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프레임워크: 지루한 일을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초소형 퍼스널 시스템
몇 시간만 집중해서 투자해도, 별도 코딩 없이 지금 쓰는 도구들을 서로 연결해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하루 일을 백그라운드에서 조용히 돌아가게 만드는 퍼스널 시스템 설계법을 소개합니다.
5시간 프레임워크: 지루한 일을 자동으로 처리해 주는 초소형 퍼스널 시스템
매일 여러 가지 도구를 넘나들며 일하고 있을 겁니다. 이메일, CRM, 스프레드시트, 메신저, 프로젝트 관리 도구, 폼, 문서 도구, 그리고 AI 어시스턴트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울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똑같은 일에 쓰고 있죠.
- 한 도구에서 다른 도구로 데이터 복사해서 붙여넣기
- 같은 유형의 팔로업 이메일을 계속해서 반복 발송
- “트래킹용”이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스프레드시트에 로그 남기기
- 자동으로 볼 수 있었을 업데이트를 두고, 굳이 슬랙으로 동료들 찌르기
일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냥… 지루할 뿐입니다.
5시간 프레임워크(Five-Hour Framework) 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간단한 접근법입니다. 몇 시간만 집중해서, 코드 없이 작동하는 초소형 퍼스널 시스템을 설계해 지금 쓰는 도구들을 서로 연결하고, 복붙 대신 일이 자동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거죠.
거창한 엔터프라이즈 자동화 플랫폼을 만들려는 게 아닙니다. 매주 당신의 시간을 조용히 몇 시간씩 아껴주는 개인용 인프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할 일에서 시스템으로: 일을 보는 다른 관점
대부분 사람들은 일을 할 일(Task) 단위로 생각합니다.
- "새 리드에게 팔로업 이메일 보내기"
- "연락처를 CRM에 추가하기"
- "딜을 스프레드시트에 기록하기"
- "딜이 클로즈되면 세일즈 채널에 알리기"
하지만 실제로 당신의 일이 그렇게 고립된 태스크 단위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일은 도구, 팀, 시간에 걸쳐 흐르는 워크플로(Flow) 로 진행됩니다.
- 누군가 폼을 작성하거나 이메일을 보냅니다.
- 당신은 그들을 리드로서 자격 판별(qualify)합니다.
- CRM에 해당 리드를 추가합니다.
- 개인화된 메시지를 보냅니다.
- 트래킹 시트에 기록합니다.
- 특정 채널이나 팀원에게 알립니다.
각 단계를 별도의 할 일로 취급하는 한, 당신은 계속 수동 모드에 갇혀 있게 됩니다. 반대로 이 전체 흐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다루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5시간 프레임워크는, 할 일에 쫓기는 걸 잠깐 멈추고 이렇게 질문해보게 만드는 접근입니다.
“여기서 진짜 워크플로는 무엇이지? 이걸 한 번만 설계해 두면, 앞으로는 자동으로 돌게 만들 수 없을까?”
초소형 퍼스널 시스템이란?
초소형 퍼스널 시스템(Tiny Personal Systems) 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범위가 작다 – 보통 하나의 워크플로나,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작은 단계 묶음을 자동화합니다.
- 노코드(no-code) – Zapier, Make 같은 자동화 툴이나 각 서비스의 기본 연동 기능을 사용합니다. 코드를 직접 쓰는 게 아니라, 점과 점을 이어 붙입니다.
- 툴에 구애받지 않는다 – 이미 쓰고 있는 앱을 가로질러 동작합니다. Gmail/Outlook, HubSpot/Pipedrive, Google Sheets/Airtable, Slack/Teams 등 무엇이든 조합 가능합니다.
- 조용히 돈다 – 한 번 세팅해 두면, 최소한의 관리만으로 백그라운드에서 알아서 돌아갑니다.
