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트레인 타임테이블 데스크: 모든 것이 불타는 와중에 침착함 연습하기
종이로 만든 ‘인시던트 스토리 트레인 타임테이블 데스크’를 활용해, 사이버 보안 팀이 실제 시스템에 손대지 않고도 연쇄 장애를 리허설하고, 인시던트 대응 역량을 높이며, 침착하고 협조적인 탄력성을 기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트레인 타임테이블 데스크: 모든 것이 불타는 와중에 침착함 연습하기
실제 사이버 인시던트가 터지면 모든 일이 지금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알림은 쏟아지고, 티켓은 쌓여 가고, 이해관계자들은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오고, 로그는 끝없이 흘러가는데, 그 모든 걸 머릿속에서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시계 초침 소리가 더욱 크게 울립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문서나 디지털 런북(runbook)을 만듭니다. 어떤 곳은 사이버 레인지(cyber range)나 고정밀 시뮬레이션에 큰 비용을 투자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것들도 유용하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인시던트 대응 스킬을 기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트레인 타임테이블 데스크(Analog Incident Story Train Timetable Desk)**입니다. 종이로 접어서 펼치는 형태의 일정표로, 사이버 인시던트를 저비용·저위험으로 반복 연습할 수 있는 테이블탑(tabletop) 스타일 시뮬레이션으로 바꿔 줍니다. 비용은 적고, 부담은 낮지만, 연쇄적인 장애 속에서도 침착함을 연습하는 데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도구입니다.
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트레인 타임테이블 데스크란?
자신의 시스템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의 종이 콘트롤 패널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데스크”는 접어서 펼치는 타임테이블입니다. 한 장의 종이 혹은 소책자 형태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물리적으로 펼쳐 볼 수 있습니다.
- 인시던트의 타임라인(이벤트의 ‘열차 시간표’)
- 주요 마일스톤(탐지, 에스컬레이션, 고객 영향, 대외 공지 등)
- 역할별 의사결정 포인트(SOC, SRE, 프로덕트, 법무,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등)
- 분기 경로: X를 선택하면 스토리 트레인이 A역으로, Y를 선택하면 B역으로 가는 식의 흐름
소규모 인원을 한자리에 모으고, 이 타임테이블을 책상 위에 펼친 뒤, 시나리오를 단계별로 따라가며 진행합니다. 인시던트는 마치 혼잡한 역에 열차가 도착하고 떠나는 것처럼, 타임테이블을 따라 이동하면서 전개됩니다. 각 ‘정차역’마다 팀은 다음을 논의합니다.
-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알림, 로그, 고객 문의 등)
-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이 아직 불확실한가?
-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누가 관여해야 하는가?
이 모든 과정은 실제 시스템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오직 펜, 종이, 대화만으로 진행됩니다.
디지털 영역에서 왜 굳이 아날로그를 쓸까?
사이버 인시던트를 대비하는 데 종이를 쓴다는 것은 다소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이 방법을 효과적으로 만듭니다.
1. 의도적인 느린 템포, 마음챙김 같은 속도
실제 인시던트는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심박수는 올라가고, 말이 서로 끊기고, 슬랙은 끝없이 스크롤됩니다. 아날로그 타임테이블은 전혀 다른 템포를 강제합니다.
- 한 번에 하나의 이벤트만 다룹니다.
- 매 단계마다 *“현실이라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까?”*를 질문하며 잠시 멈춥니다.
- 결정을 남기고 질문을 적는 것도 스크롤이 아니라 펜으로 합니다.
종이를 펼치고, 손가락으로 타임라인을 따라가며 짚어 보는 물리적인 행위가 촉각적인, grounded한 경험을 만들어 줍니다. 자연스럽게 팀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또 “일단 뭔가 클릭하는” 충동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2. 부담은 낮게, 학습은 깊게
실제 프로덕션이나 테스트 환경에 손을 대지 않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실제 장애를 일으킬 위험이 전혀 없음
- 복잡한 인프라나 사이버 레인지 툴링이 필요 없음
- 빨리 ‘정답’을 맞혀야 한다는 압박이 적음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대가라고 해 봐야 종이에 적힌 한 줄 메모일 뿐, 화난 고객이나 보안 사고 공지가 아닙니다. 이런 심리적 안전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을 더 솔직하게 드러내고, 새로운 대응 방식을 더 자유롭게 실험하게 됩니다.
공격과 방어, 양쪽 모두를 연습하기
대부분의 인시던트 대응 연습은 “이미 다 터진 이후”에만 집중합니다. 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트레인 타임테이블 데스크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방어 관점: 알람이 울린 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방어적 관점에서 이 타임테이블은 다음 과정을 함께 걸어가게 합니다.
- 탐지(Detection): 누가, 언제, 무엇을 통해 이상 징후를 처음 인지하는가? SIEM 알림인지, 고객 문의인지, 대시보드의 이상 징후인지?
