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lo, World”를 넘어서: 처음부터 진짜 파이썬 프로젝트 만들기

print("Hello, World!")를 파이썬에서 한 번이라도 쳐 봤다면, 이미 첫 발을 뗀 것입니다.

문제는 많은 입문자가 거기서 멈춰 버린다는 점입니다.

튜토리얼을 끝없이 옮겨 다니며, 잘 이해하지 못한 코드를 베껴 쓰고, 정작 스스로는 ‘진짜’ 개발자인 것 같지 않다고 느끼곤 합니다. 여기서 빠진 한 조각은 이것입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봐야 합니다.

또 다른 “Hello, World”가 아니라, 작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프로젝트를요.

이 글에서는 이미 프로그래머라고 가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아이디어 → 완성된 파이썬 프로젝트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 드립니다. 한 번 익혀 두면 이후 프로젝트에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분명하고 재사용 가능한 절차입니다.

왜 튜토리얼만 베끼지 말고 ‘내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할까

튜토리얼은 남이 요리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같습니다.

레시피는 이해할 수 있지만, 직접 재료를 썰고, 굽고, 간을 맞춰 보지 않으면 제대로 배웠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접 프로젝트를 만들면:

진짜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어떤 기능이 중요할까? 프로그램은 어떻게 동작해야 할까?
진짜 문제를 만나게 됩니다: 에러, 빠진 기능, 이상한 동작 등… 실제 개발자가 겪는 일 그대로입니다.
디버그하고 적응하는 법을 배웁니다: 코드를 베끼기만 하면, 깨졌을 때 고치는 법을 배우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들여 문제를 쪼개고, 실험하고, 조금씩 개선해 가는 개발자식 사고방식을 갖게 됩니다.

파이썬은 이런 연습에 특히 좋습니다. 입문자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언어라, 프로그래밍 경험이 거의 없어도 50줄 안팎의 코드로 쓸 만한 스크립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1단계: 작게 시작하되, 실제로 쓸 만하게 만들기

첫 프로젝트는 작고, 집중돼 있고, 실제로 유용하거나 재미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건 피하세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
머신러닝 프레임워크를 직접 구현하는 것
매일 사용하는 복잡한 웹 앱을 그대로 다시 만드는 것

대신, 몇 번의 평일 저녁이나 몇 번의 주말에 현실적으로 끝낼 수 있는 수준을 목표로 하세요.

입문자에게 좋은 프로젝트 유형 예시:

간단한 게임: 단어 맞추기 게임(행맨 같은 것), 숫자 맞추기, 2048 클론 등
도구·유틸리티: 터미널용 할 일 목록, 파일 정리기, 단위 변환기 등
데스크톱 도우미: 매 X분마다 “물 마시기”, “일어나기” 같은 알림을 띄워 주는 프로그램 등

핵심 기준은 이것입니다.

비전공자인 친구에게도 내 프로젝트가 무엇을 하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고, 완성되면 내가 실제로 사용할 모습이 그려지는가?

그렇다면 좋은 아이디어를 고른 것입니다.

2단계: 구체적인 아이디어 정하기 (예제 프로젝트 3개)

아래는 시작하기 좋은 프로젝트 아이디어 3가지입니다. 각각 다른 핵심 파이썬 개념을 익히도록 도와줍니다.

1. 단어 맞추기 게임 (입문)

무엇인가요? 컴퓨터가 짧은 단어 목록에서 비밀 단어 하나를 고르고, 플레이어는 글자를 하나씩 추측하면서, 시도 횟수가 끝나기 전에 그 단어를 맞히는 게임입니다.

배울 개념:

변수, 입력/출력
반복문(while, for)
조건문(if, elif, else)
리스트와 문자열

2. 2048 클론 (입문–초급)

무엇인가요? 숫자 블록을 합쳐 나가는 2048 퍼즐 게임을, 터미널 기반이나 문자 격자 형태로 구현한 버전입니다.

