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 Lag

조용한 사다리 전략: 작은 ‘눈에 보이는 성과’로 주니어 개발자에서 팀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기

주니어 개발자가 영웅적인 순간을 쫓는 대신, 작지만 눈에 잘 보이는 성과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어떻게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매일의 업무를 ‘오너십·영향력·임팩트’로 이어지는 분명한 경로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조용한 사다리 전략: 작은 ‘눈에 보이는 성과’로 주니어 개발자에서 팀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기

대부분의 주니어 개발자는 마음속에 비슷한 질문을 품고 있습니다.

"팀에서 그냥 한 명의 개발자가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많은 사람들은 그 답이 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 거대한 기능을 혼자 뚝딱 만들어 내거나,
  • 밤새 비상 장애를 복구하거나,
  • 수석/프린시플 엔지니어를 감탄하게 만드는 아키텍처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히어로 모먼트’는:

  • 드물고,
  • 운에 많이 좌우되며,
  • 정작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지도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보다 훨씬 더 반복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경로가 있습니다. 저는 이걸 **‘조용한 사다리(Quiet Ladder)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팀과 회사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에 맞춰, 작고, 꾸준하고, 눈에 잘 보이는 성과를 쌓으면서 임팩트와 평판을 함께 키워가는 것.

이건 시끄럽게 자기어필을 하거나, 정치적으로 군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소통하며, 자신이 낸 임팩트를 얼마나 보기 쉽게 만들 것인지를 의식적으로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왜 ‘큰 한 방’보다 작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더 강한가

‘큰 한 방’식 영웅적인 활약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 자주 일어나지 않고, 예측도 어렵고,
  • 대부분 비상 상황에서 나오기 때문에(장기적으로 누구에게도 건강하지 않습니다),
  •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느냐에 따라 기회가 갈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작은 성과는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 의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 어디에 기여할지 스스로 고를 수 있습니다.
  • 반복 가능하다 – 주 단위, 심하면 일 단위로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 누적 가능하다 – 시간이 지나면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분명한 스토리가 됩니다.

핵심은 단순히 “가치 있는 일을 했다”가 아니라, 다음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겁니다.

  1. 팀과 회사 입장에서 실제로 가치가 있고,
  2. 관련된 사람들이 보기 쉽게 드러나는 일일 것.

이게 바로 ‘조용한 사다리’입니다. 작은, 눈에 보이는 성과 하나하나가 사다리의 한 칸이 되고, 그걸 밟고 올라가면서 점점 더 큰 오너십과 영향력, 책임을 맡게 됩니다.


1단계: ‘성과’의 기준을 다시 정의하기

많은 주니어는 “성과”라고 하면 거대한 기능을 배포하는 것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이고 유용하기만 하면 성과는 훨씬 더 작을 수 있습니다.

의미 있는 작은 성과의 예시는 이런 것들입니다.

  • 모두를 괴롭히던 flaky 테스트(간헐적으로 실패하는 테스트)를 고친 것.
  • 자주 쓰는 CI/CD 파이프라인 빌드 시간을 15% 줄인 것.
  • 로그/에러 메시지를 개선해서 온콜(on-call) 대응이 훨씬 쉬워지게 만든 것.
  • 개발 환경 셋업 방법을 짧고 명확한 내부 가이드로 정리한 것.
  • 특정 유형의 장애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guardrail(안전장치)을 추가한 것.

이런 일들은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것들을 꾸준히 해내고, 거기에 더해 잘 보이게 만들어 두면, 사람들은 점점 이렇게 인식합니다.

“저 사람 = 믿을 수 있고, 먼저 찾아서 개선하고, 팀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


2단계: 부담스럽지 않게, 하지만 선제적으로 소통하기

보이지 않는 일은 누적 효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자랑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통은 필수입니다.

  •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 – 아직 끝나지 않아도, 짧게 어디까지 왔는지 말합니다.
  • 결과를 공유하기 – “뭘 했는지”에서 끝나지 말고, “그래서 결과가 어땠는지”까지.
  • 배운 점을 공유하기 – 새로 알게 된 점, 개선한 점, 문서화한 내용을 가볍게 곁들입니다.

실제로 쓸 수 있는 방식은 예를 들면:

  • 티켓을 닫을 때 Slack/Teams에 짧게 비동기 업데이트 남기기:
    • “체크아웃 타임아웃 이슈 수정 배포 완료했습니다. 평균 응답 시간이 1.8s → 1.1s로 줄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티켓 #123에, 원인 분석 노트도 남겼습니다.”
  • PR 설명에 짧게 **“What I learned”**나 “Notes” 섹션을 추가하기.
  • 팀 스탠드업이나 주간 공유 시간에 작은 성과를 이야기하되,
    • 투입 노력이 아니라 결과에 초점 맞추기:
      • “테스트 스위트 X flakiness를 약 10번 중 1번 실패 → 20번 중 0번 실패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사람들은 구체적인 수치를 다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이런 패턴은 기억합니다.

