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 Lag

아날로그 리팩터 릴레이: 미래의 ‘나’에게 복잡한 코드 변경을 안전하게 넘기는 법

리팩터링을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가 이어 달리는 릴레이로 바라보고, 위험한 올인식 리라이트 없이도 복잡한 시스템을 점진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다룹니다.

아날로그 리팩터 릴레이: 미래의 ‘나’에게 복잡한 코드 변경을 안전하게 넘기는 법

6개월 전 자신이 짠 모듈을 열어 보고, 속으로 “이거 누가 쓴 거야…?”라고 투덜거리다가, 곧 “아… 나네”라는 사실을 깨달아 본 적이 있다면, 이 글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큰 리팩터링은 종종 ‘올인 도박’처럼 느껴진다. 몇 주 동안 리팩터링 동굴에 틀어박혀 작업한 뒤, 코드가 정말로 더 나아졌고, 배포 후에 사고가 안 터지기만을 바라는 식이다. 하지만 잘하는 팀들은 리팩터링을 단독 질주가 아니라 릴레이 경주에 가깝게 다룬다. 한 바퀴를 뛰고, 안전한 지점에 도달하면, 바통을 동료에게 — 혹은 미래의 나에게 — 넘긴다.

이 글에서 말하는 아날로그 리팩터 릴레이란, 시스템도, 로드맵도 깨뜨리지 않으면서 복잡한 코드 변경을 시간과 사람을 건너 전달하는 체계적인 방식이다.


리팩터링: 작은 움직임으로 큰 변화를 만든다

리팩터링은 “지저분한 코드를 처음부터 새로 쓰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정의하면 이렇게 볼 수 있다.

외부 동작은 그대로 유지한 채, 수많은 작은 변환을 규율 있게 반복하여, 구조를 크게 개선하는 과정.

이 정의 안에는 중요한 전제가 몇 가지 숨어 있다.

  • 작은 단계: 메서드 이름 바꾸기, 클래스로 추출하기, 의존성 뒤집기, 조건문 단순화하기 같은 한 걸음씩의 변화. 각 단계는 안전하게 검증 가능해야 한다.
  • 동작 보존(behavior‑preserving): 각 단계 후에도 사용자나 호출자 입장에서 시스템의 동작은 동일해야 한다.
  • 누적 효과: 수십, 수백 개의 작은 개선이 쌓여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생각하면 목표가 “리팩터링을 끝낸다”에서 “다음으로 안전한 한 걸음을 떼고, 코드를 들어왔을 때보다 조금 더 나은 상태로 두고 간다”로 바뀐다. 릴레이를 잘하려면 이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계속되는 리팩터링 vs. 깜짝 대수선

많은 팀이 리팩터링을 집 수리하듯 한다. 문제가 터질 때까지 방치하다가, 한 번에 큰 공사를 하려고 시스템을 멈춰 세운다. 그러다 보면 기술 부채는 걷잡을 수 없이 쌓이고,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레거시 모듈이 생긴다.

지속적인(continuous) 리팩터링은 다르다.

  • 일상적인 개발 작업에 녹아 있다. 별도의 단계가 아니다.
  • 오늘 건드리는 영역에 스코프를 한정한다.
  • 레거시 코드가 영구적인 폭탄이 되지 않게 한다.

“언젠가 이 지옥을 갈아엎자” 대신 다음을 목표로 한다.

“이 부분을 건드릴 때마다, 전보다 조금은 더 건강하게 만들어 두자.”

이 방식의 이점은 명확하다.

  • 기술 부채가 한 번에 폭증하지 않는다. 관리 가능한 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 잔고처럼 바뀐다.
  • 미래 작업 비용이 줄어든다. 깨끗한 코드는 확장과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 리팩터링 단위가 작아져 검증하기도 수월해진다.

이것이 아날로그 릴레이의 핵심이다. 지금 작고 의미 있는 개선을 해 두면, 다음 사람(대개는 미래의 나)이 더 나은 출발선에서 다시 뛰게 된다.


백로그에서 리팩터링을 1급 시민으로 다루기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는 리팩터링을 보이지 않는 작업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진짜” 업무 사이에 끼워 넣거나, 기능 티켓 안에 슬쩍 숨겨 버리는 식이다.

보이지 않는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 시간 추정이 엉망이 된다. (“이 스토리는 왜 이렇게 오래 걸렸죠?”)
  • 압박이 오면 리팩터링이 제일 먼저 잘려 나간다. (“지금은 정리할 시간이 없어요.”)
  • 팀이 기술 부채의 비용을 과소평가한다.

대신 리팩터링을 백로그의 1급 시민으로 대우해야 한다.

