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 Lag

주말 해킹에서 쓸만한 도구까지: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끝까지 가져가는 온순한 가이드

주말에 대충 만든 해킹 프로젝트를, 바이브 코딩과 규율 있는 개발을 균형 있게 섞고, 완벽주의를 피하며, 장기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계획을 세워 실제로 유지 가능한 도구로 바꾸는 방법을 다룹니다.

주말 해킹에서 쓸만한 도구까지: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끝까지 가져가는 온순한 가이드

금요일 밤에 새 리포지토리를 하나 판다. 일요일쯤 되면, 절반쯤 돌아가고 꽤 멋있어 보이고 가능성도 큰 무언가가 생긴다. 그러다 월요일이 온다. 일주일 뒤, 그 아이디어는 GitHub 묘지 속 old-side-project-final-v3 밑에 파묻혀 있다.

익숙하다면, 혼자가 아니다. 문제는 보통 아이디어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재미있는 주말 해킹지루하지만 진짜인 소프트웨어 사이에 있는 간극 때문이다. 이 글은 그 간극을 부드럽게 메우는 방법에 대한 가이드다.

이 글에서 다룰 내용:

  • 왜 완벽주의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조용히 죽이는지
  •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을 의도적으로 쓰는 법 (그리고 멈춰야 할 때)
  • 언제부터 해킹 프로젝트를 진짜 소프트웨어처럼 다뤄야 하는지
  • 유지보수, 보안, 성장에 대해 “딱 필요한 만큼만” 계획하는 방법
  • 프로젝트를 오래 살리는 실용적이고 비용을 의식한 전략들

1. 완벽주의: 사이드 프로젝트의 조용한 킬러

완벽주의는 종종 “높은 기준”으로 위장한다. 실제로는 “이건 절대 배포할 만큼 좋지 않다”는 뜻인 경우가 많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치명적이다.

대표적인 완벽주의 패턴:

  • “UI가 끝내주게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한테도 보여줄 수 없어.”
  • “처음부터 플러그인 시스템을 만들어 놔야 해.”
  • “완벽한 테스트 스위트 없이는 배포하면 안 돼.”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까? 멈춘다. 혹은 아무도 쓰지 않는 프로젝트를 끝없이 리팩터링하게 된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되, 망가진 채로 두지는 말 것

불완전함을 받아들인다는 건, 근본적으로 망가진 걸 그냥 내놓자는 뜻이 아니다. 이런 상태를 말한다:

  • 핵심 기능은 안정적으로 동작한다.
  • 투박한 부분들이 있다: 못생긴 UI, 수동으로 해야 하는 단계, 빠진 기능들.
  • 완벽하진 않아도 최소한 유용하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기준을 잡기 위한 한 가지 질문:

믿을 만한 친구가 이 프로젝트를 원래 목적대로 쓴다면, 치명적인 버그 때문에 일을 못 마치지는 않을 거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아마도 배포 가능한 상태다.


2. 바이브 코딩: 빠른 프로토타입을 위한 친구

먼저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을 정의해 보자.

최소한의 프로세스와 구조만 가지고, 직관을 따라 빠르고 느슨하게 코드를 짜면서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방식.

바이브 코딩은 대략 이런 모습일 수 있다:

  • 모든 걸 하나의 파일에 몰아 넣기
  • 추상화 대신 코드 복붙하기
  • 설정 시스템 대신 값들을 하드코딩하기
  • PR이나 리뷰 없이 그냥 main에 바로 푸시하기

이게 “틀린 방식”인 건 아니다. 적절한 단계에서라면 엄청나게 가치 있는 방식이다.

언제 바이브 코딩이 딱 필요한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활용하자:

  • 초기 프로토타입 – “이 아이디어가 재밌거나 유용하기는 한가?”를 시험해 볼 때
  • 새로운 기술 스택을 배울 때 –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게 아니라 실험하는 단계일 때
  • 창의적으로 탐색할 때 – 거칠고 엉성해도 흐름을 이어가는 게 중요한 코딩할 때

도움 되는 마인드셋:

  • “지금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중이지, 아직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
  • “이 코드는 나중에 버려도 괜찮다.”

바이브 코딩은 속도 빠른 보트다. 탐험할 땐 최고지만, 이삿짐 옮길 땐 최악이다.