“저 사람은 뭔가를 꾸준히 내고, 팀에 실제로 도움이 되게 만들고, 설명도 명확하게 한다.”


3단계: 선을 넘지 않으면서, 크로스 펑셔널(횡단) 경험 쌓기

팀의 “핵심 인력(linchpin)”이 된다는 건, 자기 파트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다른 역할과 접점은 넓혀야 합니다.

  • 다른 기능(롤)과 닿아 있는 작은 일을 자원해서 맡아 보세요.
    • QA가 환경 이슈를 디버깅할 때 옆에서 도와주기.
    • 데이터 분석가와 페어링해서 새로운 메트릭을 제품에 노출시키기.
    • 디자인, 프로덕트, 인프라가 함께 하는 단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기.
  • 매니저에게 “고아 이슈(orphan problem)”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세요.
    • 모두가 싫어하지만 아무도 책임지고 안 고치는 내부 툴.
    • 담당자는 없는데, 없어지면 모두 힘들어지는 ‘글루(glue) 역할’들.

이렇게 자신의 스코프 밖의 사람들을 도와주기 시작하면, 두 가지가 바뀝니다.

  1. 내 네트워크가 넓어집니다. – 나를 알고, 나를 신뢰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2. 컨텍스트가 늘어납니다. – 내가 짠 코드가 고객·매출·운영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컨텍스트가 쌓이면, 나중에 내 의사결정의 질이 좋아지고, 내가 하는 제안의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4단계: 매일의 일을 회사 목표와 연결해서 보기

많은 엔지니어들은 코드 변경과 비즈니스 결과를 명시적으로 연결하지 않습니다.

“티켓”과 “기술 요소” 중심으로만 말하고, 임팩트에 대해서는 잘 언급하지 않죠.

말하는 방식만 조금 달라도 강하게 눈에 띌 수 있습니다.

일을 시작할 때 이런 질문을 던져 보세요.

  • “이 기능은 어떤 메트릭을 개선하기 위한 거죠?”
  • “이건 전환율(Conversion), 유저 유지(Retention), 아니면 안정성(Reliability) 쪽에 더 가까운 목표인가요?”
  • “이 변경이 실제로 도움이 됐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결과를 공유할 때, 이렇게 연결해서 말합니다.

  • 이렇게만 말하지 말고: “캐싱 레이어를 정리했습니다.”
  • 이렇게 말해 보세요: “캐싱 레이어를 최적화해서 상품 상세 페이지 로딩 속도가 약 30% 빨라졌습니다. 최근에 보고 있던 이탈률(bounce rate) 문제에 도움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는 일은 여전히 엔지니어링입니다. 다만, 그걸 회사 언어로 번역해서 말하는 겁니다.

목표, 메트릭, 결과.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단순히 “코드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엔지니어”**로 인식됩니다.


5단계: 시니어/테크 리드와의 신뢰 쌓기

당연히 매니저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의 성장을 좌우하는 사람은 매니저만이 아닙니다.

시니어 엔지니어, 스태프 엔지니어, 테크 리드는:

  • 승진이나 성장 기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 아키텍처나 팀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 “재밌고 중요한 일”에 누구를 같이 끌어갈지도 정합니다.

이들에게 나는 신뢰할 만하고, 호기심 많고, 잘 배우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신뢰를 쌓는 실전 방법은 이런 식입니다.

  • 질문할 때, 막연하게 묻지 말고 구체적으로 물어보기.
    •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어떻게 성장하면 좋을까요?”
    • 이렇게: “지금 X 기능을 구현 중인데, 이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디자인 패턴이나 트레이드오프가 있을까요?”
  • 조언을 들으면 실제로 해 보고, 다시 알려주기.
    • “지난번에 Y에 메트릭 추가하라고 하셔서, 지난주에 적용해 봤습니다. 이 대시보드에서 지금까지 데이터가 이렇게 나오고 있어요.”
  • “화려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을 도와주겠다고 먼저 나서기.
    • 리팩터링, 마이그레이션, 안정성 개선 같은 일들. 시니어는 이런 게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시니어들이 볼 때, 내 모습이 이렇게 보이기 시작하면:

“조언을 잘 받아들이고, 중요한 일(특히 지루한 일도)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사람.”

자연스럽게 더 큰 영역, 더 중요한 시스템을 맡길 후보로 나를 떠올리게 됩니다.


6단계: 내 임팩트가 ‘보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들기

사람들에게 “지난 6~12개월 동안 내가 뭘 해왔는지”를 다 기억해 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들 자기 일만으로도 바쁩니다.

