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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태양계 선반: 팀의 일상 업무 주위를 도는 실패의 종이 행성들

팀에서 겪은 인시던트를 종이 행성으로 만든 ‘태양계 선반’으로 구현해, 실패를 눈앞에 보이게 만들고 매일 이야기하며 학습과 회복탄력성의 연료로 삼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태양계 선반: 팀의 일상 업무 주위를 도는 실패의 종이 행성들

디지털 인시던트 도구는 강력하지만, 동시에 무시하기도 아주 쉽습니다.

대시보드는 아무도 열지 않는 브라우저 탭 속에 있고, 포스트모템 문서는 폴더 깊숙이 묻혀 있습니다. 메트릭은 배경 소음처럼 흐려집니다. 그 사이에, 같은 유형의 실패가 다시 조용히 나타납니다. 눈에 보이지 않고, 머릿속에서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약 팀의 인시던트가 Confluence나 상태 페이지 속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니라, 여러분 책상 바로 옆에 걸려 있다면 어떨까요? 마치 여러분이 매일 그 안에서 일하는 작은 은하처럼, 계속 움직이고 있다면?

이게 바로 **“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태양계 선반(Analog Incident Story Solar System Shelf)”**의 아이디어입니다. 팀의 인시던트 히스토리를, 실제로 그 주변에서 일하게 되는 궤도를 도는 종이 행성들로 바꾸는 물리적·시각적 설치물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를 어떻게 만들지, 각 “행성”에 무엇을 담을지, 그리고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실제 학습 도구로 어떻게 활용할지 알아봅니다.


왜 인시던트를 아날로그로 끌고 나와야 할까?

인시던트는 복잡하고, 사람과 맥락이 얽혀 있으며, 이야기 그 자체입니다. 단순히 대시보드 속 숫자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고, 사용자 경험을 흔들고, 팀의 사고방식을 재구성한 사건들입니다.

이럴 때 작고 손에 잡히는 메타포, 예를 들어 “실패의 작은 태양계” 같은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잘 작동합니다.

  • 사무실/작업 공간에서 항상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 “저 빨간 행성은 뭐지?” 같은 호기심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끌어내기 때문입니다.
  • 실패를 숨겨야 할 수치가 아니라 풍경의 일부로, 자연스러운 존재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 추상적인 리스크와 회복탄력성을 구체적이고, 모두가 공유하는 대상으로 바꾸기 때문입니다.

인시던트를 디지털 도구에서 꺼내 벽, 선반, 혹은 모빌 위로 가져오면, 팀이 겪어 온 일과 배운 것들에 대한 살아 있는 기억 장치가 생깁니다.


1단계: 태양계 선반을 만든다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두꺼운 종이, 마커, 테이프, 그리고 약간의 상상력이면 충분합니다.

물리적 형태를 먼저 정하세요. 예를 들면:

  • 벽에 설치한 플로팅 선반 위에 동심원을 그려 여러 개의 “궤도”를 만드는 방식
  • 중앙에 “태양”을 그리고 주변에 링을 그린 핀보드나 화이트보드
  • 종이 행성을 실에 매달아 만드는 모빌(hanging mobile)

가운데에는 팀의 현재 핵심 시스템이나 제품을 상징하는 **“태양”**을 둡니다. 지금까지 일어났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그 주위를 돕니다.

그다음, 행성이 놓일 수 있는 **궤도(orbit)**를 표시합니다. 링이나 높이 차이로 표현해도 좋습니다. 이 거리에는 나중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2단계: 인시던트를 행성으로 만든다

과거의 각 인시던트는 하나의 행성이 됩니다.

색색의 종이나 두꺼운 종이(골판지 등)로 원을 잘라 행성을 만듭니다. 각 행성은 다음과 같아야 합니다.

  • 이름이 있고 (짧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
  • 핵심 정보가 적혀 있으며
  • 중요도에 따라 크기나 스타일이 구분됩니다.

각 행성의 앞면에는 다음을 적습니다.

  • 이름(Name): 사람이 읽기 쉬운 제목
    예: 화요일 타임아웃 사건, 대규모 캐시 붕괴 사건
  • 무엇이 실패했는지(What Failed): 어떤 컴포넌트나 동작이 문제였는지 짧게
  • 영향(Impact): 누구/무엇이 영향을 받았는지 (사용자, 내부 팀, 매출, 평판 등)
  • 기여 요인(Contributing Factors): 인시던트에 기여한 주요 조건 몇 가지를 불릿으로
  • 복구 경로(Recovery Path): 어떻게 탐지했고, 어떻게 완화·복구했는지 요약

행성의 색깔로 인시던트 유형을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 빨강(Red): 사용자에게 직접 보이는 장애/다운타임
  • 파랑(Blue): 성능, 레이턴시 문제
  • 초록(Green): 데이터 무결성, 일관성 문제
  • 노랑(Yellow): 보안, 접근 권한 관련 인시던트

이제 인시던트는 단순한 티켓 ID가 아니라, 눈에 보이고 이야기를 품은 객체가 됩니다.


