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문제 로드맵: 수백 개 튜토리얼보다 ‘한 가지 진짜 문제’가 더 강력한 이유
끝없는 튜토리얼을 따라가기보다, 하나의 실제 문제를 정하고 아주 작게 시작해 그 문제를 중심으로 솔루션을 만들어 가는 편이 개발자로 훨씬 빨리 성장하는 길이다. 이 글에서는 ‘원-프로블럼 로드맵’을 통해 튜토리얼 지옥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하나의 문제 로드맵: 수백 개 튜토리얼보다 ‘한 가지 진짜 문제’가 더 강력한 이유
혹시 튜토리얼 지옥에 빠져본 적이 있는가? 이 강의에서 저 강의로 끝없이 옮겨 다니며, 잘 이해하지 못한 코드를 베껴 쓰고, 일주일만 지나면 거의 다 잊어버리는 느낌 말이다.
당신에게 의지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다.
단지 학습을 이끌어 줄 하나의 구체적인 문제가 없을 뿐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하나의 문제 로드맵(One-Problem Roadmap)’**이다. 수십, 수백 개 튜토리얼을 쫓아다니는 대신, 하나의 진짜 불편함(페인 포인트) 을 정하고, 그걸 제대로 해결하는 데 집중하며, 그 문제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성장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글에서는, 하나의 문제에 깊게 집중하는 것이 왜 끝없이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개발자로 성장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걸 오늘 당장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왜 100개의 튜토리얼이 당신을 100배 성장시키지 못할까?
튜토리얼을 정주행하다 보면, 보통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
- 강사를 따라 타이핑하면, 겉으로는 다 이해한 것처럼 느껴진다.
- 그다음 영상, 그다음 프레임워크, 그다음 디자인 패턴으로 넘어간다.
- 막상 혼자서 뭔가 만들려고 하면, 머리가 새하얘진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당신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않다. 강사가 준비한 장난감 예제를 풀고 있을 뿐이다. 뇌는 진짜로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냥 베끼기만 하면 된다.
- 직접 결정해야 할 일이 없다.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문법이 아니라, "다음에 뭘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튜토리얼은 이 모든 결정을 대신 내려준다.
- 마찰을 겪지 않는다. 이상한 버그, 충돌하는 요구사항, 지저분한 제약 조건 같은 진짜 성장의 재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한다.
튜토리얼은 도구일 뿐, 로드맵이 아니다. 분명 쓸모는 있지만, 그걸 어디에 써야 할지 이끌어 줄 명확한 문제가 없으면 결국 잡음이 되어 버린다.
하나의 명확한 문제가 가진 힘
하나의 잘 정의된 문제는, 20시간짜리 여기저기 흩어진 튜토리얼보다 훨씬 큰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
왜 그럴까? 실제 문제는 당신에게 이런 것들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 요구사항을 명확히 해야 한다. 정확히 무엇을 하려는가? 어떤 제약 아래에서?
- 트레이드오프를 선택해야 한다. 성능 vs. 단순성, 속도 vs. 유지보수성, 완벽함 vs. 일단 끝내기.
- 결정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어떤 스택을 쓸지, 코드를 어떻게 구조화할지, 엣지 케이스를 어떻게 처리할지 직접 정해야 한다.
- 진짜 고통을 디버깅해야 한다. 망가졌을 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예를 들어 보자.
“React로 뭔가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말은 너무 막연하다.
“긴 URL을 붙여 넣으면, 공유할 수 있는 짧은 링크를 돌려주는 아주 간단한 웹 앱을 만들고 싶다”는 것은 명확히 정의된 문제다.
두 번째 문장은 곧바로 구체적인 학습 경로를 제시한다.
- 폼 입력을 어떻게 다루는가
- 상태(state)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 API를 어떻게 호출하는가(혹은 직접 API를 만드는가)
- 데이터를 어떻게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는가
이제 10개의 React 튜토리얼을 떠돌 필요가 없다. 지금 당장 필요한 2–3개의 개념만 문제 자체가 알려 준다.
튜토리얼 지옥 탈출법: 바로 적용하지 않으면 잊혀진다
튜토리얼 지옥에서 벗어나는 핵심은, 튜토리얼을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다. 규칙은 하나다.
배운 것은 반드시 즉시, 내가 주도하는 내 프로젝트에 적용한다.
튜토리얼은 이렇게 사용한다.
- 먼저 내 문제를 정한다. 무엇을 만들거나, 무엇을 고치고 싶은지 결정한다.