  • 명확한 목표를 가진 리팩터링 스토리/태스크를 따로 만든다.
    • “빌링 엔진을 별도 모듈로 분리하고, 명시적인 public API를 정의한다.”
    • “자체 구현 캐싱 레이어를 라이브러리 X로 교체하고, feature flag Y 뒤에 숨긴다.”
  • 다른 작업과 마찬가지로 추정(estimate) 한다. 비용이 진짜라면, 가치도 진짜다.
  • 큰 리팩터링은 여러 개의 점진적인 슬라이스로 나눈다.
    • 1단계: 새 추상화 도입
    • 2단계: 한 개의 consumer를 새 추상화로 마이그레이션
    • 3단계: 나머지 consumer 전환
    • 4단계: 기존 구현 삭제

이렇게 리팩터링을 보이게 만들면, 프로덕트 오너와의 우선순위 협상도 가능해지고, 진행 상황도 추적할 수 있으며, 미완료 상태의 리팩터링을 다음 스프린트로 의도적으로 넘겨도 혼돈에 빠지지 않는다.


빅뱅 리스크 없이 대규모 리팩터링 계획하기

가끔은 어쩔 수 없이 변화의 스케일이 크다. 새로운 아키텍처 도입, 모듈화 작업, 주요 의존성 교체 같은 경우다. 이럴수록 더 철저한 접근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우선순도에 맞춘 명확한 계획부터 세우기

코드를 건드리기 전에 다음을 분명히 적어 보자.

  • 이 리팩터링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왜 중요한지:
    • 신규 온보딩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인가?
    • 인시던트/장애 발생률을 줄이기 위해서인가?
    • 리드 타임을 줄이기 위해서인가?
  • “완료”의 정의는 무엇인지:
    • 어떤 모듈들이 영향을 받는가?
    • 어떤 동작은 절대 바뀌면 안 되는가?
  • 점진적인 마일스톤:
    • 각 단계는 독립적으로 배포 가능해야 하고, 필요하면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글로 남긴 계획이 바로 리팩터 **바통(baton)**이 된다. 팀원도, 미래의 나도 이 문서를 읽고 현재 위치와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어서 뛸 수 있다.

고위험 시점은 피하라

아무리 안전하게 쪼개더라도, 대규모 리팩터링은 전체 변경량을 늘린다.

다음과 같은 시점에는 큰 단계의 리팩터를 피하는 편이 좋다.

  • 중요한 릴리즈 직전
  • 코드 프리즈 기간
  • 테스트나 모니터링 상태가 좋지 않은 시기

대신, 회귀(regression) 위험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시스템이 안정적인 시점에 맞춰 계획하자.

강력한 테스트 커버리지를 전제로 삼기

테스트 없는 대규모 리팩터링은 눈 가린 채 수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소한 다음을 확보해야 한다.

  • 내부 구현을 손대기 전, 핵심 동작에 대한 유닛 테스트를 보강한다.
  • 시스템 경계에 대해 통합 테스트 / 계약(Contract) 테스트를 추가하거나 개선한다.
  • 로그, 메트릭, 트레이싱 등 **관측 가능성(Observability)**을 확보해, 프로덕션에서의 회귀를 빨리 감지할 수 있게 한다.

리팩터링은 구조는 바꾸되, 동작은 그대로 유지하는 작업이다. 그걸 검증해 주는 것이 바로 테스트다.


점진적 리팩터링: 불을 켜 둔 채로 공사하기

좋은 리팩터링의 핵심은 기발함이 아니라 **연속성(continuity)**이다. 리팩터링 내내 시스템은 계속 돌아가고, 배포 가능하며, 사용 가능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패턴들이 있다.

  • 스트랭글러 피그(Strangler Fig) 패턴: 기존 동작을 감싸거나 앞단에 새 레이어를 두고, 내부에서 새로운 구현을 개발한 뒤 점진적으로 트래픽을 새 구현으로 넘긴다.
  • Branch by Abstraction: 새로운 인터페이스/추상화를 도입하고, 구 구현과 신 구현을 둘 다 붙여 둔 뒤, 클라이언트들을 하나씩 새 추상화로 이전한다.
  • Feature Flag(기능 플래그): 새 코드 경로를 일부 사용자나 하위 환경에만 켜 보고, 점진적으로 범위를 넓힌다.

이 방식들을 사용하면 다음이 가능해진다.

  • 우선순위가 바뀌면 안전한 지점에서 일시 중단할 수 있다.
  • 외부 기능에는 변화가 없더라도, 내부 구조가 부분적으로 개선된 상태를 계속 배포할 수 있다.
  • 몇 달간 유지되다 한 번에 터지는 **“3개월짜리 리팩터링 브랜치 지옥”**을 피할 수 있다.

릴레이로 비유하면, 이렇게 작고 배포 가능한 마일스톤 하나하나가 바통 전달 지점이다. 다른 사람, 혹은 미래의 내가 그 지점에서부터 다음 구간을 이어 뛸 수 있다.


리팩터링을 레버리지로 바꾸는 도구들

요즘 개발 환경에서는 리팩터링을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덜 피곤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들이 많다.

IDE 지원 기능

대부분의 주요 IDE는 의미(semantic)를 이해하는 리팩터링 도구를 제공한다.

  • 심볼(클래스/메서드/변수 등) 이름을 전체 코드베이스에서 안전하게 변경
  • 메서드, 인터페이스, 클래스 추출
  • 변수, 메서드, 파라미터 인라인
  • 모듈/패키지 이동 및 정리 (import 정리 포함)

이 기능들을 글로벌 검색/치환 대신 사용하면, 실수로 뭔가를 망가뜨리는 “어… 망했다” 순간이 크게 줄고, 작은 변경을 자주 하는 데 드는 시간이 단축된다.