3단계: 궤도로 심각도, 빈도, 혹은 ‘가까움’을 표현한다

태양계 메타포의 핵심은 바로 거리입니다.

행성을 어느 궤도에 배치할지에 따라, 팀에 중요한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한눈에 이해되도록, “거리(궤도)”에 부여할 1차 의미를 하나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옵션 A: 궤도 = 심각도(Severity)

  • 내부 궤도: 사용자나 비즈니스에 큰 영향을 준 고심각도 인시던트
  • 중간 궤도: 서비스의 일부 기능 저하 수준의 중간 심각도
  • 외부 궤도: 영향 범위가 작았던 저심각도 이슈

옵션 B: 궤도 = 발생 빈도 / 반복성(Frequency / Recurrence)

  • 내부 궤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현재도 약점으로 남아 있는 패턴
  • 외부 궤도: 드물게 혹은 한 번만 발생한 사건

옵션 C: 궤도 = 현재 작업과의 관련도(Proximity to Current Work)

  • 내부 궤도: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마이그레이션, 트래픽 핫패스와 밀접하게 연결된 리스크/인시던트
  • 외부 궤도: 비교적 오래됐거나, 현재 로드맵과는 거리가 있는 인시던트

복수의 신호를 조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 태양과의 거리 = 현재 작업과의 관련도
  • 행성의 크기 = 영향도나 심각도

이렇게 되면 태양계 선반은 팀이 매일 보는 시각적인 리스크 지도가 됩니다.


4단계: 박물관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태양계 선반은 시스템과 작업이 바뀌면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하나의 살아 있는 생태계처럼 다루세요.

  • 인시던트 리뷰가 끝날 때마다 새로운 행성을 추가합니다.
  • 리스크가 현재 프로젝트와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면 행성의 궤도를 옮깁니다.
  • 패턴이 해결됐거나 시스템이 폐기되면, 해당 행성을 ‘은퇴’ 혹은 아카이브합니다.

이걸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작은 의식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 월간 궤도 점검(Monthly Orbit Review):
    한 달에 한 번, 15분 정도 시간을 내서 행성들을 조금씩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옮깁니다.
    • 최근에 이 리스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나요? → 안쪽으로 옮기기
    • 구조적인 개선을 배포했나요? → 바깥쪽으로 밀어내기
  • 패턴 은퇴(Pattern Retirement):
    반복적으로 발생하던 패턴이, 예를 들어 6–12개월 동안 재발하지 않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키텍처 변경이나 프로세스 개선까지 완료됐다면, 의식적으로 그 행성을 “외곽 아카이브 링(outer archive ring)” 또는 Extinct Stars(멸종한 별들) 같은 별도 영역으로 옮깁니다.

이 작은 움직임들은 팀이 **리스크를 ‘정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하는 것’**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학습 역시 동적인 과정임을 상기시킵니다.


5단계: 대화를 태양계 속으로 끌어들인다

태양계 선반은 단지 예쁜 장식이 아니라, 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이미 하고 있는 팀의 의식(ritual)에 이를 녹여보세요.

스탠드업(Standup):

  • “이번 주 우리가 하는 일과 가장 가까운 행성은 어떤 것 같아요?”라고 물어보세요.
  • 위험도가 높은 변경 사항을 이야기할 때, 관련된 인시던트 행성을 1–2개 짚어 보며 연결해 봅니다.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

  • 회고를 시작하면서, “이번 스프린트에 했던 일 중, 이 안쪽 궤도 행성들과 거리가 가까워진 게 있을까?”를 함께 훑어봅니다.
  • 행성을 이야기의 앵커로 삼습니다.
    예: “이번에 거의 대규모 캐시 붕괴 사건을 다시 만들 뻔했어요. 왜 그런 일이 벌어질 뻔했죠?”

인시던트 리뷰 / 포스트모템(Incident Reviews / Postmortems):

  • 인시던트 리뷰의 마지막 스텝을 **“행성 만들기”**로 정합니다.
  • 인시던트 리드가,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 설명하면서 직접 해당 행성을 어느 궤도에 둘지 정하고, 그 자리에 붙입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태양계 선반 앞에 서서 이야기하게 되면, 인시던트 논의는 추상적인 슬라이드에서 벗어나 공유된 물리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6단계: 이야기와 데이터를 함께 쓴다

이야기만 있으면 인시던트는 기억에 잘 남습니다. 반대로, 숫자만 있으면 패턴을 찾기는 쉽지만 맥락이 잘 안 보입니다. 둘 다 필요합니다.