- 막히는 부분이 생긴다. “Next.js에서 인증을 어떻게 구현하지?” “입력 디바운스를 어떻게 하지?” 같은 질문이 나온다.
- 그 부분만 해결해 줄 타겟형 튜토리얼이나 문서를 찾는다. 모르는 부분을 메우기에 충분할 정도까지만 본다.
- 일시정지하고, 내 프로젝트에 직접 구현한다. 남의 레포를 통째로 복붙하지 말고, 내 상황에 맞게 재구성한다.
이렇게 ‘적용 우선’으로 접근하면, 뇌가 던지는 질문이 이렇게 바뀐다.
- “어떻게 따라 쓰지?” → “이걸 내 코드에서 어떻게 동작하게 하지?”
이 사소해 보이는 맥락의 변화가 컨텐츠 소비와 진짜 실력 습득을 가르는 차이다.
극단적으로 작게 시작하라: 한 개념, 한 기능
자기 주도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다. 처음부터 너무 크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생각한다.
“인증, 결제, 대시보드, 알림까지 다 있는 풀 SaaS를 만들어 볼까…”
2주쯤 지나면 압도당하고, 다시 YouTube로 도망친다.
대신 **‘한 기능 규칙(One-Feature Rule)’**을 써보자.
한 가지 개념이나 기능만 고르고, 오직 그것만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만든다.
예를 들어:
- “풀 기능 이커머스 스토어” 대신, 실시간으로 합계가 업데이트되는 장바구니(cart) 만 만든다.
- “완전한 소셜 네트워크” 대신, 글을 올리고 삭제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피드만 만든다.
- “완벽한 분석 대시보드” 대신, 하나의 차트와 하나의 필터만 있는 화면을 만든다.
이 정도까지 줌인하면:
- 범위가 충분히 줄어들어 실제로 끝까지 완성할 수 있다.
- 구현 세부사항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다.
- 퍼즐의 한 조각을 정말 몸에 익힐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조각 하나를 확실히 익히는 것이, 큰 것 열 개를 어렴풋이 아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
모든 프로젝트를 ‘진짜 코딩 과제’처럼 대하라
빨리 성장하려면, 어떤 프로젝트든—아무리 작아 보여도—그냥 가볍게 해보는 실험이 아니라 진지한 코딩 챌린지로 다뤄야 한다.
이 말이 과도하게 오버엔지니어링하라는 뜻은 아니다. 대신 이렇게 하라는 의미다.
- 퀄리티에 책임을 진다. “대충 돌아가니까 됐다” 에서 멈추지 말고, 지금 내 실력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 최선까지 시도해 본다.
- 스스로의 선택을 의심해 본다. 왜 이 자료구조를 썼는가? 왜 이런 API 디자인인가? 왜 이건 localStorage에 두고, 저건 DB에 두는가?
- 다듬고, 다시 다듬는다. 일단 동작하면, “여기서 뭘 정리할 수 있지? 함수로 뺄 수 있을까? 까다로운 부분에 테스트를 붙일 수 있을까?”를 자문해 본다.
예를 들어, 당신의 한 가지 문제가 이렇다고 하자.
“페이지를 새로고침해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간단한 할 일(Task) 목록 앱을 만들고 싶다.”
이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성장할 수 있다.
- 먼저, 메모리 상태만 쓰는 버전을 만든다.
- 그다음 localStorage를 붙여 저장/로드를 처리한다.
- 이후, 빈 제목, 중복 태스크, 잘못된 입력 같은 엣지 케이스를 다룬다.
- 마지막으로, 코드를 더 읽기 좋고 모듈화되게 리팩터링한다.
겉으로 보면 아주 작은 앱이지만, 이제 이건 당신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 주는 진짜 과제가 된다.
- 상태 관리
- 데이터 영속성(persistence)
- 입력 검증(validation)
- 리팩터링과 코드 구조화
프로덕트 관점으로 생각하라: 진짜 불편함에서 시작하기
‘하나의 문제 로드맵’은, 출발점이 그냥 “재밌어 보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혹은 자신)의 불편함일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여기서 필요한 사고방식이 프로덕트 디스커버리(product discovery) 다. 코드를 한 줄이라도 쓰기 전에, 다음을 자문해 보자.
- 이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 자신? 친구? 어떤 특정한 니치 그룹?
- 그들은 반복해서 어떤 일에 짜증을 내는가? 매일 혹은 매주 겪는 불편을 찾아라.
