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의 기술: 미완성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회를 여는 포트폴리오로 바꾸는 법
아이디어만 넘치는 미완성 사이드 프로젝트를, 실제 채용·업무에 바로 연결되는 완성형 포트폴리오로 바꾸는 실전 가이드.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설계하며, 끝까지 ‘출시’까지 가져가는지 다룹니다.
소개: “프로젝트 공동묘지” 문제가 생기는 이유
대부분의 개발자와 테크 종사자에게 부족한 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부족한 건 끝까지 완성된 아이디어입니다.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핵심 기능까지는 어떻게든 동작시키지만, 거기서 멈춥니다.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나오고, 신박한 튜토리얼이 피드에 뜨면 곧장 다음 반짝이는 것에 눈이 갑니다. 6개월쯤 지나서 GitHub를 열어보면, 실험만 하다 버려진 레포지토리들이 잔뜩인 ‘프로젝트 공동묘지’가 되어 있죠.
이건 보기 안 좋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채용 담당자, 클라이언트, 잠재적 협업자가 여러분을 검색했을 때, 그들이 보는 건 “역량 있고 사려 깊은 전문가”가 아니라,
“시작은 잘하는데, 끝까지 가져갈지는 모르겠다”
라는 인상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마무리의 기술’**입니다.
소수의, 잘 고르고 잘 마무리한 프로젝트는 다음을 해낼 수 있습니다.
- 이력서보다 훨씬 명확하게 여러분의 기술을 보여준다
- 튜토리얼 예제가 아니라 실제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 여러분이 원하는 포지션이나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지금부터는, 미완성 사이드 프로젝트를 실제로 기회를 여는 포트폴리오로 바꾸는 실전 가이드입니다.
1.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진짜 문제에서 시작하라
완성도가 떨어지는 사이드 프로젝트 대부분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데서 출발합니다.
“React/Flutter/Next.js로 만들 만한 쿨한 앱이 뭐가 있지?”
더 좋은 질문은 이겁니다.
“내가 지금 일이나 일상에서 겪는 문제 중, 코드로 해결할 수 있는 건 뭐지?”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실제 문제에 두면 이런 장점이 생깁니다.
- 인터뷰에서 쓸 수 있는 진짜 스토리가 생깁니다.
("이런 문제를 겪었는데, 이렇게 해결했습니다" 같은 이야기) - 자연스러운 제약 조건이 생겨 현실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게 됩니다.
- 최소한의 초기 사용자가 보장됩니다. (처음 사용자는 나 자신이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 늘 두 툴 사이에서 데이터를 복사·붙여넣기 한다 → 그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는 작은 통합 도구를 만든다.
- 팀 리포트가 늘 엉망이고 수동 작업이 많다 → 실제 데이터 소스에서 끌어와 핵심 지표를 시각화하는 대시보드를 만든다.
- 학습 목표를 정리하고 따라가는 게 늘 어렵다 → 실제로 내가 쓰는 노트 앱과 연동되는 개인 학습 트래커를 만든다.
프로젝트가 나(또는 동료)를 진짜로 귀찮게 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간에 버리기 굉장히 쉽습니다. 진짜 고통이 동기부여가 됩니다.
2. 실제 도구·서비스와 맞닿는 프로젝트를 골라라
실제 일에서는 “더미 데이터”나 가짜 API만 다루지 않습니다. 포트폴리오도 거기에만 머무르면 안 됩니다.
가능하다면, 다음과 같이 실제 도구나 서비스와 상호작용하는 프로젝트를 만드세요.
- 회사에서 쓰는 CRM, 이슈 트래커, 티켓 시스템의 API
- 목표 회사들이 많이 사용하는 공개 API들 (Stripe, Shopify, Slack, GitHub 등)
- 정부 포털, Kaggle, 업계 오픈 리포지토리에서 구한 공개 데이터셋
- AWS, GCP, Azure, Supabase, Firebase 같은 공통 클라우드 서비스
이렇게 하면 여러분이 다음과 같은 역량을 가진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 인증, 레이트 리밋, 지저분한 실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다
- API 문서를 읽고 제약사항 안에서 통합 설계를 할 수 있다
- 내 로컬 환경이 아니라, 실제 환경에서 살아남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날씨 앱 튜토리얼 클론” 대신 이렇게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출퇴근 결정 헬퍼(Commute Decision Helper)”
- 실제 날씨 API
- 대중교통 API (또는 고정 GTFS 데이터)
- “자전거 vs 대중교통 vs 재택근무”를 추천해 주는 간단한 UI
겉으로 보기엔 둘 다 비슷한 기술 스택을 씁니다. 하지만 하나는 “튜토리얼을 잘 따라합니다”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실제 도구를 써서 현실 문제를 해결할 줄 압니다”라고 말합니다.