말하자면, 개인 인프라를 만드는 셈입니다. 집에 있는 식기세척기나 세탁기 같은 디지털 버전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 번 수고해서 설치해 두면, 그 종류의 집안일에 대해선 다시는 예전처럼 고민하지 않게 되는 것처럼요.
5시간 프레임워크: 어떻게 돌아가는가
이 프레임워크의 약속은 단순합니다. 집중해서 약 5시간만 투자하면, 앞으로 몇 달 동안 여러 시간을 아껴주는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루 오후에 몰아서 해도 되고, 일주일에 나눠서 진행해도 되는 5단계입니다.
1. 실제 워크플로를 맵으로 그리기 (45–60분)
먼저, 반복된다고 느끼는 업무 영역 하나를 고르세요. 리드 관리, 고객 문의 처리, 리포트 작성, 콘텐츠 발행, 온보딩 등, 유난히 짜증 나는 시간이 많이 드는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그리고 다음을 해 봅니다.
- 트리거를 적는다. 이 워크플로를 촉발하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예: “웹사이트에서 새로운 리드가 폼을 제출한다.”
- 현재 당신이 하는 모든 단계를 쭉 적는다. 가차 없이 구체적으로 써보세요. 예: "이메일 열기 → 이름 복사 → CRM에 붙여넣기 → 담당자 지정 → 인트로 이메일 보내기 → 스프레드시트에 기록 → 슬랙에 게시"
- 사용되는 도구를 적는다. Gmail, CRM, 스프레드시트, Slack, 캘린더 등.
- 지루한 부분에 동그라미 치기. 다음에 해당하는 건 전부 표시합니다. 복사-붙여넣기, 파일 이름 바꾸기, 템플릿 메시지 보내기, 데이터 옮기기, 상태 업데이트 등.
대개 그 안에서 3–7개 정도의 순수 반복 작업이 보일 겁니다.
2. 이상적인 결과 정의하기 (15–30분)
도구 세팅으로 바로 뛰어들기 전에, 먼저 당신이 개입하지 않아도 “끝난 상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자격 요건을 통과한(qualified)’ 리드가 폼을 제출하면, 자동으로 CRM에 추가되고, 태그가 제대로 붙고, 맞춤형 인트로 이메일이 발송되고, 트래킹 시트에 기록되며, #sales 채널에 공지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다.”
이 때 기준은:
- 구체적이어야 한다 – 어떤 필드, 어떤 메시지, 어떤 팀/채널인지 명확하게.
- 관찰 가능해야 한다 – 모든 단계를 일일이 손대지 않고도, 잘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이상적인 결과”가 곧 시스템 설계의 청사진이 됩니다.
3. 도구를 선택하고 체인으로 잇기 (60–90분)
이제 어떤 앱들을 어떻게 연결할지 결정할 시간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다음과 같은 자동화 플랫폼을 사용하게 됩니다.
- Zapier
- Make (이전 이름 Integromat)
- n8n (셀프 호스팅, 좀 더 기술적인 옵션)
보통 구성은 이렇게 됩니다.
- 하나의 트리거(Trigger) – 예: "Typeform에서 새 폼 제출", "Google Sheet에 새 행 추가", "Gmail에서 특정 라벨이 붙은 새 이메일" 등.
- 그 뒤를 잇는 여러 액션(Action) – 예: "HubSpot에 연락처 생성", "Gmail로 이메일 발송", "스프레드시트에 행 추가", "Slack에 메시지 발송" 등.
예시로, 여러 단계를 잇는 체인을 만들어 보면:
- 트리거: 새 리드가 폼을 제출.
- 액션: CRM에 연락처 생성/업데이트.
- 액션: 기본값을 가진 딜/기회(opportunity) 생성.
- 액션: 개인화된 인트로 이메일 발송.
- 액션: Google Sheet 로그에 행 추가.
- 액션: #sales 채널에 서식 있는 알림 메시지 발송.
처음에는 가장 단순한 버전으로 시작하세요. 나중에 얼마든지 고도화할 수 있습니다.