- 그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여 줄 수 있는,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은 무엇인가?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딱 한 가지 페인 포인트만 줄이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 실제 불편함일 수 있다.
- 버그를 고칠 때마다 어떤 명령어를 썼는지 자꾸 까먹는다.
- 비개발자인 친구가 매일 같은 이메일 템플릿을 수동으로 복붙해 보낸다.
- 팀원이 어떤 API 엔드포인트를 이미 테스트했고, 어떤 건 안 했는지 계속 헷갈린다.
이 각각은 곧바로 초점이 잘 잡힌 개발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 자주 쓰는 쉘 명령어를 저장하고 태그할 수 있는 작은 CLI 도구
- 사전에 작성해 둔 이메일을 정해진 시각에 보내 주는 마이크로 툴
- 엔드포인트 목록과 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미니멀한 API 테스트 보드
문제가 진짜이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어진다.
- 실제 사용에 중요한 디테일을 더 다듬고 싶어진다.
- 시간이 지나도 이 솔루션을 다시 열어 개선하고 싶어진다.
깊은 스킬 vs. 얕은 스킬: 왜 하나의 문제가 이긴다고 말하는가
얕은 학습은 보통 이런 식이다.
- React 영상 20개
- Node 튜토리얼 5개
- 디자인 패턴 강의 3개
이러면 여러 가지에 대해 들어는 봤지만, 정작 혼자서는 뭘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
반대로 깊은 학습은 이렇게 보인다.
“2주 동안 인증, 레이트 리미팅(rate limiting), 간단한 분석 기능까지 갖춘 URL 단축기를 하나 만들었다.”
이 한 프로젝트를 통해 당신은 이런 부분들을 건드리게 된다.
- HTTP와 라우팅
- 요청 검증(request validation)
- 데이터 모델링과 영속성
- 기본적인 보안과 각종 엣지 케이스
- 성능과 UX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그리고 이런 전이 가능한 스킬을 얻게 된다.
- 큰 문제를 작은 조각으로 쪼개는 능력
- 문서와 레퍼런스를 효과적으로 검색하고 읽는 능력
- 처음 보는 에러를 디버깅하는 능력
-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능력
이 능력들은 앞으로 어떤 언어, 어떤 프레임워크, 어떤 스택을 쓰든 그대로 따라온다.
오늘 당장 ‘하나의 문제 로드맵’을 시작하는 방법
시작 방법은 세 단계로 충분하다.
-
진짜 페인 포인트를 하나 고른다.
가장 좋은 소스는 당신의 일상이다. 어떤 작업이 매번 어색하고, 반복적이고, 귀찮게 느껴지는가? -
거의 말도 안 되게 작아 보일 때까지 줄인다.
여전히 “완성형 앱”처럼 들린다면, 아직 충분히 줄인 게 아니다. -
한 문장으로 성공 기준을 정의한다.
“이 버튼을 누르면 X가 일어나고, 그 덕분에 하루에 Y분을 아낄 수 있으면 성공이다.”
그다음에는 이렇게 실행한다.
- 막힐 때만 튜토리얼을 본다.
- 배운 것은 반드시 내 코드에, 내 상황에 맞게 구현한다.
- 그 문제가 “이제 진짜 해결됐다”라고 느껴질 때까지 계속 다듬고 반복한다.
마무리: 더 많은 튜토리얼이 아니라, 더 좋은 문제가 필요하다
개발자로 빨리 성장하는 길은 컨텐츠를 더 많이 보는 게 아니라, 더 좋은 문제를 선택하는 것이다.
- 하나의 명확하게 정의된 페인 포인트는, 연결성 없는 튜토리얼 100개보다 훨씬 값지다.
- 배운 것을 내 프로젝트에 바로 적용하는 순간, 튜토리얼 지옥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 극단적으로 작은 범위에서 시작하면, 얕게 넓게가 아니라 깊게 파고들 수 있다.
- 모든 프로젝트를 진지한 코딩 과제로 대하면, 쌓이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전이 가능한 실력이다.
- 프로덕트 디스커버리 관점으로 접근하면,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실제로 의미 있는 문제를 풀게 된다.
이제 할 일은 단순하다.
하나의 문제를 고르라.
그 문제를 더 작게 쪼개라.
그리고 그걸 제대로 해결하는 데 끝까지 책임져라.
그 하나의 문제가 당신의 로드맵이 되게 하라.
그러면 성장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는지 곧 체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