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팀 러버덕: 사용자보다 먼저, 스스로 기능을 부숴보라
“레드팀 러버덕킹”으로 실제 공격자·스패머·사기꾼이 프로덕션에서 악용하기 전에, 종이 위에서 체계적으로 기능을 깨고, 남용·오용하는 방법을 배워보세요.
레드팀 러버덕: 사용자보다 먼저, 스스로 기능을 부숴보라
새로운 기능을 배포하는 일은 즐겁다. 하지만 그 기능이 첫날부터 악용되는 모습을 보는 건 전혀 즐겁지 않다.
현대의 제품은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운영된다. 스패머, 사기꾼, 경쟁사, 심심한 10대, 심지어 선의의 헤비 유저까지도 당신이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밀어붙일 것이다. 개발 과정이 기능이 어떻게 동작해야 하는지만 고민하고,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면, 보안과 안정성은 사실상 운에 맡기는 셈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레드팀 러버덕이다. 아주 단순한 사고 모델(혹은 책상 위에 실제 고무 오리를 올려두어도 좋다)일 뿐이지만, 출시하는 모든 기능을 적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상기시켜준다.
이 글에서는 다음 내용을 다룬다.
- 기능 설계 단계에서 적대적 사고(adversarial thinking) 를 표준 절차로 활용하는 법
- 리뷰 시간을 “레드팀 러버덕킹(red-team rubber ducking)” 세션으로 바꾸는 법
- 위협 모델링(threat modeling) 의 핵심 아이디어를 가볍게 차용하는 법
- 사용자 스토리와 함께 오용/악용 시나리오(misuse cases) 를 작성하는 법
- 평소 디자인 리뷰·코드 리뷰에 남용/악용 관점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법
이 모든 것을, 전담 보안팀 없이도 시작할 수 있다.
적대적 사고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적대적 사고(adversarial thinking) 란, 실제 악의적인 사용자가 나타나기 전에 당신이 만든 기능이 어떻게 악용·오용·파괴될 수 있는지를 의도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다.
다음 질문만 묻는 대신:
“이 기능은 우리의 타깃 사용자에게 잘 동작할까?”
이 질문도 반드시 함께 묻는다:
“사기꾼·스패머·데이터 도둑이라면, 이걸 어떻게 꼬아서 자기 이득에 활용하려 들까?”
예를 들어:
- 메시징 기능은 단순한 “편리한 사용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다. 잠재적인 스팸 발사기(spam cannon) 이기도 하다.
- 파일 업로드 엔드포인트는 “쉬운 파일 공유”에 그치지 않는다. 잠재적인 악성코드 유포(malware delivery) 나 저장소 남용(storage abuse) 경로가 될 수 있다.
- “내 데이터 다운로드” 기능은 사용자 권한 강화 기능인 동시에, 계정이 탈취되었을 때 데이터 유출(data exfiltration) 도구가 될 수 있다.
적대적 사고는 그저 의심과 불안에 빠지기 위한 게 아니다. 다음을 위한 실용적인 훈련이다.
- 나중의 사고 대응·소방전(불 끄기)을 줄이기 위해
- 서비스 평판을 망치는 민망한 악용 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 사용자를 보호하고, 막을 수 있었던 피해로부터 비즈니스를 지키기 위해
레드팀 러버덕킹: 공격자처럼 기능을 디버깅하기
이미 러버덕 디버깅(rubber duck debugging) 을 알고 있을 수 있다. 코드 한 줄 한 줄을 생명 없는 고무 오리에게 설명하다 보면, 논리 오류를 스스로 발견하게 되는 기법이다.
레드팀 러버덕킹(red-team rubber ducking) 은 같은 아이디어를, 남용·악용과 보안에 적용한 버전이다.
이걸 하나의 디버깅 의식(ritual) 으로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 지금 막 만들었거나 곧 배포할 기능 하나를 고른다.
- 온보딩에서 엣지 케이스까지, 기능 흐름 전체를 단계별로 따라가며 살펴본다.
- 각 단계마다 이렇게 해본다. “내가 공격자·스패머·사기꾼이라면 여기서 무엇을 할까?” 라고 말로 풀어 설명해 본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들을 던져보자.
- 어떤 입력 필드에 예상치 못한 콘텐츠(HTML, SQL, 스크립트, 과도하게 큰 페이로드 등)를 집어넣을 수 있을까?