4. GenAI를 똑똑한 비서처럼 추가하기 (60–90분)
기본 배관(Plumbing)이 잘 돌아가기 시작하면, 여기에 GenAI(생성형 AI)를 끼워 넣어 시스템을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요즘 자동화 플랫폼 대부분은 워크플로 안에서 OpenAI, Claude, Gemini 같은 AI 모델을 하나의 스텝으로 호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 리드 자격 판별(Lead Qualification) – 폼 응답을 AI에 보내 점수나 "High / Medium / Low" 같은 세그먼트와 이유를 돌려받습니다.
- 개인화 이메일 초안 생성 – 리드 정보와 맥락을 AI에 넘겨 맞춤형 인트로 이메일 초안을 생성하고, 자동 발송하거나 검토 대기 상태로 둡니다.
- 요약 및 노트 정리 – 미팅 녹취나 긴 이메일을 AI로 요약해 구조화된 메모로 만들고, CRM 노트로 저장합니다.
AI를 얹은 워크플로 예시는 이렇습니다.
- 트리거: 새 리드가 폼을 작성.
- AI 스텝: 응답 내용을 분석해 "Enterprise / SMB / Not-fit" 같은 세그먼트로 분류.
- 분기(Branch):
- Not-fit → 공손한 거절 템플릿 이메일 발송.
- SMB → 짧고 친근한 스타일의 이메일 + 캘린더 링크를 포함해 생성/발송.
- Enterprise → 좀 더 상담 위주의 상세 이메일을 생성하고, 직접 팔로업하라는 태스크 생성.
- AI가 내린 분류와 선택된 액션을 CRM과 시트에 함께 기록.
이제 단순히 데이터만 옮기는 게 아니라, 판단과 콘텐츠 생성까지 시스템 안에 녹여 넣게 되는 셈입니다.
5. 테스트, 모니터링, 그리고 잊기 (60분)
마지막 단계에서는 다음을 수행해야 합니다.
- 테스트 케이스 실행 – 가짜 리드나 입력값을 만들어 모든 단계가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합니다.
- 엣지 케이스 처리 – 이메일이 비어 있으면 어떻게 할지, CRM에 이미 동일 레코드가 있으면 어떻게 할지 등 기본 동작이나 예외 처리를 정의합니다.
- 알림 설정 – 자동화가 실패했을 때 슬랙 DM이나 이메일로 알림을 받도록 해, 언제 개입해야 할지 알 수 있게 합니다.
- 간단한 문서화 – 한 페이지 정도만 정리해 둡니다. 트리거, 주요 스텝, 사용 도구, 어디서 수정하는지, 누구에게 영향을 주는지 정도만 담으면 충분합니다.
며칠 정도 돌려보고 신뢰가 생기면, 이제는 이 시스템을 거의 잊고 지내도 됩니다. 당신의 초소형 퍼스널 인프라의 한 부분이 된 것이니까요.
5시간 투자로 실제로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까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당신이 일주일에 새 리드를 20명 정도 받는다고 해봅시다.
현재 수동으로, 한 리드당 대략 다음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 CRM 연락처 생성/업데이트: 2분
- 인트로 이메일 작성 및 발송: 3분
- 스프레드시트에 기록: 1분
- Slack이나 Teams에 누군가에게 알리기: 1분
즉, 리드 1명당 7분 → 주 140분(약 2.3시간), 한 달이면 약 10시간입니다.
여기서 한 번만 5시간을 투자해:
- 워크플로를 맵으로 그리고
- Zapier 자동화를 만들고
- AI 기반 이메일 템플릿을 추가하고
- 테스트와 튜닝까지 끝낸다면
단 한 워크플로에서만 한 번의 5시간을 투자하고, 1년에 100시간 이상을 되찾는 셈이 됩니다.
