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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잇 의사코드 트릭: IDE를 열기 전에 작은 알고리즘부터 스케치하라

포스트잇이나 메모지에 작은 의사코드를 끄적이는 습관이 어떻게 사고를 선명하게 만들고, 버그를 줄이며, IDE를 열기 전부터 더 나은 코드를 쓰게 도와주는지 알아보세요.

포스트잇 의사코드 트릭: IDE를 열기 전에 작은 알고리즘부터 스케치하라

아마 이미 이름도 모르고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문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옆에 있던 포스트잇을 집어 들고 대충 이렇게 적어본 경험이요:

if cart is empty → show message else → calculate total and show checkout

저 작은 낙서? 그게 바로 **의사코드(pseudocode)**입니다.

요즘은 강력한 IDE, 자동완성, AI 코드 보조 도구까지 있는 시대라, 펜과 종이를 꺼내는 게 다소 구식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단순한 포스트잇 한 장과 의사코드 몇 줄이야말로, 정확하고 읽기 쉽고 유지보수하기 좋은 코드를 쓰게 해 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포스트잇 의사코드 트릭”은 의도적으로 에디터를 열기 전에 작은 알고리즘을 먼저 스케치하는 습관에 관한 것입니다. 빠르고, 저기술(low-tech)에, 실제 코딩을 훨씬 매끄럽고 오류 적게 만들어 주는 놀라운 효과가 있습니다.


의사코드, 정확히 뭐지?

의사코드는 알고리즘을 사람 눈으로 읽기 쉽게 풀어 쓴 것으로, 코드처럼 보이지만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에 묶여 있지 않은 표현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부터 이렇게 쓰는 대신:

for i in range(len(nums)): if nums[i] == target: return i return -1

먼저 이렇게 적을 수 있습니다:

for each index i in list if element at i equals target return i if not found return -1

엄격한 문법도 없고, 타입도 없고, import도 없습니다. 그저 컴퓨터에게 시키고 싶은 로직과 구조만 남겨 둔 상태죠.

의사코드는 일종의 다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 한쪽에는 머릿속의 대충 이런 생각이 있고요. ("이 리스트에서 저 값을 찾아야 해")
  • 다른 한쪽에는 실제 언어로 작성된 구체적인 구현이 있습니다.

의사코드는 세미콜론이나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 같은 걸 바로 걱정하지 않고도, 이 둘 사이를 천천히 걸어갈 수 있게 해 줍니다.


왜 굳이? IDE도 있는데

현대 개발 도구들은 훌륭합니다. 동시에 집중을 흐리는 요소도 잔뜩 달려 있습니다.

  • 문법 하이라이팅 때문에 아이디어보다 토큰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 자동완성은 문제를 끝까지 정의하기도 전에 코드를 제안해 버리고,
  • 빨간 밑줄은 로직보다 문법 오류를 먼저 고치게 만듭니다.

IDE에서 곧장 코딩을 시작하면 이런 상황에 빠지기 쉽습니다:

  • 문제를 다 이해하기도 전에 코드를 치기 시작한다.
  • 설계가 잘못됐는지 모른 채, 어정쩡하게 돌아가는 코드를 이리저리 고치느라 시간을 보낸다.
  • 처음에 단계들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아서, 장황하고 꼬인 코드가 나온다.

의사코드는 이 과정을 통째로 건너뛰게 해 줍니다.

알고리즘을 먼저 스케치하면:

  1. 구현 디테일이 끼어들기 전에 의도를 먼저 분명히 할 수 있고,
  2. 나중에 버그가 될 수 있는 빠진 케이스를 미리 드러내고,
  3. 도구가 아니라 로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짧게 개요를 잡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에 조금만 투자하면, 나중에 고치고 지우는 시간을 크게 줄여 줍니다.


기계에 독립적인 설계: 컴퓨터 과학자처럼 생각하기

좋은 알고리즘은 언어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파이썬이건 Rust건, 자바스크립트건 Go건, 이진 탐색(binary search)이나 병합 정렬(merge sort) 같은 알고리즘의 핵심 단계는 변하지 않습니다.

의사코드는 이런 기계/언어 독립적인 수준에서 계획하게 도와줍니다.