3. 언제 ‘진짜 엔지니어링’ 모드로 전환해야 할까

어느 순간, 작은 해킹 프로젝트가 보이지 않는 선을 넘어서 진짜 도구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 친구나 팀 동료들이 쓰기 시작한다.
  • 어딘가에 배포해 놓았고, 서비스가 깨지면 괜히 미안하다.
  • 본인이 매일 쓰는 작업에 이 도구를 의존하게 된다.

이때 계속해서 영원한 바이브 코딩 모드에 머무르는 건 위험해진다.

이제는 수준을 올려야 한다는 신호들

다음과 같은 상황이 보이면, 순수 바이브 코딩에서 좀 더 규율 잡힌 개발로 바꿀 시점이다.

  • 복잡도가 폭발한다: 코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꾸 까먹고, 어떤 부분을 수정하면 엉뚱한 데서 문제가 터진다.
  • 보안이 중요해진다: 사용자 데이터, 토큰, 결제 정보 등 민감한 걸 다루기 시작했다.
  • 성능이 거슬린다: 나나 다른 사용자에게 “좀 너무 느린데…” 소리가 나온다.
  • 신뢰성과 책임이 필요해진다: 회사에서 쓰거나, 다른 사람들의 워크플로우에 영향을 준다.

이 정도 신호가 나오면, 이제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관행들을 조금씩 도입해야 한다.


4. 성숙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진짜 소프트웨어처럼 대하자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쓸만하다”는 게 증명되면, 그때부터는 존중을 담아 다뤄야 한다. 그렇다고 회사식 관료주의를 들여오자는 건 아니다. 대신, 프로젝트를 살아 있게 유지하는 핵심 습관 몇 가지만 챙기면 된다.

최소한의 구조는 필요하다

엔터프라이즈급 세팅까지는 필요 없지만, 다음 정도는 갖추는 게 좋다:

  • 읽기 쉬운 구조: 역할이 분명한 모듈이나 패키지로 코드를 나누기
  • 버전 관리 위생: 의미 있는 커밋 메시지, 기능별 브랜치, 깔끔한 main
  • 기본적인 테스트: 반드시 깨지면 안 되는 핵심 경로 위주로 테스트 추가
  • 에러와 로그 처리: 도움이 되는 에러를 반환하고, 실패를 로깅하며, 조용히 죽는 걸 피하기

한 번에 싹 다 고치지 말고, 조금씩 리팩터링하기

“이번에 싹 갈아서 제대로 만들어야지”라는 마음으로 전체를 한 번에 갈아엎고 싶을 수 있다. 이런 시도는 프로젝트가 방치되는 지름길이 되기 쉽다.

대신 이렇게 해보자:

  • 손 대는 김에 리팩터링: 필요 없는 부분은 굳이 건드리지 않는다.
  • 중복되거나 헷갈리는 로직이 보이면 헬퍼 함수나 모듈로 빼낸다.
  • 작업 세션마다 하나씩만 개선한다: 작은 테스트 하나, 작은 리팩터링 하나, 혹은 단순화 하나.

큰 목돈처럼 한 번에 갚는 대신, 기술 부채를 분할 상환하는 셈이다.


5. 유지보수와 확장을 위한 ‘딱 적당한’ 계획 세우기

사이드 프로젝트에 5년치 로드맵은 필요 없다. 하지만 오래 가길 바란다면, 약간의 미래 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던져볼 솔직한 질문 몇 가지

  1. 내일 이게 깨지면, 고치는 데 얼마나 고생할까?
  2. 사용자가 두 배로 늘면, 가장 먼저 뭘이 터질까?
  3. 이걸 유지보수할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도 괜찮은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바탕으로, 다음을 고려해 보자:

  • 문서화: 짧은 README 하나에 다음 내용을 적는다.
    • 무엇을 하는 프로젝트인지
    • 어떻게 실행하는지
    • 어떻게 배포하는지
  • 설정 관리: 비밀값과 환경별 설정은 환경 변수나 설정 파일로 분리한다.
  • 백업과 복구: 데이터가 있다면, 날려먹지 않을 방법을 미리 생각해 둔다.

‘조금씩 커질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기

처음부터 마이크로서비스나 Kubernetes까지는 필요 없다. 대신 이런 점만 신경 써도 충분하다:

  • 컴포넌트 간 결합도를 낮게 유지하기 (예: 데이터 레이어와 UI를 분리)
  • 미래의 나(또는 기여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널리 알려진 프레임워크와 패턴을 활용하기
  • 활발히 유지·보수되는 의존성을 선택하기

영원히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짓는 게 목적이 아니다. 지금 단계보다 조금 더 커질 여지만 확보해 두면 된다.