배울 개념:

2차원 리스트(리스트 안의 리스트)
게임 루프 구조
타일을 이동·합치는 간단한 알고리즘
게임 로직과 화면 표시(출력)를 깔끔하게 분리하는 법

3. 데스크톱 알리미 (입문–초급)

무엇인가요? 일정 시간마다 “물 마시기!”, “자리에서 일어나기!” 같은 알림 메시지를 화면에 띄워 주는 작은 프로그램입니다.

배울 개념:

서드파티 라이브러리 사용법(plyer, win10toast 등)
시간 지연(time.sleep)
기본적인 자동화

셋 중 하나만 고르세요. 세 개를 한꺼번에 하려 들지 마세요. 집중이 과부하를 이깁니다.

3단계: 코딩 전에 ‘종이 위에서’ 먼저 설계하기

계획을 세우는 일은 지루해 보일 수 있지만, “아무것도 모르겠다”에서 “다음에 뭘 해야 할지 알겠다”로 넘어가는 차이를 만듭니다. 복잡하게 할 필요 없이, 몇 가지 질문에 답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예로, 단어 맞추기 게임을 생각해 봅시다.

1. 이 프로그램은 무엇을 해야 할까?

단어 목록에서 무작위 단어를 하나 고른다.
플레이어에게 단어 길이가 몇 글자인지 보여 준다.
플레이어가 글자를 입력해 추측할 수 있게 한다.
어떤 글자는 맞았고 어떤 글자는 아직인지 보여 준다.
단어를 전부 맞히거나 시도 횟수가 모두 소진되면 게임을 끝낸다.

2. 주요 기능은 무엇일까?

기능을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눠 봅니다.

단어 목록을 정의하거나 불러오기
무작위로 단어 하나 고르기
플레이어가 맞힌 글자와 틀린 글자 기록하기
현재까지 맞힌 상황 표시하기 (예: _ _ a _ _)
최대 시도 횟수 제한 두기

3. 어떤 순서로 만들까?

예를 들면 이런 순서입니다.

코드 안에 간단한 단어 리스트를 직접 적고, 그중 하나를 무작위로 고른다.
단어 길이만큼 밑줄(_)을 보여 준다.
글자를 입력받고, 맞은 글자를 화면에 반영해 보여 준다.
단어를 전부 맞힐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다.
시도 횟수 제한과 패배 조건을 추가한다.

이렇게 정리해 두면, 코딩은 이 목록을 하나씩 구현해 나가는 일이 됩니다.

4단계: 프로젝트를 아주 작은, 테스트 가능한 조각으로 쪼개기

개발자는 한 번에 프로그램 전체를 쭉 써 내려가지 않습니다. 작은 조각부터 만들고, 그때그때 테스트하고, 마지막에 서로 연결합니다.

단어 맞추기 게임이라면, 다음과 같은 함수들을 하나씩 만들고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def choose_word(words):
    # 리스트에서 무작위 단어 하나를 골라 반환


def display_progress(secret_word, guessed_letters):
    # 비밀 단어와 추측한 글자 목록을 받아
    # "_ a _ _ e" 같은 문자열로 현재 상태를 만들어 반환


def is_word_guessed(secret_word, guessed_letters):
    # 모든 글자를 맞혔으면 True, 아니면 False를 반환

각 함수를 파이썬 셸(Python REPL)이나 작은 테스트 스크립트에서 따로따로 실행해 보면서, 전체 게임에 연결하기 전에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디버깅을 훨씬 쉽게 만들고,
각 조각이 왜 필요한지 더 잘 이해하게 해 주며,
더 깔끔하고 재사용 가능한 코드를 쓰는 습관을 길러 줍니다.

5단계: 무작정 복붙이 아니라, ‘이해’를 목표로 하기

구글링을 많이 하게 될 겁니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모든 개발자가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학습과 복사의 차이는, 코드가 아니라 머릿속에서 일어납니다.

코드를 붙여넣을 때, 각 줄이 왜 존재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값 하나를 바꿔 보고,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해 보세요.
느리더라도, 작은 부분은 직접 다시 써 보세요.