각 행성에는 **질적 서사(qualitative narrative)**와 함께, 몇 개의 **단순한 정량 지표(quantitative markers)**를 같이 적어 둡니다.

질적 정보(Qualitative):

  • 1–2문장으로 요약한 “무슨 일이 있었는지”
  • 팀을 놀라게 했던 점
  • 그 사건에서 나온 핵심 교훈이나 “디자인 원칙” 하나

정량 정보(Quantitative, 작은 아이콘·숫자·약어 등):

  • TTD(Time To Detect, 탐지까지 걸린 시간) – 예: TTD: 45분
  • TTR(Time To Restore, 복구까지 걸린 시간) – 예: TTR: 3시간 20분
  • Blast Radius(피해 범위) – 영향을 받은 사용자 수, 혹은 영향 받은 서비스 개수 등

작은 심볼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 ⏱ : 시간 관련 지표 옆에
  • 🌐 : 사용자 영향 범위(지역, 사용자 수 등)
  • 🧩 : 관련된 컴포넌트 개수(복잡도)

메트릭은 간단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적어야 팀이 다음과 같은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안쪽 궤도에 있는 행성들은 전부 TTD가 길다 → 탐지가 약한 구간이 있다.”
  • “복구는 빨리 하지만, Blast Radius가 크다 → 격리(isolation)를 더 잘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태양계 선반은 브라우저 탭을 열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가벼운 비주얼 분석 보드가 됩니다.


7단계: 심리적 안전감과 회복탄력성을 위해 디자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태양계를 실패를 ‘정상적인 것’으로 느끼게 만드는 장치로 설계하는 것이지, 책임 추궁 도구로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몇 가지 원칙을 제안합니다.

  • 개인 이름을 적지 않는다.
    행성은 특정 사람을 탓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스템, 프로세스, 조건을 이야기하는 도구입니다.
  • 비난보다 학습을 강조한다.
    모든 행성에는 “우리가 바꾼 것(What we changed)” 혹은 “핵심 교훈(Key lesson)”이 반드시 포함되게 하세요.
  • 개선을 축하한다.
    행성이 바깥쪽으로 이동하거나, 아카이브 영역으로 옮겨질 때마다 작게라도 이를 기념하세요.

원한다면 각 행성 주위에 **“회복탄력성 위성(resilience satellites)”**을 종이 작은 달 모양으로 붙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 새로 추가한 알람(Alerts)
  • 새로 만든 런북(Runbook)
  • 아키텍처 변경 사항
  • 시스템을 더 견고하게 만든 실험들

이렇게 하면 인시던트가 숨기고 싶은 실패가 아니라, 개선의 입력값이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강하게 줄 수 있습니다.


마무리: 모두 합쳐 보면

“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태양계 선반”을 만들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눈에 보이지 않던 리스크를 구체적이고 모두가 공유하는 맥락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과거의 실패를 복잡한 프로세스 없이도, 팀의 일상 속에 다시 불러올 수 있습니다.
  • 데이터에 기반한 스토리텔링을 장려하게 됩니다. (숫자만도, 에피소드만도 아닌 조합)
  • 인시던트에 대한 대화를 엔지니어링의 일상적인 일부로 만들고, 예외적인 사건이 아닌 당연한 업무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완벽한 미적 완성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조금 삐뚤빼뚤한 골판지 태양계가 오히려 더 좋을 때가 많습니다. 그 편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누구나 손대고 기여할 수 있는 느낌을 주니까요.

정말 중요한 건, 팀이 노트북에서 눈을 들어 선반을 바라보았을 때, 다음 세 가지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 어디를 지나왔는지 (과거 실패의 행성들)
  • 무엇을 배웠는지 (행성 위의 교훈과, 옆을 도는 회복탄력성의 작은 위성들)
  • 지금 하는 일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안쪽 궤도의 행성들)

이 조용하지만 지속적인 가시성은, 팀 문화를 실험, 개방성, 회복탄력성 쪽으로 조금씩 밀어줍니다.

인시던트에서 배운 것이, 아무도 읽지 않는 문서 속에 갇혀 있다고 느껴진다면, 이제 실패에게 물리적인 자리를 내어 주세요. 선반을 만들고, 종이를 자르고, 인시던트들이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을 돌게 하세요. 그 가시성이 팀을 더 나은 시스템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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