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 Lag

연필-그리드 인시던트 주방 테이블: 종이 한 장으로 만드는 주간 신뢰성 실험 계획

한 장의 종이, 연필, 그리고 단순한 그리드가 매주 SRE 신뢰성 계획을 더 구체적이고 창의적이며 지속 가능한 실천으로 바꾸는 방법.

소개

대시보드, 알림, 자동화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신뢰성 작업은 금방 또 하나의 디지털 노이즈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인시던트 대응, 카오스 실험, 신뢰성 개선을 위한 계획은 보통 이런저런 도구 안에 숨어 있습니다. Jira 보드, Notion 문서, Confluence 페이지, 스프레드시트, 복잡한 런북들 말이죠.

그런데 이번 주에 가장 강력한 신뢰성 계획 도구가 또 다른 SaaS가 아니라 종이 한 장이라면 어떨까요?

**“연필-그리드 인시던트 주방 테이블”**은 일부러 로우테크로 설계한 의식 같은 활동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팀이 (대면이든 원격이든) 종이 한 장에 그린 단순한 그리드를 둘러싸고 작고 구체적인 신뢰성 실험을 계획하는 거죠. 쉽게 말해, “망가지면 어떻게 될까?”를 두고 주방 테이블에 둘러앉아 나누는 대화를, 구조화하고 반복 가능하게 만들어 SRE 목표에 직접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이런 아날로그 접근이 효과적인지, 어떻게 세팅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종이 한 장으로 신뢰성을 더 눈에 보이게, 더 창의적으로,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종이 한 장이 대화를 바꾸는 이유

종이 한 장을 쓰는 건 향수팔이가 아닙니다. 사고를 예리하게 만드는 제한 조건입니다.

연필-그리드 접근 방식의 핵심 장점:

  • 단순함: 한 페이지는 우선순위를 강제합니다. 다 적을 수 없으니, 이번 주에 정말 중요한 것만 고르게 됩니다.
  • 구체성: 신뢰성 계획이 눈에 보이게 스케치되어 있으면 모두가 함께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 대상이 생깁니다.
  • 반복 가능성: 매주 같은 포맷. 이 의식 자체가 규율을 만들고, 지속적인 개선의 리듬을 만들어 줍니다.
  • 낮은 마찰: 로그인도, 도구 설정도, 템플릿 로딩도 필요 없습니다. 연필, 종이, 그리고 집중된 대화만 있으면 됩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 시스템 안에 있을 때, 신뢰성 작업은 배경으로 사라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종이 한 장을 함께 다시 들여다보는 순간, 그 일은 다시 전면으로 나옵니다.


아날로그 도구와 현대적인 SRE 실천의 결합

Site Reliability Engineering(SRE)은 본질적으로 현대적인 분야입니다. 자동화, Observability 스택, 인시던트 툴링, 복잡한 분산 시스템들로 이루어져 있죠. 하지만 우리의 사고 과정까지 전부 디지털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SRE와 잘 어울리는 아날로그 도구들:

  • 그리드: 모니터링, 자동화, 인시던트 드릴, 기술 부채 등 핵심 포커스 영역을 매핑할 때.
  • 체크리스트: 인시던트 전·중·후의 행동을 표준화할 때.
  • 손으로 그린 다이어그램: 데이터 흐름, 의존성, 잠재적 장애 경로에 대한 빠른 멘탈 모델을 만들 때.

키보드 대신 손으로 그리면 몇 가지 유용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 만큼 더 의도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 과도하게 문서화하기보다 정말 핵심만 남기게 됩니다.
  • 도구가 강요하는 구조와 방해 요소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고 공간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건 모니터링이나 티켓팅 시스템을 종이로 대체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종이를 신뢰성 작업을 설계하는 조종석(planning cockpit) 으로 쓰고, 실제 실행은 기존 도구에서 하자는 것입니다.


“주방 테이블”을 주간 신뢰성 의식으로 만들기

주간 주방 테이블 세션을 가볍지만 반복되는 테이블탑 연습(tabletop exercise)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매주 정교한 인시던트 시뮬레이션을 하는 건 아닙니다. 대신, 사고와 협업을 리허설하면서 아주 구체적인 액션을 계획하는 시간입니다.

보통 45–60분 정도의 세션은 다음과 같은 흐름을 가질 수 있습니다.