기술 부채 및 코드 분석 도구

정적 분석 및 코드 품질 도구들은 어디를 먼저 리팩터링해야 할지를 보여 준다.

  • Hotspot 분석: 자주 변경되면서도 복잡도가 높은 파일 찾기
  • 복잡도 지표: 순환 복잡도(cyclomatic complexity), 결합도(coupling), 중복도 등
  • Code Smell: 너무 긴 메서드, 지나치게 큰 클래스, shotgun surgery(한 변화에 너무 많은 곳을 동시에 바꿔야 하는 상황) 등

이런 도구들은 지속적인 리팩터링에 데이터 기반의 지도를 제공한다. 어디를 손대야 투자 대비 효과가 큰지를 우선순위에 반영할 수 있다.


인지 부하를 줄이는 실천 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

큰 리팩터링은 기술적인 것만이 아니라 인지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거대한 시스템의 낯선 영역에 뛰어드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부담이 크고, 실수의 여지도 많다.

여기서 **실천 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 CoP)**와 코칭이 힘을 발휘한다.

  • 실천 공동체(CoP)
    • 여러 팀이 정기적으로 모여 리팩터링 기법과 패턴을 공유한다.
    • 네이밍, 경계(boundary) 설정, 아키텍처에 대한 공통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 공용 라이브러리와 템플릿을 구축해, 팀마다 매번 처음부터 고민해야 하는 결정을 줄인다.
  • 스크럼 마스터와 팀 코치
    • 스프린트 계획과 회고에서 리팩터링을 ‘보이는 작업’으로 끌어올린다.
    • 딜리버리 압박이 커질수록, 기술 작업을 위한 시간을 지켜 주도록 돕는다.
    • 난이도 높은 리팩터링 단계에서는 페어 프로그래밍/몹 프로그래밍 세션을 촉진한다.

이 모든 활동은 문맥 전환과 인지적인 오버헤드를 줄여 준다. 각 엔지니어가 고립된 채 자기 스타일로만 리팩터링하는 대신, 조직 전체가 **공유된 근육(memory와 습관)**을 기르게 된다.

릴레이 비유를 다시 쓰자면, CoP와 코칭 덕분에 모두가 같은 트랙 위에서, 같은 바통을, 비슷한 폼으로 들고 뛰게 되는 셈이다.


리팩터링을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의 릴레이로 보기

지금의 일을 할 때, 미래의 나를 떠올려 보자.

  • 6개월 뒤에 이 파일을 다시 열었을 때, 그때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 속으로 고마워할까, 아니면 욕부터 할까?
  • 내일 갑자기 이 이니셔티브에서 내가 빠지게 되더라도, 누군가가 내 의도를 추측하지 않고도 지금 상태에서 이어받을 수 있을까?

아날로그 리팩터 릴레이 마인드셋은 다음과 같은 실천으로 이어진다.

  • 항상 노트와 흔적을 남긴다: ADR(Architecture Decision Record), 티켓 코멘트, “무엇을 왜 바꿨는지”를 설명하는 가벼운 문서 등.
  • 리팩터링을 독립적이고 이름이 분명한 태스크들로 쪼개고, 상태를 눈에 띄게 관리한다.
  • 각 마일스톤을 언제든 멈춰도 안전한 지점으로 설계한다. “이상적인 최종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시스템은 문제없이 동작해야 한다.

목표는 한 번의 영웅적인 노력으로 ‘완벽한’ 코드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목표는 다음과 같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개선해 두어, 다음 개선이 더 싸고 더 안전해지게 만든다.

복잡한 시스템이 수년에 걸쳐 진화하는 실제 모습은 바로 이런 식이다. 수많은 작은, 하지만 의도적인 변화들이 시간과 팀을 건너 이어지며, 전체 시스템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옮겨 간다.


결론: 긴 레이스는 작은, 규율 있는 걸음들이 이긴다

리팩터링은 꼭 빅뱅 리라이트나 위험한 대수선의 드라마여야 할 필요가 없다. 대신, 다음과 같이 접근할 수 있다.

  • 리팩터링을 동작을 보존하는 규율 있는 구조 변경으로 정의하고,
  • 이를 지속적인 개발 흐름 속에 녹여 넣고,
  • 보이는, 계획 가능한 작업으로 만들고,
  • 테스트, 도구, 공유된 실천으로 뒷받침하며,
  • 안전한 바통 전달 지점이 있는 릴레이로 설계한다면,

리팩터링은 주기적으로 터지는 위기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습관이 된다.

그런 습관 위에서라면, 코드베이스는 리라이트 위협이 닥칠 때까지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속도에 맞춰 계속 진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남는다. 그리고 몇 달 뒤 같은 모듈을 다시 열어 보게 된 미래의 나는, 그때의 나 몰래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정도면… 꽤 괜찮게 넘겨 줬네.”

이것이 바로 아날로그 리팩터 릴레이다. 시간과 사람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수많은 작은, 의도적인 변화들이 모여, 비즈니스 변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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