니다.

  • 오늘 한 일
  • 나를 막은 것들
  • 다음에 할 일

메모 앱이나 이메일에서 이 스니펫을 호출해, 하루를 정리하는 루틴을 만듭니다.

4~6일차: 리서치 & 읽기 마찰 줄이기

4일차 – ‘나중에 읽기용으로 기사 저장’ 단축어
브라우저에서 실행했을 때:

  • 현재 탭의 URL을 가져와서
  • 메모 앱이나 read-later 앱에 저장하고
  • “to read” 같은 태그를 붙입니다.

5일차 – 인용 + 출처 스니펫
TextExpander 스니펫에 다음 형식을 만들어 둡니다.

“인용:
출처:
날짜:”

웹이나 PDF에서 인용할 때 이 스니펫을 불러와, 인용문은 붙여넣고 나머지 필드만 채우면 됩니다. 매번 구조를 새로 적지 않아도 되니 훨씬 빨라집니다.

6일차 – ‘리서치 세션’ 집중 모드 단축어
이 Shortcuts 워크플로는 다음을 수행합니다.

  • 특정 집중 모드(Focus) 켜기
  • 필요한 리서치 탭들을 미리 연 상태로 브라우저 실행
  • 메모 앱(또는 리서치 노트 앱) 열기

클릭 한 번으로 ‘리서치 모드’에 진입할 수 있게 만드는 단축어입니다.

7~9일차: 정리 & 파일 관리 마찰 줄이기

7일차 – ‘스크린샷 정리’ 단축어
이 단축어는:

  • 바탕화면에 흩어진 스크린샷 파일을 Screenshots 폴더로 모두 이동시키고
  • 선택적으로 파일명에 날짜 + 프로젝트명을 붙여 재명명합니다.

8일차 – ‘프로젝트 폴더 초기 세팅’ 단축어
프로젝트 이름을 입력받은 뒤:

  • 해당 이름의 상위 폴더를 만들고
  • 그 안에 Notes, Assets, Exports 같은 하위 폴더를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9일차 – 자주 쓰는 파일 경로 스니펫
자주 참조하는 경로를 TextExpander 스니펫으로 만듭니다. 예를 들면:

  • ;proj/Users/you/Documents/Client-Projects/

이렇게 해 두면, 터미널이나 문서, 메일에서 위치를 설명할 때 훨씬 빨라집니다.

10~12일차: 글쓰기 & 제작 마찰 줄이기

10일차 – ‘새 블로그 초안’ 단축어
이 단축어는:

  • 선호하는 글쓰기 앱을 열고
  • 오늘 날짜와 blog- 같은 접두어가 포함된 새 파일을 자동 생성합니다.

11일차 – 글쓰기용 상용구 스니펫
TextExpander로 다음과 같은 스니펫을 만듭니다.

  • 자주 쓰는 글 도입부
  • 콜 투 액션(CTA) 문구
  • 법적 고지, 푸터, 각주 등 고정 문구

12일차 – ‘글쓰기 집중 모드’ 단축어
이 Shortcuts 워크플로는:

  • 글쓰기용 집중 모드를 켜고
  • 방해가 되는 앱을 종료한 뒤
  • 글쓰기 앱과 참고용 리서치 문서를 엽니다.

13~14일차: 개인 QOL(삶의 질) 마찰 줄이기

13일차 – ‘하루 종료 셧다운’ 단축어
이 단축어는:

  • 업무용 앱을 모두 닫고
  • 내일 할 일 목록을 열며
  • 짧은 하루 회고 메모 작성을 시작합니다.

14일차 – ‘원탭 회의 준비’ 단축어
이 Shortcuts 워크플로는:

  • 캘린더를 열어 다음 Zoom/Teams 미팅에 바로 접속하고
  • 필요하다면 볼륨이나 마이크 설정을 자동 조정합니다.

4단계: ‘마찰 없는 실험’으로 유지 동력 만들기

이 14일 실험을 끝까지 이어가려면, 다음 네 가지만 기억하세요.

  • 하루 5~10분 안에 끝내기. 과하게 복잡하게 만들지 마세요.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 이름을 직관적으로 짓기. 동사를 써서 글쓰기 모드 시작, 나중에 읽기 저장, 스크린샷 정리처럼 만듭니다.
  • 만들자마자 바로 테스트하기. 새로운 단축어를 만든 뒤 즉시 실행해 보고, 어색한 단계는 바로 다듬습니다.
  • 매일 실제로 사용하기. 가치가 큰 단축어일수록 메뉴 막대, Dock, 혹은 기억하기 쉬운 키보드 단축키에 배치합니다.

목표는 ‘완벽한 자동화’가 아닙니다. 반복되는 수고, 클릭, 타이핑, 사소한 결정을 눈에 띄게 줄이는 것입니다.


14일 후에 달라지는 것들

정말로 하루에 단축어(또는 스니펫) 하나씩만 만들어도, 아마 이런 변화들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 컨텍스트 전환 감소 – 작업을 시작하거나 전환할 때, 여러 번 클릭하는 대신 한 번의 액션이면 충분해집니다.
  • 글쓰기 속도 향상 – 텍스트 확장이 이메일과 문서에서 매번 몇 초씩 조용히 줄여 줍니다.
  • 더 깔끔한 디지털 환경 – 책상 위 대신, 바탕화면과 폴더가 덜 어지럽습니다.
  • 더 넉넉한 정신적 여유 –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자잘한 선택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생깁니다. 바로 **자동화 마인드셋(automation mindset)**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이렇게 묻게 됩니다. “이걸 진짜 매번 손으로 해야 할까?” 그리고 꽤 많은 경우에 그 답은 “그럴 필요 없다”가 될 겁니다.


마무리: 작은 마찰이 줄어들면, 레버리지는 커진다

풀타임 ‘생산성 해커’가 되지 않아도 자동화의 이점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하루에 단축어 하나씩 만드는 14일짜리 간단한 실험만으로도 다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내 디지털 삶에서 진짜 마찰이 어디에 있는지 드러나게 하고
  • MacOS 단축어가 일상의 행동들을 어떻게 연결·자동화할 수 있는지 체감하게 해 주며
  • TextExpander 같은 텍스트 확장 도구가 글쓰기 속도를 얼마나 올려주는지 보여주고
  • 내 ‘다이내믹 페르소나’에 맞춘, 개인화된 워크플로 세트를 만들어 줍니다.

지금 당장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그저, 일하는 자신을 지켜보며 딱 한 가지 거슬리는 행동을 고르세요. 그리고 내일, 그것을 단축어 혹은 스니펫으로 바꿔 보세요.

2주가 지나면, 새 기기를 사지 않았는데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훨씬 더 협조적으로 느껴질 겁니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기계를 바꾼 게 아니라, 이미 가진 도구들이 ‘당신처럼’ 일하도록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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