  1. 그리드 열기 (5분)

    • 지난주 페이지를 가져옵니다.
    • 계획했던 것 vs 실제로 했던 것을 빠르게 훑어봅니다.
    • 이월되었거나 실제 인시던트로 이어진 항목에 동그라미를 칩니다.
  2. 이번 주 현실 돌아보기 (10–15분)

    • 실제로 뭐가 깨졌나요?
    • 깨지진 않았지만 거의 사고가 날 뻔한 건 뭐였나요? (니어미스, 시끄러운 알림, 수동 영웅 플레이 등)
    • 어디에서 사람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준비 부족을 느꼈나요?
  3. 이번 주 포커스 영역 선정 (10–15분)

    • 아래에서 설명할 그리드 구조를 사용해, 예를 들어 모니터링 개선 1개, 자동화 아이디어 1개, 실험 또는 드릴 1개 등으로 고릅니다.
    • 모든 걸 해결하려는 시간은 아닙니다. 현실적인 실험 몇 개를 큐레이션하는 시간입니다.
  4. 담당자와 기대 결과 정하기 (10–15분)

    • 채운 각 셀에는 담당자 이름, 구체적인 액션, 그리고 "완료"의 정의가 있어야 합니다.
    • 이 실험이 신뢰성을 어떻게 높였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지 정합니다. (탐지 시간 단축? 페이저 알림 감소? 런북이 더 명확해졌는지?)
  5. 마무리 및 정리 (5분)

    • 그리드를 사진으로 찍어 둡니다.
    • 필요하다면 핵심 항목을 티켓이나 캘린더 블록으로 옮깁니다.
    • 실제 주방, 화이트보드, 팀 공간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종이를 붙여 둡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주간 의식은 근육 기억을 만듭니다. 어떤 일이 잘못되거나 거의 잘못될 때마다 사람들은 “이거 다음 주 테이블에 뭐라고 올리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연필-그리드 인시던트 주방 테이블 설계하기

필요한 건 종이 한 장뿐입니다. 1분 안에 그릴 수 있는 간단한 구조를 소개합니다.

1단계: 페이지를 3×3 그리드로 나누기

세로 줄 두 개, 가로 줄 두 개를 그려 아홉 개의 박스를 만듭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2단계: SRE 목표를 그리드에 매핑하기

열(Column)과 행(Row)에 팀의 핵심 신뢰성 영역을 라벨링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열 (무엇을 개선하는가):

  • 1열: Monitoring & Observability
  • 2열: Automation & Runbooks
  • 3열: Disruption Management & Recovery

행 (어떻게 투자하는가):

  • 1행: Prevent (인시던트 예방)
  • 2행: Respond (인시던트 대응 개선)
  • 3행: Learn & Evolve (인시던트 이후 학습 및 진화)

이제 각 셀은 분명한 의미를 갖게 됩니다. 예를 들면:

  • 좌상단: 더 나은 모니터링을 통해 인시던트를 예방한다.
  • 중앙 우측: 온콜 인수인계 개선을 통해 대응 능력을 높인다.
  • 하단 중앙: 사후 인시던트 리뷰에서 발견한 수동 단계를 자동화해 학습과 진화를 촉진한다.

그리드를 한눈에 보면 우선순위, 공백, 트레이드오프가 보입니다.

  • 예방은 많이 하지만 학습은 거의 안 하고 있지 않은지?
  • 모니터링에 비해 자동화는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 대형 장애에만 집중하고 장기적인 신뢰성 리스크는 무시하고 있지 않은지?

3단계: 주간 실험으로 채워 넣기

각 셀에는 1~2개만, 구체적인 실험이나 태스크 형태로 적습니다. 예를 들어:

  • “Checkout API 에러율 알림 추가 및 Synthetic Load로 테스트하기.”
  • “지난 인시던트에서 사용한 로그 수집 스크립트 자동화.”
  • “온콜 로테이션 대상으로 ‘금요일 저녁 DB 레이턴시 급증’ 20분 드릴 실행.”
  • “부분 리전 장애 런북 개선 및 의사결정 트리 다이어그램 추가.”

공간 제약 덕분에 모호한 포부 대신, 이번 주에 실제로 해볼 수 있는 작고 검증 가능한 일에 집중하게 됩니다.


프로세스를 넘어 문화로: 대비 태세와 협업 키우기

연필-그리드 주방 테이블은 단순한 계획 아티팩트가 아닙니다. 팀 문화를 붙잡아 두는 앵커 역할을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활동이 강화하는 것들:

  • 영웅 플레이보다 대비: 거대한 불을 끄는 영웅을 찬양하는 대신, 불이 작고 드물어지도록 꾸준히 대비하는 문화를 만듭니다.
  • 공동 소유: 그리드는 모두가 볼 수 있습니다. 특정 도구 속에 숨겨져 있지 않습니다. 개발자, PM, SRE, 비기술 이해관계자까지도 이해하고 기여할 수 있습니다.
  • 심리적 안전감: 손으로 그린 그리드와 스케치는 공식 문서보다 덜 위압적입니다. 사람들은 “이게 다운되면 어떻게 되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하기 쉬워집니다.
  • 지속적인 개선: 매주 지난주 문제 → 이번 주 실험 → 다음 주 변화가 하나의 흐름으로 눈에 보입니다.