- 다른 사용자에게 어떤 출력을 강제로 노출시킬 수 있을까? (XSS, 피싱, 평판 공격 등)
- 어떤 API 호출을 대량으로 남용할 수 있을까? (봇, 스크래핑, 번호/ID 열거(enumeration) 등)
- 어떤 외부 연동 지점을 악용할 수 있을까? (SSO, 웹훅, 결제 시스템 등)
세계적인 해커가 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 먼저 해피 패스(happy path) 를 차근차근 따라가고,
- 이어서 악의적이거나 부주의한 행동이 어디서 어떻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따라가며 언해피 패스(unhappy paths) 를 추적하는 것이다.
기능 하나당 15분만 투자해도, 원래라면 실제 악용이 발생한 뒤에야 드러났을 문제들이 미리 눈에 띄기 시작한다.
위협 모델링에서 가볍게 차용하기 (과하게 무겁게 만들지 않기)
정교한 위협 모델링(threat modeling) 프로세스는 꽤 무겁다. 하지만 그 핵심 개념 몇 가지만 뽑아와서, 아주 가볍게 적용해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기능을 설계할 때, 다음 네 가지만 간단히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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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Assets) –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가?
- 사용자 데이터, 인증 정보(크리덴셜), 결제 정보
- 브랜드와 평판 (예: 플랫폼 내 스팸, 괴롭힘 등)
- 인프라 자원 (스토리지, 컴퓨트, 대역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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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입점(Entry points) – 누가 어디를 통해 이 기능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가?
- UI 폼, 업로드, 댓글/코멘트 박스
- API와 웹훅(webhooks)
- 외부 연동 (OAuth, SSO, 서드파티 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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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경계(Trust boundaries) – 데이터가 한 신뢰 수준에서 다른 신뢰 수준으로 넘어가는 경계는 어디인가?
- 브라우저에서 백엔드로 들어가는 지점
- 우리 시스템에서 써드파티 서비스로 나가는 지점
- 서로 다른 권한을 가진 내부 서비스 간 데이터 이동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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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시나리오(Negative scenarios) –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은 무엇인가?
- “한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의 비공개 데이터를 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 “차단된 사용자는 다시는 피해자에게 연락할 수 없어야 한다.”
- “업로드를 통해 공격자가 임의 코드를 실행(arbitrary code execution)하게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이 항목들을 일반적인 긍정 요구사항 옆에 함께 적어 둔다. 무엇이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지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나면, 그에 맞춘 방어를 훨씬 더 적극적으로 설계하게 된다.
미사용/오용 시나리오: 사용자 스토리의 거울
프로덕트 팀은 보통 사용자 스토리(user stories) 를 잘 작성한다.
“사용자로서, 친구들이 나를 알아볼 수 있도록 프로필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다.”
적대적으로 생각하려면, 여기에 미사용/오용 시나리오(misuse cases) 를 거울처럼 덧붙이면 된다.
“공격자로서, 이미지를 보기만 해도 코드가 실행되는 악성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싶다.”
“스패머로서, 여러 계정에 대량으로 공격적인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싶다.”
핵심 사용자 스토리마다 최소 하나씩 “공격자로서, 나는 … 하고 싶다(As an attacker, I want to …)” 형태의 미사용 시나리오를 적는다. 그리고 그에 맞는 대응책을 처음부터 설계한다.
예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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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스토리: “사용자로서, 나는 내 연결된 사람들에게 무제한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미사용 시나리오: “스패머로서, 나는 수천 명에게 원치 않는 메시지를 한 번에 발송하고 싶다.”
대응책:- 사용자별·IP별 레이트 리밋(rate limiting)
- 스팸 탐지 휴리스틱(heuristics)
- 간편한 신고 및 차단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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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스토리: “사용자로서, 나는 이메일을 통해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수 있다.”
미사용 시나리오: “공격자로서, 나는 비밀번호 재설정 플로우를 이용해 계정을 탈취하고 싶다.”
대응책:- 강력한 이메일 검증과 안티 피싱 문구
- 짧은 만료 시간의 토큰 및 디바이스/IP 체크
- 비밀번호 재설정 시도 시 계정 소유자에게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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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스토리: “사용자로서, 나는 내 계정 데이터를 모두 내보낼 수 있다.”
미사용 시나리오: “공격자로서, 한 계정을 탈취한 뒤 그 계정의 대규모 개인 식별 정보(PII)를 한 번에 빼내고 싶다.”
대응책:- 데이터 내보내기 시 추가 인증(step-up authentication)
- 내보내기 엔드포인트에 대한 레이트 리밋 및 모니터링
- 내보내기 데이터의 암호화와, 범위를 신중하게 제한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만든 미사용 시나리오는 설계 문서의 일부가 되고, 동시에 테스트 케이스의 일부가 된다.