6. 현대적인, 비용을 의식한 도구로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의외로 흔한 실패 패턴이 있다. 프로젝트는 잘 돌아가고, 사람들도 좋아하는데, 인프라 비용이나 유지보수 부담이 슬슬 짜증나기 시작하는 경우다.

본인의 시간, 돈, 에너지에 맞는 도구를 쓰는 게 중요하다.

호스팅과 인프라 전략

  • 가능하면 처음에는 서버리스나 매니지드 서비스를 선택하자
    • 서버리스 함수 (예: Vercel, Netlify, AWS Lambda 등)
    • 매니지드 데이터베이스 (예: Supabase, PlanetScale, Firebase 등)
    • 가능한 곳에서는 정적 프런트엔드 사용
  • 무료 혹은 저렴한 요금제를 적극 활용하되, 다음은 꼭 확인한다:
    • 저장 용량 제한
    • 요청/쿼리 수 제한
    • 트래픽(egress) 요금

지루한 일은 자동화해 두기

  • 푸시 시 자동 테스트: GitHub Actions 등으로 작은 테스트 스위트라도 돌리기
  • 간단한 배포 파이프라인: 한 번의 명령이나 클릭으로 배포 가능하게 만들기
  • 기본적인 알림 설정:
    • 에러 트래킹 (예: Sentry)
    • 업타임 모니터링 (무료 핑 서비스 등)

목표는 엔터프라이즈급 DevOps가 아니다. 유지보수가 귀찮아서 손이 안 가는 상황을 줄이는 것이다.


7. 실천 가능한 로드맵: 아이디어에서 쓸만한 도구까지

지금까지를 하나로 묶으면, 대략 이런 가벼운 로드맵을 그려볼 수 있다.

  1. 1주차 주말 – 바이브 프로토타입

    • 아주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정한다.
    • 최대한 빠르게, 되는 대로 해킹해서 만들어 본다.
    • 뭐가 잘 됐는지, 뭐가 아팠는지, 뭐가 가능성 있어 보이는지 메모해 둔다.
  2. 1–2주차 – 거칠지만 동작하는 버전 배포하기

    • 핵심 워크플로우만큼은 조금 다듬는다.
    • 크래시나 치명적인 버그는 잡는다.
    • 기본적인 셋업과 사용법이 적힌 README를 추가한다.
    • 친구나 동료에게 써보라고 부탁한다.
  3. 1개월차 – 안정화와 다듬기

    • 핵심 기능에 대한 최소한의 테스트를 추가한다.
    • 특히 지저분한 부분을 중심으로 작은 리팩터링을 한다.
    • 간단한 배포 플로우와 에러 로깅을 세팅한다.
  4. 그 이후 – 신중하게 성장시키기

    • 실제 사용 경험을 분명히 개선하는 기능만 추가한다.
    • 정기적으로 조금씩 기술 부채를 갚아 나간다.
    • 비용이나 한계가 거슬리기 시작할 때 인프라 선택을 재검토한다.

이 루트는 초반엔 재밌게, 후반엔 감당 가능하게, 전체적으로는 현실적인 수준으로 프로젝트를 끌고 갈 수 있게 해 준다.


마무리: 덜 스트레스 받고, 더 많이 끝내기

“엉망인 해킹”과 “완벽한 제품”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건 아니다. 그 사이에 이런 중간 길이 있다.

  • 아이디어를 빠르게 탐색하고 동기부여를 유지하기 위해 처음은 바이브 코딩으로 시작한다.
  • 완벽함은 내려놓되, 최소한 핵심 워크플로우만큼은 제대로 돌아가게 만든다.
  • 복잡도, 보안, 성능이 중요해지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구조와 규칙을 조금씩 도입한다.
  •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도 버티도록 가벼운 미래 계획을 세워 둔다.
  • 운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대적인, 비용을 의식한 도구들을 활용한다.

모든 주말 프로젝트를 스타트업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그중에서 진짜 괜찮은 몇 개만이라도 작고, 믿을 수 있고, 삶을 조금 더 편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로 자라게 해 주면 충분하다. 나 자신에게도, 어쩌면 몇몇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걸 한 번 떠올려 보자. 그러면 GitHub 묘지가 조금씩 정원으로 바뀌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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