  • 반복, 비교, 분기, 저장, 조회 같은 연산 관점에서 생각하게 만들고,
  • for를 쓸지 while을 쓸지, foreach를 쓸지는 잠시 잊게 하고,
  • 문법이 아니라, 정확성·명확성·복잡도에 집중하게 합니다.

이게 바로 알고리즘적 사고입니다.

  • 입력은 무엇인가?
  • 출력은 무엇인가?
  • 그 사이의 단계는 무엇인가?
  • 예외·경계 상황에서는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가?

의사코드는 이런 질문들을, 특정 언어 문법이나 라이브러리 API에 방해받지 않고 편하게 탐색해 볼 수 있는 안전한 놀이터가 됩니다.


버그로 터지기 전에 논리 오류 잡기

짜증나는 버그 상당수는 문법 문제가 아니라 논리 문제입니다.

  • 리스트가 비어 있을 때 어떻게 되는지 빼먹었거나,
  • 중복 값을 처리하는 걸 생각 안 했거나,
  • 정렬이 이미 되어 있다고 가정했는데 실제로는 아니었거나.

의사코드를 쓰면 이런 단계를 하나씩 따라가 보게 됩니다:

function find_user(id): if users list is empty → ? for each user in users if user.id == id return user what if we never find the user? → return null / error

? 표시나, "사용자를 끝까지 못 찾았을 때" 같은 에지 케이스가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포스트잇 위에서는 이런 게 도드라져 보이지만, 실제 코드 파일에서는 함수나 에러 처리, 프레임워크 보일러플레이트 속에 쉽게 묻혀 버립니다.

의사코드를 써 두면 그다음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습니다.

  • 예시 입력을 몇 개 떠올려 보고,
  • 줄마다 따라가며,
  • "여기서 X가 null이면 어떻게 되지?", "리스트에 원소가 하나만 있으면?" 같은 질문을 던져 봅니다.

이 과정에서 테스트가 실패하기도 전에, 빠진 체크나 일관성 없는 동작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그만큼 실제 코드를 고치는 횟수와 버그 수가 줄어듭니다.


손으로 끄적이는 작은 코드의 힘

문서나 노트 앱에 타이핑으로 의사코드를 써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손으로 직접 적는 것—포스트잇, 노트, 화이트보드 위에—은 특히 강력한 면이 있습니다.

손글씨는 자연스럽게:

  • 속도를 조금 늦춰 줍니다 – 생각할 여유가 생길 만큼만,
  • 스택오버플로우, 알림, 다른 탭 같은 방해 요소에서 끊어 주고,
  • 메모 공간이 좁다 보니, 말 줄이고 핵심만 쓰게 만듭니다.

이 작은 마찰은 단점이 아니라 장점입니다. 우리를 이렇게 유도하니까요:

  • 알고리즘의 핵심에 집중하게 만들고,
  • 문제의 진짜 코어만 좁은 공간에 담도록 강요하고,
  • 오버엔지니어링을 피하고, 단순함을 유지하게 합니다.

포스트잇 의사코드에 쓸 만한 기준 하나:

알고리즘이 작은 포스트잇 한 장에 안 들어간다면,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눌 필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나눠진 조각들이 실제 코드를 짤 때 자연스럽게 함수, 메서드, 혹은 서비스 단위로 떨어집니다.


의사코드는 훌륭한 의사소통 도구다

의사코드는 나 혼자만 보려고 쓰는 용도에 그치지 않습니다. 협업에도 아주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파이썬 개발자와 자바 개발자가 함께 논의한다고 해 봅시다. 둘이 각자 언어 문법이나 기능으로 싸우기보다는, 이런 중립적인 표현을 같이 보는 편이 낫습니다:

function process_order(order): if order has no items return error "Empty order" calculate subtotal from items apply discounts add taxes if payment successful mark order as paid send confirmation email else log failure return error "Payment failed"

이 버전은:

  • 어떤 언어를 쓰든 코드를 좀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고,
  • 언제 이메일을 보내고, 언제 실패를 로그로 남길지 같은 의사결정 포인트가 잘 보이고,
  • 문법 말다툼 대신 비즈니스 로직에 집중해서 논의하게 해 줍니다.

