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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화물 부두: 종이 상자 벽으로 숨겨진 신뢰성 부채를 내려놓기

‘화물 부두와 종이 상자’라는 단순한 메타포와 실제 종이 카드 벽을 활용해, 팀이 숨겨진 신뢰성 부채를 드러내고 SAFe/팀 칸반 백로그를 정리하며, 딜리버리를 침몰시키기 전에 위험을 우선순위화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화물 부두: 종이 상자 벽으로 숨겨진 신뢰성 부채를 내려놓기

현대 소프트웨어 팀은 흔히 베로시티(velocity), 기능(features), 로드맵(roadmap)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그 뒤에 조용히 쌓여가는 숨은 신뢰성 부채에 대해서는 훨씬 덜 이야기합니다. 소리 내어 외치지 않는 일들 말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만 실패하는 플래키 잡, 아무도 건드리려 하지 않는 깨지기 쉬운 연동, ‘임시’로 넣었다가 어느새 영구 솔루션이 되어버린 워크어라운드 같은 것들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이게 만들려면, 잠시 화면에서 눈을 떼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당신 팀의 백로그를 하나의 **화물 부두(cargo dock)**라고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모든 스토리, 결함, 리팩터링, 유지보수 작업을 부두에서 내려야 하는 **상자(crate)**라고 생각해 보세요. 어떤 상자들은 라벨이 잘 붙어 있고 옮기기 쉽습니다. 어떤 상자들은 라벨도 없이 구석으로 밀려나, 통로를 막고 위험한 내용물을 숨기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종이 상자가 쌓인 화물 부두”**라는 메타포, 그리고 실제 아날로그 벽을 활용해 숨은 신뢰성 부채를 드러내고, SAFe / 팀 칸반 방식과 정렬시키며, 단순한 FMEA 스타일 사고로 일을 우선순위화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화물 부두: 물리적 공간으로 바라본 백로그

분주한 화물 부두를 떠올려 봅시다.

  • 부두는 팀의 백로그와 워크플로우입니다.
  • 각 **상자(crate)**는 하나의 작업 단위입니다. 스토리, 결함(defect), 리팩터링, 기술 부채, 유지보수, 실험 등.
  • 지게차와 작업자는 팀의 **용량(capacity)**입니다.
  • 부두 뒤의 창고프로덕션—실제 고객이 사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운영이 잘 되는 부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라벨이 잘 붙은 상자들
  • 안전하고 한눈에 보이는 적재 상태
  • 통제된 하역(내리기) 흐름
  • 무엇을 우선 처리할지에 대한 규칙

당신의 백로그도 똑같이 작동해야 합니다. 하지만 많은 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부두가 천천히 혼돈 상태로 변해 갑니다.


숨겨진 신뢰성 부채: 부두 위의 위험한 상자들

모든 상자가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상자는 단순한 기능 개발 작업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는 실패 모드를 숨기고 있는 상자들이 섞여 있습니다.

  • 잘못 건드리면 한 지역 전체의 인증을 중단시킬 수도 있는, “작은” 설정 변경 스토리
  • 건너뛰면 언젠가 치명적인 스토리지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사소해 보이는 DB 정리 작업
  • 한 달에 한 번꼴로 프로덕션 인시던트를 유발해 온콜 시간을 태우는, “낮은 우선순위” 버그

이것이 바로 **숨겨진 신뢰성 부채(hidden reliability debt)**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작업 항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숨기고 있습니다.

  • 심각한 인시던트 가능성
  • 운영 측면의 취약함(operational fragility)
  • 장기적인 유지보수 리스크

디지털 도구에서는 이런 위험이 태그, 서브태스크, 아무도 읽지 않는 코멘트 속에 파묻히기 쉽습니다. 붐비는 가상 칸반 보드에서는 위험한 항목도 다른 항목들과 똑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물리적인 화물 부두에서는, 폭발할 수도 있는 상자에 표시를 하고, 따로 떼어 보관하며, 의도적으로 다룹니다.


SAFe / 팀 칸반: 라벨이 잘 붙은 상자 더미 유지하기

SAFe와 팀 칸반(Team Kanban) 실천법은, 의지만 있다면 이 부두를 정돈된 상태로 유지하게 해 주는 개념적 도구를 제공합니다.

팀 백로그 = 적절히 쌓인 상자 더미

**잘 관리된 팀 백로그(Team Backlog)**는 잘 정리된 상자 줄과 비슷합니다.

  • 정제됨(Refined): 각 상자는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을 만큼은 열려 있습니다. 수용 기준, 의존성, 위험 등이 드러나 있어야 합니다.
  • 크기 조절(Sized): 상자는 한 번에 옮길 수 있을 만큼 작으며, 프로세스를 깨뜨리거나 팀을 과부하시키지 않습니다.
  • 라벨 부착(Labeled): 에픽, 스토리, 결함, 이네이블러(Enabler, 신뢰성 작업 포함)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팀 칸반 관점에서 보면, Ready, In Progress, Review, Done 같은 플로우 레인(flow lane)은 부두 바닥에 그려진 선과 같습니다. 카트끼리 충돌하지 않도록 동선을 나눠 주는 표시입니다.