3. GitHub를 코드 창고가 아니라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라
많은 사람에게 GitHub는 그냥 ‘잡동사니 서랍’입니다. 아무 레포나 던져 넣고, 이름도 엉망이고, 나중엔 본인도 뭘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기회를 열고 싶다면, GitHub(GitLab/Bitbucket 포함)를 프로 수준의 포트폴리오 사이트처럼 다뤄야 합니다.
최상단을 큐레이션하라
-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레포지토리 3–6개를 고정(pin)합니다.
- 중간에 버린 실험, 튜토리얼 따라 하기, 미완성 프로젝트는 최대한 가려 두거나 비중을 낮춥니다.
대표 레포 하나가 한눈에 이해되게 만들라
다듬어진 각 프로젝트에는 최소한 다음이 있어야 합니다.
- 명확한 README: 무엇이고, 누가 쓰는지, 30초 안에 이해되는 기능 요약
- 스크린샷이나 짧은 GIF: 클론하지 않아도 동작 모습이 보이게
- 가능하다면 라이브 데모 링크나 배포 URL
- 해당 프로젝트가 해결하는 “왜 만들었는가” 섹션 (실제 문제와 연결)
- 다른 사람이 직접 돌려볼 수 있는 설치 및 실행 방법
‘프로답게 일하는 습관’을 보여라
가능하다면 다음도 포함해 보세요.
- 합리적인 폴더 구조
- 몇 개의 테스트 코드 (전부 커버할 필요는 없지만, 테스트를 아예 안 쓰는 건 또 다릅니다)
- API, 데이터 모델, 배포 방식 등 최소한의 기술 문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겁니다.
“그냥 끼적거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 만들고 운영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4. 많이 시작하지 말고, 적게 시작해서 깊게 끝내라
프로젝트를 열 개 시작하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를 끝에서 끝까지 마무리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게 바로 가치 있는 신호가 됩니다.
목표는 소수지만 의미 있는, end-to-end 프로젝트입니다. 다음 단계들을 모두 포함하면 좋습니다.
- 문제 정의
- 디자인·UX 결정
- 구현
- 테스트
- 배포
- 피드백 기반 개선 (내 피드백이어도 충분)
이 전 과정을 제대로 밟은 프로젝트 하나가, 반쯤 동작하는 프로토타입 열 개보다 훨씬 인상적일 때가 많습니다.
쓸만한 기준 하나를 정해 봅시다.
올해 세 개 이상을 시작했는데, 하나도 안 끝냈다면, 하나를 ‘출시’하기 전까지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않는다.
여기서 “완성”이란 완벽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를 말합니다.
- 다른 사람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수준
- 어딘가에 배포되어 있다
- README에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일단 한 번 “배포까지 완료”를 찍어두면, 그 이후로는 언제든지 돌아와 개선해도 됩니다. 하지만 “거의 다 됐는데…”는 “실제로 돌아가고 있다”를 절대 이기지 못합니다.
5. 사이드 프로젝트로 풀스택 사고력을 보여줘라
프론트엔드, 백엔드, 데이터처럼 특정 분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회사는 end-to-end 흐름을 이해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합니다.
각 프로젝트는 다음을 보여줄 기회입니다.
- 문제 정의
- 무엇이 누구에게 불편했는가? 그걸 어떻게 파악했는가?
- 사용자 경험 & 디자인
- 사용자는 어떻게 이 솔루션을 쓰는가? 이 플로우를 선택한 이유는?
- 아키텍처 & 구현
- 어떤 스택을 썼고, 왜 그걸 선택했는가? 어떤 트레이드오프가 있었는가?
- 테스트와 안정성
- 잘 동작한다는 걸 어떻게 확인했는가? 에러가 나면 어떻게 처리되는가?
- 배포 & 운영
- 어디에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업데이트하는가?
이 풀스택적인 사고를 README 안에 그대로 녹여낼 수 있습니다.
- 간단한 “System Overview(시스템 개요)” 다이어그램이나 설명
- “설계 결정 & 트레이드오프” 섹션
- 에러 핸들링과 테스트 전략에 대한 짧은 설명
이렇게 되면 프로젝트는 그냥 “멋진 코드 조각”이 아니라, 작은 케이스 스터디가 됩니다. 기술 면접에서 굉장히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6. 회사에서 못 하는 ‘베스트 프랙티스’를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연습하라
많은 회사에서는 이미 굳어버린 레거시 코드베이스를 물려받습니다.
- 테스트 거의 없음
- 미묘하게 이상한 패턴들
- 촉박한 일정과 급한 마감
모든 걸 갈아엎을 권한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는,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기회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을 연습해 볼 수 있습니다.