- 트리아지(Triage): 누가 1차 담당자인가? 어떻게 신호를 검증하는가? 현실적으로 어떤 툴을 가장 먼저 열어볼까?
- 차단·완화(Containment & Mitigation): 구체적으로 첫 번째 액션은 무엇인가? IP 차단, 토큰 회수, 서비스 비활성화, 키 로테이션 중 무엇을 먼저 할까?
- 커뮤니케이션: 누가, 언제, 어떤 채널로 공유하는가? 불필요한 소음과 패닉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시나리오 속에는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심어 둘 수 있습니다.
- 두 팀이 같은 업무를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 리더십이 아직 의미 있는 ETA를 줄 수 없는 시점에 ETA를 요구하는 경우
- 법무·PR의 관점이 기술적인 직관과 충돌하는 경우
이런 상황을 실제가 아닌 종이 위에서 침착하게 풀어 가다 보면, 실제 인시던트 이전에 역할·책임의 불명확성을 드러나게 할 수 있습니다.
공격 관점: 인시던트를 미리 상상하고 예방하기
공격 관점은 단순히 레드 팀(red team) 훈련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공격자처럼, 그리고 장애처럼 생각하는 것입니다.
타임테이블에는 사전(Pre-incident) 트랙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 몇 달 전부터 존재하던 설정 오류
- 레거시 컴포넌트에 남아 있는 미패치 취약점
- 과도한 권한을 가진 서비스 계정이 조금씩 악용되는 상황
참가자들은 현재 조직의 보안 태세가 이런 공격을 어떻게 허용하거나 막을지를 함께 따라가며 살펴봅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들이 나옵니다.
- 실제로 어떤 탐지 통제가 여기서 정말 동작할까?
- 저 이상한 아웃바운드 트래픽 패턴을 누가 눈치챌 수 있을까?
- 공격자가 최초 침투에 성공한 뒤, 어떤 식으로 내부에서 이동(pivot)할 수 있을까?
이처럼 공격·방어 관점을 한 스토리 안에서 함께 다뤄 보면, **시드 조건(seed conditions)**에서부터 익스플로잇(exploit), 그리고 대응·복구에 이르는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됩니다.
연쇄 장애: 복잡성을 눈에 보이게 만들기
현대 시스템은 거의 혼자서만 고장 나지 않습니다. 하나의 실수가 그다음 실수를 부르고, 서둘러 만든 핫픽스가 2차 장애를 유발하고, 시끄러운 알림이 진짜 중요한 신호를 가려 버립니다.
이때 “스토리 트레인”이라는 은유가 빛을 발합니다. 한 역(결정)에서 내린 선택이 다음에 어떤 플랫폼(상태)으로 이어질지를 결정합니다.
좋은 타임테이블은 다음과 같은 요소를 담습니다.
- 동시다발적인 이벤트 도입 (예: DDoS와 credential stuffing, 그리고 모니터링 버그가 동시에 발생)
- 트레이드오프 강제 (예: 고객-facing 가용성을 우선할지, 포렌식 증거 보존을 우선할지)
- 시간 압박의 명시 (예: 규제 기관에 X시간 내 신고해야 함)
종이 위에서 분기되는 선로를 직접 그려 가며, 어디서부터 연쇄가 시작되는지 주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각화 덕분에 다음과 같은 일이 쉬워집니다.
- 비기술 이해관계자에게 복잡한 장애 양상을 설명하기
- 앞 단계에서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어떤 혼란을 막을 수 있었는지 파악하기
- 툴링, 프로세스, 팀 구조 중 어떤 부분이 특히 취약한지 식별하기
커뮤니케이션과 역할의 공백을 드러내기
이 포맷의 힘은 패킷 캡처의 현실감이 아니라, 인간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현실적인지에 있습니다.
타임테이블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다음과 같은 패턴이 드러납니다.
- 서로 다른 두 역할이 같은 책임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 핵심 역할이 아예 빠져 있는 경우 (예: 비즈니스 오너, 법무 담당, 벤더 연락 창구 등)
- 고객 공지나 다운타임 여부를 결정할 최종 권한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경우
- 각 팀은 자기 로컬 툴과 지표에만 의존하고, 아무도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하는 경우
모두가 같은 책상에 둘러앉아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바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 “이 상황에서는 실제로 누가 총괄 책임자인가요?”
- “이 사람이 휴가 중이면 백업 플랜은 무엇인가요?”
- “이 내용은 지금 어디에 문서화되어 있나요?”
답변(혹은 침묵)은 곧바로 온콜 체계, 에스컬레이션 경로, 문서화의 개선 포인트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공백을 드러냅니다.
인사이트를 더 강한 온콜 프레임워크로 연결하기
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트레인 타임테이블 데스크는, 세션이 끝난 뒤 그 배움이 조직으로 흘러나갈 때 비로소 가치가 있습니다.