설계 리뷰, 기술 면접, 페어 프로그래밍 세션 등에서, 의사코드는 이런 공통 언어 역할을 합니다.

  • 서로 다른 기술 스택 사이의 마찰을 줄이고,
  • API·프레임워크 레벨이 아니라 설계 레벨에서 얘기가 오가게 만듭니다.

초보에게도, 베테랑에게도 유용하다

초보 개발자들은 의사코드를 일종의 "보조 바퀴"쯤으로 여기며, 나중에는 안 쓰게 될 거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숙련된 개발자들은 이제는 이런 거 없어도 된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둘 다 아까운 생각입니다.

초보 개발자에게

의사코드는 이런 도움을 줍니다.

  • 문제 설명을 단계별 절차로 옮기는 연습을 하게 해 주고,
  • 로직 이해하기문법 배우기를 분리해 줍니다.
  • 컴파일러나 런타임을 만나기 전에, 스스로 논리를 확인해 볼 수 있게 합니다.

특히 두 번째, 세 번째 언어를 배울 때 아주 유용합니다. 로직은 그대로고, 문법만 바뀌니까요.

숙련된 개발자에게

의사코드는 이런 도움을 줍니다.

  • 복잡한 기능을 체계적으로 쪼개고,
  • 잘못된 머릿속 모델로 IDE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가 헤매는 일을 줄이고,
  • 복잡한 흐름을 팀원들에게 빠르게 설명할 수 있게 합니다.

비슷한 코드를 백 번 짜 본 상황이라도, 짧은 의사코드 스케치는:

  • 내가 암묵적으로 깔고 있는 가정들을 드러내고,
  • 성능·에지 케이스를 더 쉽게 따져 볼 수 있게 합니다.

다루는 시스템과 이해관계자, 제약이 많아질수록, 먼저 종이 위에서 로직을 제대로 잡는 습관의 가치는 더 커집니다.


실전에 쓰는 포스트잇 의사코드 트릭

거창한 프로세스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음 번에 만만치 않은 작업을 앞두고 있다면, 이 가벼운 루틴을 한번 써 보세요.

  1. IDE를 열기 전에, 포스트잇이나 작은 종이 한 장을 집어 듭니다.
  2. 맨 위에 세 가지를 적습니다.
    • Inputs (입력)
    • Output (출력)
    • 한 줄짜리 메인 목표
  3. 그 아래에 5~15줄 정도로 알고리즘을 의사코드로 스케치합니다.
  4. 일반적인 케이스 1개에지 케이스 최소 1개를 머릿속으로(또는 간단히) 대입해 보며 따라가 봅니다.
  5. 그다음에야 IDE를 열고, 의사코드 각 줄을 실제 코드로 옮깁니다.

예를 들어:

Inputs: list of transactions, startDate, endDate Output: total amount in range if list is empty → return 0 set total to 0 for each transaction in list if transaction.date is between startDate and endDate total = total + transaction.amount return total

이제 IDE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 각 줄을 실제 코드(언어)로 번역하고,
  • 날짜 파싱, 타입, 라이브러리 호출 같은 언어별 디테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가장 머리 쓰는 논리 설계는 이미 끝난 상태가 되는 셈입니다.


결론: 작은 스케치, 큰 효과

포스트잇 의사코드 트릭은 정말 단순합니다.

  • 코딩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멈춘다.
  • 알고리즘을 의사코드로 스케치한다—가능하면 손으로, 작은 공간에.
  • 로직, 에지 케이스, 구조를 먼저 생각한다.

그 대가로 얻게 되는 것은:

  • 더 명확하고 의도적인 설계,
  • 더 적은 논리 버그와 리팩터링,
  • 사용하는 언어나 IDE와 상관없이 팀원들과 더 나은 대화,
  • 단순히 코드를 타이핑하는 사람이 아니라, 알고리즘 설계자처럼 생각하는 습관입니다.

다음에 에디터를 바로 열고 싶어질 때, 잠깐만 멈추고 포스트잇을 먼저 집어 들어 보세요. 거기에 작은 알고리즘부터 끄적이십시오. 그 60초짜리 스케치가, 나중에 디버깅 한 시간을 아껴 줄 때가 생각보다 자주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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