이런 워크플로를 3–5개만 만들어도, 이직을 하거나 도구나 팀을 바꾸지 않고도 집중력 높은 시간을 ‘몇 주 단위’로 되찾는 효과를 보게 됩니다.
오래가는 초소형 시스템을 위한 원칙
자동화가 도움은 되지만 깨지기 쉬운 “폭탄”이 되지 않게 하려면, 다음 가드레일을 지키는 게 좋습니다.
- 실제로 검증된 워크플로만 자동화하라. 두 번밖에 해 보지 않은 실험적인 일을 자동화하지 마세요. 패턴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동화하는 편이 좋습니다.
- 똑똑함보다 명료함을 우선하라. 복잡한 중첩 조건으로 혼자만 이해하는 자동화보다는, 처음 봐도 이해되는 단순하고 읽기 쉬운 로직이 낫습니다.
-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우회로를 남겨둬라. 돈, 고객, 법무처럼 리스크가 큰 영역은, 시스템이 미리 준비(이메일 초안, 필드 미리 채우기 등)만 하고 마지막 ‘전송/승인’은 반드시 사람이 누르게 두세요.
- 이름을 명확히 지어라.
New Zap 4같은 이름 대신,Lead Intake → CRM + Email + Slack처럼 기능이 바로 보이는 이름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 분기별로 점검하라. 1년에 네 번 정도, 당신의 시스템을 훑어보세요. 뭐가 쓸모없어졌는지, 무엇을 개선할 만한지, 어떤 게 필드나 API 변경으로 깨졌는지 확인합니다.
어디서 시작할까: 5시간짜리 빌드 메뉴
무엇부터 만들지 감이 안 온다면, 5시간 안에 만들기 좋은 대표적인 후보들을 소개합니다.
- 리드 인입 & 팔로업 – 폼 또는 이메일 → CRM → AI로 자격 판별 → 개인화 이메일 발송 → 로그 기록 → Slack 알림.
- 클라이언트 온보딩 – 제안서 서명이 완료되면 → 프로젝트 생성 → 태스크 템플릿 적용 → 웰컴 이메일 발송 → 내부 체크리스트 생성.
- 콘텐츠 발행 – Docs에서 초안 작성 → AI로 다듬기/요약 → CMS에 게시 → Slack이나 SNS 자동 공유.
- 주간 리포트 – 여러 도구에서 메트릭 수집 → 시트나 문서에 취합 → AI로 요약 리포트 생성 → 이해관계자에게 이메일 발송.
- 지원(서포트) 티켓 분류 – 지원용 인박스나 폼 → AI로 카테고리 태깅 → 적절한 채널로 라우팅 → 트래커에 로그.
가장 싫어하는 것, 가장 귀찮다고 느끼는 것부터 고르세요. 그 감정적 마찰이 바로 추진력입니다.
결론: 한 번 설계해서, 몇 달 동안 누리기
당신의 일은, 서로 다른 도구 사이에서 데이터를 복사해 옮겨 주는 “사람 API” 역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할 일 단위의 생각에서 벗어나 시스템 단위로 설계하는 관점으로 전환하면, 시간과 주의력,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5시간 프레임워크는 이를 위한 실천 가능한 그릇을 제공합니다. 하루 오후만 투자하면, 당신의 일 중 일부를 대신 돌아가게 만드는 초소형 퍼스널 시스템 하나를 실제로 만들어 배포할 수 있습니다.
- 반복되는 워크플로 하나를 고르고
- 그것을 맵으로 그려 이상적인 결과를 정의한 다음, 도구들을 연결하고
- 의사결정이나 콘텐츠가 필요한 부분에는 GenAI를 더하고
- 테스트한 뒤에는 백그라운드에 맡겨 두세요.
이 과정을 몇 번만 반복해도, 어느 순간 문득 깨닫게 될 겁니다. 예전에는 지루하게 반복하던 일들이 이제는 이미 알아서 처리되고 있고, 당신은 진짜로 당신만 할 수 있는 일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