각 세션이 끝난 뒤 짧고 구조화된 디브리핑(debrief)을 진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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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가장 놀라웠는가?
- 우리가 아예 포함하지 못한 역할
-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써야 할지 아무도 몰랐던 툴
-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았던 의사결정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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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시간과 명확성을 잃었는가?
- 반복해서 나온 “이건 누가 승인할 수 있나요?” 같은 질문들
- 기존 런북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여 충돌이 생긴 지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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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하는가?
- 특정 liaison 역할을 온콜 로테이션에 명시적으로 추가
- 이번에 다룬 시나리오 유형에 맞는 런북을 새로 만들거나 보완
- 알림 라우팅·억제 규칙 개선
- 고객·임원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 명확화
이런 내용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들에 반영합니다.
- 조직의 인시던트 대응 계획(Incident Response Plan)
- 온콜 플레이북과 체크리스트
- 툴링 구성 (대시보드, 알림 임계값 등)
- 교육·온보딩 자료
시간이 지날수록, 타임테이블 세션 하나하나가 조직의 **근육 기억(organizational muscle memory)**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해 주는 셈입니다.
조직의 근육 기억과 침착함을 기르는 방법
일회성 훈련도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 행동을 바꾸는 것은 정기적이고 마찰이 적은 연습입니다.
타임테이블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습니다.
- 제작·인쇄 비용이 저렴하다
- 수정·버전 관리가 쉽다
- 기술자와 비기술자 모두가 접근하기 쉽다
덕분에 이것을 조직의 평상시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넣을 수 있습니다.
- 월간 테이블탑 연습: 매번 다른 시나리오를 골라, 교차 기능 팀을 소집해 함께 연습
- 신입 온보딩: 실제로 있었던 대표 인시던트를 타임테이블로 재구성해 함께 살펴보기
- 사후 인시던트 회고(Post-incident Retrospective): 실제 타임라인을 ‘스토리 트레인’으로 다시 그려 보고, 다른 선로를 탔더라면 어땠을지 함께 논의
이렇게 현실의 피해 없이 반복적으로 구조화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면, 팀은 점차 다음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 압박 속에서도 더 침착하게 머물기
- 더 명확하고 간결하게 소통하기
- 스스로 함께 다듬어 온 프레임워크와 프로토콜을 신뢰하기
그래서 실제 인시던트가 전속력으로 들이닥쳤을 때, 그것은 완전한 혼돈이라기보다, 어렵지만 익숙한 훈련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나만의 스토리 트레인 타임테이블 만들기: 시작하는 법
복잡한 템플릿이 없어도 당장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작게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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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시나리오 하나를 고른다
- 핵심 시스템에 침투한 랜섬웨어
- 유출로 이어지는 API 키 탈취
- 설정 오류로 인한 데이터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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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을 대략적으로 잡는다
- T0: 초기 침해(겉으로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음)
- T+30분: 최초 탐지 시점
- T+1시간, 2시간, 4시간: 핵심 의사결정, 에스컬레이션, 대외 영향 등 주요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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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역할을 식별한다
- 온콜 엔지니어, 인시던트 커맨더, 시큐리티 리드, 프로덕트 오너, 커뮤니케이션, 법무, 리더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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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이벤트를 만든다
- 공지를 늦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 차단이 실패하면 블라스트 레이디우스(blast radius, 영향 범위)는 어떻게 커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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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하고 접어서, 작은 그룹을 모은다
- 스토리 트레인을 천천히 따라가며 진행합니다.
- 떠오르는 생각을 종이에 직접 적습니다.
- 진행 중 발견된 공백과 아이디어를 바로 기록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여러분만의 형식화된 “타임테이블 데스크”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핵심 가치는 언제나 같습니다. 연습, 성찰, 그리고 침착한 숙고입니다.
결론: 침착함은 연습할 수 있는 스킬이다
인시던트는 언제나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다음 번 침해 시도, 설정 오류, 연쇄 장애가 언제 터질지는 통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팀이 얼마나 침착하게 생각하고, 얼마나 잘 협력하며 행동할지는 충분히 준비를 통해 바꿀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인시던트 스토리 트레인 타임테이블 데스크는 다음을 가능하게 하는, 놀라울 만큼 강력한 방법입니다.
- 현실적인 사이버 인시던트 시나리오를 연습하기
- 공격·방어 양쪽 관점을 모두 탐색하기
- 커뮤니케이션·역할·의사결정의 공백을 드러내기
- 배운 내용을 온콜 프레임워크와 도구에 반영하기
- 조직의 근육 기억과 침착함을 체계적으로 기르기
가끔은 디지털 혼돈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화면에서 눈을 떼고 종이를 한 장 펼친 뒤, 스토리를 한 역씩 천천히 따라가 보는 것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