그래서 내 임팩트를 보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 우선, 나만 보는 **간단한 임팩트 로그(impact log)**를 유지해 보세요.
    • 날짜, 문제, 내가 한 일, 결과, 관련 메트릭 정도만 적어도 충분합니다.
    • 예시: “5월 3일 – 테스트를 병렬 실행하도록 바꿔서 CI 파이프라인 시간을 18분 → 11분으로 단축. 방법 정리해서 #dev-infra 채널에 공유.”
  • 여기저기 흩어진 작업을 구조화된 산출물로 정리합니다.
    • 짧은 내부 문서: “우리 결제 재시도(payment retry)는 이렇게 동작한다”
    • 체크리스트, 런북(runbook), 트러블슈팅 가이드 등.
  • 주기적으로 요약해서 공유합니다.
    • 매니저와의 1:1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가세요.
      • “이번 분기에는 릴리즈 프로세스 마찰 줄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CI 시간 40% 단축, flaky 테스트 80% 감소, 온콜용 런북 두 개 작성했습니다.”

이건 “칭찬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니저나 리더들이 나를 위해 대신 말해 줄 수 있을 만큼, 내 성과를 쉽게 볼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해 두는 겁니다.

즉, 나를 옹호(advocate)하기 쉽게 만들어 주는 것.


7단계: 각 성과를 ‘사다리의 한 칸’으로 보고 설계하기

조용한 사다리 전략이 진짜 힘을 발휘하는 지점은, 각 성과를 순서 있게 배치할 때입니다.

  1. 아주 작고, 내 주변부터 시작하기
    팀원이 늘 불평하던 버그를 고치고, 개발 워크플로를 살짝 개선하고, 코드베이스의 작은 부분부터 정리하는 식입니다.

  2. 점점 더 레버리지(파급력)가 큰 일로 옮겨가기
    신뢰를 어느 정도 쌓았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일로 스코프를 넓힙니다.

    • 예: 테스트 인프라, 공용 컴포넌트, 코어 플로우(결제, 가입, 검색 등).
  3. 내가 닿는 표면적(surface area) 넓히기
    크로스 펑셔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작은 기능이라도 end-to-end로 책임져 보고, 작더라도 디자인/설계 결정을 직접 내려보는 식으로.

  4. 의도적으로 ‘오너십’을 선언하기
    어떤 영역에서 꾸준히 개선을 만들어 왔다면, 이렇게 말해볼 수 있습니다.

    • “요즘 릴리즈 프로세스랑 안정성 쪽에 집중해서 개선해 왔는데, 이 부분을 좀 더 공식적으로 제가 책임지고 다음 라운드 개선을 리드해 보고 싶습니다.”

각 단계(사다리의 한 칸)는 화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쌓이면, 하나의 분명한 내러티브가 생깁니다.

“이 사람은 꾸준히 나타나서, 중요한 걸 개선하고, 그걸 명확하게 설명하고, 더 큰 책임을 맡겨도 믿을 수 있다.”

실제로 팀의 “핵심 인력(linchpin)”이란 이런 모습입니다.


모두 합쳐서, 3~6개월 로드맵으로 만들기

앞에서 이야기한 조용한 사다리 전략을, 앞으로 3~6개월 동안 이렇게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1. 팀에서 반복적으로 불만이 나오는 문제 2~3개를 찾는다.
    그 문제들을 작고 안전한 단위로 쪼개서 하나씩 줄여 나갑니다.

  2.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이건 어떤 목표·메트릭과 연결돼 있지?”를 스스로 묻는다.
    그리고 스탠드업, PR 설명, 회의 발언에서 그 언어(목표·메트릭·결과)로 프레이밍합니다.

  3. 가벼운 임팩트 로그를 유지한다.
    나중에 1:1, 피드백, 평가 시즌에 큰 힘이 됩니다.

  4. 한 달에 한 번은, 크로스 펑셔널/크로스 팀 작업을 자원해서 해 본다.
    QA, 인프라, 데이터, 프로덕트 등 다른 조직이 막혀 있는 걸 도와줍니다.

  5. 시니어 엔지니어를 능동적으로 ‘루프 안에’ 포함시킨다.
    가볍게 피드백을 요청하고, 실제로 반영해 본 뒤, 그 결과를 다시 공유합니다.

몇 달이 지나면, 단지 “내가 성장한 것 같은 기분”만 들지는 않을 겁니다.

실제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손에 잡히게 됩니다.

  • 팀에 실제로 도움이 된, 구체적인 개선 사례들의 리스트.
  • 직무를 넘나드는 관계들, 그리고 다양한 레벨의 동료들과 쌓인 신뢰.
  • “내 스코프와 임팩트가 어떻게 넓어졌는지” 일관된 스토리.

이게 바로 조용한 사다리입니다.

드라마도, 과장된 퍼포먼스도 없이, 그저 꾸준하고 눈에 보이는 진전으로 팀이 진짜로 의지하는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

가장 좋은 점은, 이 사다리는 지금 당장도 한 칸 올라가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늘 하는 다음 일 하나를, “작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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