이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관리되지 않은 기술 부채와 결함들이 다음과 같이 쌓여 갑니다.

  • 라벨 없는 상자: 설명이 모호하고, 담당자가 불분명하며, 영향도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작업들
  • 엉뚱한 자리에 놓인 상자: 정말 중요한 결함 티켓이 “있으면 좋음(Nice to Have)” 컬럼에 숨어 있는 상황
  • 버려진 상자: 오래된 스토리나, 한 번 보고 잊어버린 알려진 이슈들. 누구도 제대로 트리아지하거나 폐기하지 않음

시간이 지나면 부두는 막힙니다. 새로운 기능 상자를 내리기 위한 명확한 동선이 없어집니다. 무언가를 옮기려면, 먼저 예전 상자들을 이리저리 밀어내야 합니다. 이때 딜리버리 속도가 느려지는 이유는 팀이 갑자기 무능해져서가 아니라, 부두가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어 움직일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종이 상자 벽 만들기: 아날로그 시각 관리 도구

이런 혼잡과 숨겨진 부채를 드러내는 한 가지 방법은, 잠시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종이 상자 벽(Wall of Paper Crates)**을 만들어 보세요.

  1. 큰 벽이나 보드를 하나 정합니다. 이곳이 당신의 화물 부두입니다.
  2. 각 작업 항목을 종이 ‘상자’로 표현합니다. 인덱스 카드나 포스트잇을 사용합니다.
  3. 각 상자에 최소한 다음 정보를 적습니다.
    • ID / 디지털 티켓 링크
    • 타입: Feature, Defect, Tech Debt, Refactor, Maintenance, Experiment
    • 짧고 쉬운 자연어 설명
  4. 간단한 위험 표시를 추가합니다(아래에서 설명).
  5. 상자를 상태나 주제별로 배열합니다.
    • 워크플로우 상태별 컬럼: Backlog, Ready, In Progress, Blocked, Done 또는
    • 테마별 존(Zone): Reliability, Experience, Compliance, Performance, Platform

목표는 디지털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표는 팀 전체(그리고 이해관계자)가 한눈에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유된 물리적 작업 지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신뢰성 관련 작업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선임 리더가 찾아와 “우리 팀을 진짜로 느리게 만드는 게 뭐죠?”라고 물을 때, 부두를 가득 메우고 있는 신뢰성 상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FMEA 관점: 모든 상자를 잠재적 실패 모드로 보기

어떤 상자를 먼저 내려야 할지 정하려면, **FMEA(Failure Modes and Effects Analysis, 고장 유형 및 영향 분석)**의 아이디어를 빌려오면 좋습니다.

각 상자를 하나의 잠재적 *실패 모드(failure mode)*로 간주하고,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져 보세요.

  1. 심각도(Severity) – 이걸 그대로 방치하면, 영향이 얼마나 심각할까?
  2. 발생 가능도(Occurrence) – 실제로 얼마나 자주 우리를 물어뜯을 가능성이 있을까?
  3. 검출 가능도(Detectability) – 문제가 생기기 전에 눈치챌 수 있을까, 아니면 완전히 불시에 맞게 될까?

처음부터 숫자 점수까지 매길 필요는 없습니다. 가볍고 시각적인 방식으로 시작하세요.

  • 심각도(Severity):

    • 빨간 점 = 높음(High): 장애, 데이터 손실, 안전/중대한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 주황 점 = 중간(Medium): 성능 저하, 반복되는 고객 불편, 매출 위험
    • 노란 점 = 낮음(Low): 영향이 작고, 우회가 쉬운 문제
  • 발생 가능도(Occurrence):

    • 이미 인시던트나 반복 알림을 경험한 경우: 카드에 굵은 밑줄
    • 의심은 되지만 아직 관찰되지는 않은 경우: 점선 밑줄
  • 검출 가능도(Detectability):

    • 사전에 알람이나 명확한 징후를 볼 가능성이 크면: “!” 아이콘
    • 조용히 실패하거나, 잡기 어려운 유형이면: “?” 아이콘

이렇게 표시하면 부두 위에는 빨간 점 + 밑줄 + 물음표가 붙은 상자들이 군집을 이루는 지점이 생깁니다. 이것이 바로 조용하지만, 영향이 크고, 발견하기 어려운 실패 모드들입니다.

이 상자들이 바로 하역 대기열의 가장 앞줄로 가야 하는 것들입니다.

이 벽을 다음과 같이 활용해 보세요.

  • 백로그 정제(Backlog refinement): 매 세션마다 신뢰성 관련 상자 5–10개를 골라 Severity / Occurrence / Detectability를 빠르게 표기합니다. 내용이 모호해 “미스터리 상자”처럼 느껴지는 카드는 다시 써서 명확히 합니다.
  • 이터레이션 계획 / 팀 칸반 보충(replenishment): 고위험 상자를 위해 명시적인 용량을 확보합니다. 예: “이번 주 WIP의 최소 30%는 위험 감소 / 신뢰성 작업에 쓴다.”