예를 들어, 단어 맞추기 게임에서 이런 코드를 봤다고 해 봅시다.

if letter in secret_word:
    guessed_letters.append(letter)
else:
    attempts_left -= 1

이때 다음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in은 정확히 무엇을 검사하나요?
append는 리스트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왜 여기에서 attempts_left를 1 줄이나요?

잘 모르겠다면, 잠시 멈추고 그 개념들을 탐색해 보세요. 파이썬 REPL에서 아주 작은 실험을 해 보면 좋습니다.

secret_word = "apple"
"p" in secret_word   # 어떤 값을 돌려줄까요?
"z" in secret_word   # 이건요?

letters = []
letters.append("a")
letters.append("b")
print(letters)

호기심은 최고의 선생님입니다. 파이썬은 이런 실험을 하기에 아주 좋은 놀이터입니다.

6단계: 디버깅 여정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첫 프로젝트가 처음 실행에서 완벽하게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그 자체로 프로그래밍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해 보세요.

에러 메시지를 천천히 끝까지 읽습니다.
값을 출력해 봅니다. print(변수)는 여러분의 든든한 친구입니다.
더 작은 부분만 따로 테스트합니다. 게임 전체가 망가졌다면, 함수 하나만 떼어 내서 확인해 보세요.

예를 들어, 사용자의 추측을 확인하는 부분에서 프로그램이 크래시 난다면, 그 부분만 떼어 내 이렇게 출력해 볼 수 있습니다.

print("Debug:", secret_word, guessed_letters, attempts_left)

실제 개발자들도 이렇게 일합니다. 에러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추적해서 해결합니다.

7단계: 다듬고, 되돌아보기 (이 과정이 당신을 성장시킨다)

프로젝트가 “일단 돌아간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기서부터가 진짜 기회입니다. 조금만 더 개선해 보고, 무엇을 배웠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첫 프로젝트를 다듬는 아이디어:

점수나 최고 점수(high score) 시스템을 추가하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다시 시작하지 않고도 다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기
난이도를 추가하기 (짧은 단어 vs 긴 단어, 많은 시도 vs 적은 시도 등)
변수 이름을 더 알아보기 쉽게 바꾸고, 주석을 추가하고, 관련된 로직을 함수로 묶는 등 코드 정리하기

그다음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번에 새로 배운 파이썬 개념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가장 많이 막혔는가?
지금 다시 처음부터 짠다면,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이런 성찰을 통해, 작은 게임이나 스크립트 하나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실력 향상의 발판이 됩니다.

각 프로젝트를 사다리의 한 칸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완전 초보자”에서 “자신 있는 개발자”로 올라가는 길은, 이렇게 작지만 완성된 프로젝트를 하나씩 쌓아 가는 과정입니다.

다음 단계: 첫 프로젝트에서 ‘진짜’ 개발자로 나아가기

지금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로드맵은 이렇습니다.

아이디어 하나를 고릅니다: 단어 맞추기 게임, 2048 클론, 데스크톱 알리미 중에서.
짧은 계획을 적습니다: 무엇을 하는 프로그램인지, 핵심 기능은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구현할지.
작은 조각으로 나눕니다: 3–7개 정도의 작은 함수나 단계를 뽑아 보세요.
각 조각을 구현하고 테스트합니다.
디버깅하고 다듬어서, 실제로 쓸 수 있을 정도까지 만듭니다.
되돌아보고, 그다음에는 조금 더 복잡한 프로젝트를 골라 시작합니다.

‘진짜’ 파이썬 개발자가 되는 길은 문법을 외우거나, 동영상을 더 많이 보는 데 있지 않습니다. 크기가 얼마나 작든, 내가 만들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직접 만드는 데 있습니다.

파이썬은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컴퓨터공학 학위가 없어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학생이든, 디자이너든, 마케터든, 혹은 완전히 비전공자이든, 이번 주 안에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Hello, World”를 넘어서 나아가 보세요. 작지만 실제 같은 아이디어 하나를 고르고, 만들어 보고, 깨뜨려 보고, 고쳐 보고, 직접 사용해 보세요.

진짜 개발자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한 번의 프로젝트, 또 한 번의 프로젝트를 통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