- 클린 아키텍처와 모듈화된 설계
- 일관된 코딩 컨벤션 (린팅, 포매터 활용)
- 꼭 필요한 곳에만 다는 의미 있는 주석과 문서화
- 유닛/통합 수준의 테스트 커버리지
- GitHub Actions 등으로 설정한 간단한 CI/CD 파이프라인
거창한 엔터프라이즈급 복잡성이 필요 없습니다. 아주 단순한 앱이라도,
- 몇 개의 잘 짜인 테스트가 있고
- 간단한 CI 워크플로우가 돌아가며
- 자동화된 스크립트로 배포된다면
…이 세 가지만으로도 여러분의 태도와 프로페셔널리즘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습니다.
7. 원하는 역할에 직접 연결되는 프로젝트를 설계하라
문을 여는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와, 잘 만들었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동시에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내가 노리는 포지션의 채용 담당자가, 이 프로젝트의 제목과 README만 봐도 ‘아, 이 역할에 딱 맞네’라고 느낄까?”
프로젝트를 보는 순간, 특정 역할이나 산업과 바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프론트엔드나 프로덕트 엔지니어를 노린다면?
- UX가 뛰어나고, 반응형이며, 접근성을 고려한 프로젝트를 만드세요.
- 상태 관리, 성능 최적화, 사용자 플로우 설계 등을 강조하세요.
백엔드나 플랫폼 엔지니어를 노린다면?
- API 설계, 데이터 모델링, 큐, 백그라운드 잡 등을 보여주세요.
- 스케일링 전략, 로깅, 에러 핸들링을 README에서 분명히 이야기하세요.
데이터·애널리틱스 역할을 노린다면?
- 실제 데이터셋을 사용해 전처리, 특징 엔지니어링, 분석 과정을 보여주세요.
- 모델 그 자체보다, 어떤 비즈니스 질문에 어떤 인사이트를 줬는지를 강조하세요.
특정 산업을 노린다면?
- 핀테크에 관심이 있다 → 실제 은행 흐름을 모사한 예산 관리/가계부 도구
- 이커머스에 관심이 있다 → 재고, 결제, 분석을 포함한 작은 스토어프론트
- 에듀테크에 관심이 있다 → 복습 주기를 관리하는 학습 트래커(Spaced Repetition 포함)
프로젝트의 이름과 설명에서부터 관련성이 바로 드러나게 만드세요.
- 약한 예:
my-react-app - 좋은 예:
sales-pipeline-optimizer
부제: “CRM 영업 파이프라인 병목 구간을 시각화하고 개선 포인트를 찾는 도구”
8. 진짜로 끝내기 위한 단순한 프레임워크
또 하나의 미완성 프로젝트를 만들지 않으려면, 범위를 줄이고 구조를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 코드 한 줄 쓰기 전에, 한 단락짜리 브리프를 작성한다.
- 문제, 타깃 사용자, 범위, 성공 기준을 한 문단에 정리합니다.
- MVP를 시간으로 제한한다. (예: 평일 저녁·주말 기준 2–4주)
- “버전 1”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것만 정리합니다.
- 눈에 보이는 ‘완주선’을 정의한다.
- 라이브 배포 + README + 1분 내외의 짧은 Loom/영상 워크스루.
- 좋아 보이지만 필수 아닌 기능은 따로 리스트로 분리한다.
- MVP를 출시한 뒤에만 이 리스트를 손대도록 합니다.
- 누군가에게 출고 예정일을 말한다.
- 공개적으로 선언하면, 마무리해야 할 압박이 생깁니다.
“끝내기”는 재능이 아니라 연습하는 스킬입니다. 의도적으로 연습하세요.
결론: 프로젝트가 진짜로 ‘나를 위해’ 일하게 만들라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저녁이나 주말에 쏟는 사이드 프로젝트 시간이, 반드시 다음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 더 선명한 프로페셔널 스토리
- 눈으로 확인 가능한 실제 역량
- 더 좋은 포지션과 기회
정리해 보면, 마무리의 기술은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추상적인 아이디어가 아닌, 실제 문제에서 출발하라.
- 실제 도구와 데이터와 연동해 실무 감각을 보여라.
- GitHub를 덤핑장이 아닌 포트폴리오로 큐레이션하라.
- 많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보다, 소수의 프로젝트를 끝까지 가져가라.
- 문제 → UX → 코드 → 테스트 → 배포까지 이어지는 풀스택 사고를 드러내라.
- 회사에서 하기 어려운 베스트 프랙티스를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연습하라.
- 노리는 역할과 산업에 직접적으로 매핑되는 프로젝트를 설계하라.
이렇게 하면, 여러분에게는 단순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라 증거가 쌓입니다.
실제 세계의 문제를 보고, 사려 깊은 해결책을 설계하고, 끝까지 만들어서 내놓을 수 있다는 증거.
그리고 이런 종류의 증거가 바로, 여러분 앞의 문을 열어 주는 열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