지하 네트워크 드러내기: 그림자 작업에서 열린 부두로

많은 조직에서 신뢰성 관련 작업은 일종의 **“지하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 엔지니어들이 프로세스 마찰을 피하려고, 중요한 결함을 공식 프로세스 밖에서 조용히 고칩니다.
  • 온콜 팀은 다른 누구도 모르는 개인용 런북과 스크립트를 유지합니다.
  • 워크어라운드는 백로그가 아니라 슬랙 스레드나 구전 지식에만 존재합니다.

이는 마치 창고로 통하는 비밀 터널이 있어서, 위험한 상자들이 정식 운송장 없이 이리저리 옮겨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 순간에는 더 빨라 보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만듭니다.

  • 리더십과 프로덕트가 실제 위험 수준을 보지 못하게 함
  • 공유 학습(shared learning)이 일어나지 않음
  • 공식 백로그는 “깨끗한 척”하지만, 시스템은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썩어감

종이 상자 벽은 이런 지하 네트워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선언입니다.

팀이 이렇게 말하는 셈입니다.

“신뢰성, 가용성, 운영 가능성, 안전성에 영향을 주는 일이라면, 반드시 부두에 상자로 올린다.”

이렇게 항목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 프로덕트는 신규 기능과 신뢰성 작업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를 눈으로 확인합니다.
  • 리더십은 딜리버리를 제한하고 있는 숨은 부채의 규모를 이해합니다.
  • 팀은 “이 상자를 더 이상 구석에 방치하기에는 너무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정당성을 얻습니다.

지하에서 몰래 움직이던 작업이, 다른 일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우선순위화되는 가시적인 대기열로 전환됩니다.


아날로그 화물 부두를 시작하는 실질적인 단계

이 모든 것을 대규모 변화 프로그램 없이, 몇 번의 이터레이션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1. 숨겨진 상자 목록 만들기

    • 엔지니어, SRE, 온콜 담당자에게 물어보세요.
      “보드에는 없지만, 밤에 잠 못 들게 만드는 신뢰성 리스크 한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 각 답변마다 상자를 하나씩 만듭니다.
  2. 벽 만들기

    • 작업 항목당 카드 1장.
    • 타입, 담당자, 가장 단순한 형태의 설명을 적습니다.
  3. 위험 표시 추가하기

    • 긴 토론 대신 색깔 점과 심볼을 사용합니다.
    • 완벽한 분석이 아니라, 대략적 합의에 목표를 둡니다.
  4. 각 상자를 디지털 도구와 연결하기

    • 티켓 ID를 적고, 어떤 작업도 벽에만 존재하지 않도록 합니다.
    • 이 벽은 기존 도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렌즈입니다.
  5. 기존 세리머니에 통합하기

    • 데일리 스탠드업 5–10분 동안 벽을 훑어보며, 위험도가 바뀐 상자가 있는지 묻습니다.
    • 백로그 정제 시간에는 위험 상자가 모여 있는 클러스터를 골라 내용을 명확히 합니다.
    • 이터레이션 계획 / 칸반 보충 시, 이번 이터레이션에 내려야 할 신뢰성 상자를 명시적으로 선택합니다.
  6. 인시던트 관점으로 효과 측정하기

    • “우리가 내려놓은 상자들과 관련된 인시던트 / 페이징 / 온콜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추적합니다.
    • 이 스토리들을, 지속적인 투자 필요성을 설득하는 근거로 사용합니다.

결론: 부두를 깨끗이, 시스템을 안전하게

신뢰성 부채는 로드맵 슬라이드에서 자기 존재를 크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카드들, 사소해 보이는 티켓들, 문서화되지 않은 런북 안에 숨어 있다가, 인시던트, 페이징 폭주, 고객 신뢰 상실로 폭발합니다.

백로그를 화물 부두로, 작업 항목을 손으로 만지고, 라벨을 붙이고,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종이 상자로 취급하면, 다음을 이룰 수 있습니다.

  • 디지털 보드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숨은 신뢰성 리스크를 드러냅니다.
  • 명확하고 시각적으로 관리되는 팀 백로그를 통해 SAFe / 팀 칸반과 자연스럽게 정렬됩니다.
  • 가벼운 FMEA 사고를 적용해, 가장 위험한 상자부터 먼저 처리합니다.
  • 지하에서 몰래 진행되던 신뢰성 작업을, 공개적이고 가시적인 공동 책임 영역으로 전환합니다.

새로운 툴이나 프레임워크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것은 벽과 종이, 그리고 “이 상자 안에는 진짜로 뭐가 들어 있지?”라고 묻는 용기입니다.

부두를 깨끗이 유지하고, 상자에 라벨을 붙이고, 위험을 보이게 만드세요. 앞으로의 인시던트 리뷰, 그리고 당신의 고객들이 그 차이를 체감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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