신뢰성을 일회성 캠페인이나 별도의 “SRE 이니셔티브”로 취급하는 대신, 주간 종이 그리드는 신뢰성을 팀의 일상적인 대화와 일하는 방식의 일부로 만듭니다.


신뢰성 작업을 가시화하고 비즈니스와 연결하기

신뢰성에 대한 투자는 조직 내 다른 사람들에게 종종 “보이지 않는 일”로 느껴집니다. 주방 테이블 그리드는 이 점을 연결해 주는 도구가 됩니다.

각 셀을 채울 때 다음 질문을 함께 적어 봅니다.

  • 이 작업은 어떤 고객 경험을 보호하거나 개선하는가?
  • 어떤 비즈니스 지표와 연결되는가? (매출, 이탈률, NPS, 지원 티켓 수 등)
  • 이 작업이 어떻게 혁신이나 민첩성을 지원하는가? (예: 배포를 더 안전하게 만들거나 인시던트 트리아지를 더 빠르게 하는지)

각 셀에 작은 메모나 아이콘을 추가해 비즈니스 드라이버를 표시할 수도 있습니다.

  • $ : 매출이나 트랜잭션
  • 🙂 : 고객 만족
  • ⚡ : 딜리버리 속도나 조직 민첩성

그 순간, 이 종이는 단순한 엔지니어링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신뢰성이 어떻게 성장을 뒷받침하는지 보여주는 지도”**가 됩니다.

경영진이나 다른 이해관계자가 “신뢰성은 지금 뭐 하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실제 종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5분 안에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하고 지루하지 않게 유지하기

이 아날로그 의식을 오래 가져가려면, 가볍고 인간적인 느낌을 유지해야 합니다.

  • 연필로 시작하고, 필요하면 펜으로. 쉽게 지울 수 있다는 느낌은 마음을 바꾸어도 된다는 신호를 줍니다.
  • 거친 스케치를 허용하기. 모든 걸 깔끔하게 쓸 필요는 없습니다. 다이어그램과 화살표가 오히려 더 좋은 논의를 이끌어낼 때가 많습니다.
  • 퍼실리테이터를 로테이션하기. 매주 다른 팀원이 세션을 진행하게 해 공동 소유감을 키웁니다.
  • 마이크로 드릴을 섞어 넣기.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실제 인시던트 시나리오를 짧게 롤플레이하면서, 그리드를 스크립트처럼 써 봅니다.

목표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분기 한 번 번아웃하고 사라지는 무거운 프로세스가 아니라, 몇 달, 몇 년 동안 이어갈 수 있는 단순한 습관이어야 합니다.


결론

연필-그리드 인시던트 주방 테이블은 작지만 영향력이 큰 실천입니다.

  • 종이 한 장이 매주 신뢰성 사고를 위한 조종석이 됩니다.
  • 아날로그 도구(그리드, 체크리스트, 스케치)는 현대적인 SRE 실천과 결합되어 디지털 피로를 줄이고 포커스를 날카롭게 합니다.
  • 주방 테이블 세션은 가벼운 테이블탑 연습으로, ‘언제가 될지 모를 장애 상황’에서 무엇을 할지 미리 리허설하는 시간이 됩니다.
  • 프로세스를 넘어 문화가 주간 단위로 쌓입니다. 대비 태세, 협업, 지속적인 개선이라는 문화 말이죠.
  • SRE 목표를 물리적인 그리드에 매핑하면, 우선순위와 트레이드오프가 한눈에 보입니다.
  • 비즈니스 정렬은 각 셀이 고객 경험과 성장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신뢰성을 개선하기 위해 또 다른 복잡한 도구가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필요한 건 연필 한 자루, 종이 한 장, 그리고 실제 혹은 가상의 주방 테이블에 팀이 모여 앉아 이런 질문을 던질 의지입니다.

“이번 주에는 지난주보다 더 잘 대비되기 위해 무엇을 해볼까?”

그리드 한 장, 대화 한 번, 실험 한 개로 시작하세요. 그리고 매주 반복하면 됩니다.

연필-그리드 인시던트 주방 테이블: 종이 한 장으로 만드는 주간 신뢰성 실험 계획 | Rain L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