레드팀 활동을 리뷰 프로세스의 1급 시민으로 만들기
“보안 리뷰”가 프로젝트 끝에 체크해야 하는 체크박스 정도로만 존재하면, 대개 급하게 처리되거나 아예 건너뛰게 된다.
대신, 이미 존재하는 팀의 의식에 레드팀 사고를 녹여 넣자.
1. 설계 리뷰(Design Reviews)
기능 설계 리뷰 시간에, 일정 시간을 떼어 두자 (예: 10–15분).
- 미사용/오용 시나리오를 하나씩 짚어 보기
- 자산, 진입점, 신뢰 경계를 명시적으로 짚어 보기
- “절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을 한 슬라이드나 한 섹션에 정리해두기
결과: 모든 설계 문서는 악용 시나리오와 이에 대한 방어 전략을 함께 포함해서 나오게 된다.
2. 코드 리뷰(Code Reviews)
코드 리뷰에 표준 질문 하나를 추가하자.
- “이 코드는 어떻게 악용되거나 깨질 수 있을까?”
리뷰어가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도록 독려하자.
- 누락된 검증·정규화(밸리데이션/새니타이제이션)가 없는지
- 신뢰 경계를 넘나드는 데이터 흐름이 예상 밖으로 흘러가진 않는지
- 권한이 과도하거나 너무 강력한 관리자(admin) 엔드포인트가 없는지
리뷰어가 잠재적인 악용 경로를 발견하면, 이를 미사용/오용 시나리오로 기록하고, 대응책을 제안하도록 한다.
3. 테스트 및 QA
공통적인 미사용 시나리오를 테스트 시나리오로 승격시키자.
- 명백히 악의적인 입력(스크립트, 매우 큰 페이로드, 비정상 값 등)을 시도해 보기
- 낮은 수준의 공격자를 시뮬레이션하기 (무인증 요청, 단순 스크립트, 기본 자동화 등)
- 레이트 리밋, 탐지 로직, 로깅이 기대한 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기
이는 전문 보안 테스트를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이슈를 더 이르고, 더 저렴하게 잡아낼 수 있게 해준다.
윤리적인 레드팀 활동: 현실적이고 합법적이며 위협과 정렬되게
“공격자처럼 생각하라(Think like an attacker)”는 말은 자칫 위험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법적·윤리적 한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개발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 자신의 시스템(혹은 명확히 범위가 지정된 테스트 환경) 내에서만 활동할 것
- 권한이 없는 실제 사용자 데이터에는 절대 접근하지 말 것
- “테스트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조직 정책을 우회하지 말 것
또한, 제품의 특성에 맞는 현실적인 위협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자.
- 소비자용 소셜 앱? 괴롭힘, 스팸, 사칭, 콘텐츠 남용을 떠올려야 한다.
- B2B SaaS? 데이터 유출, 계정 탈취, API 스크래핑 등을 생각해야 한다.
- 핀테크·결제 서비스? 사기(fraud), 차지백 남용, 자금 세탁 패턴 등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목표는 단숨에 전문 레드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제품이 실제로 마주하게 될 위협 환경과 상상력을 맞추는 것, 그리고 그 위협에도 견딜 수 있는 기능을 설계하는 것이다.
작게 시작해서, 자주 반복하기
시작부터 거창한 프로세스를 만들 필요는 없다. 작고 반복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자.
- 곧 배포될 기능 하나를 고른다.
- 그 기능을 대상으로 10–20분 정도 레드팀 러버덕 세션을 진행한다.
- 다음을 적어 둔다.
- 핵심 자산과 진입점
- 3–5개의 미사용/오용 시나리오
- 각 시나리오당 최소 한 개의 대응책
- 이 내용을 기능의 설계 문서, 티켓, PR 설명 등에 함께 첨부한다.
그리고, 새로운 기능이나 큰 변경이 있을 때마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시간이 흐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쌓인다.
- 우리 제품에 자주 등장하는 악용 패턴 라이브러리
- 새 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재사용 가능한 체크리스트
- 레드팀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예외가 아니라, 팀 문화의 일부가 되는 상태
결론: 부수는 일을, 만드는 일의 일부로 만들기
모든 공격을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쉬운 타깃이 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지킬 수 있다.
레드팀 러버덕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상기 장치다. “이 기능이 잘 동작하나?”라고 묻기 전에, “내가 이걸 부숴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를 먼저 물어보라는 신호다.
다음과 같은 습관을 들이면:
- 적대적 사고(adversarial thinking) 를 연습하고,
- 기능을 공격자 관점에서 단계별로 따라가 보고,
- 위협 모델링(threat modeling) 의 핵심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 모든 사용자 스토리에 미사용/오용 시나리오(misuse cases) 를 함께 작성하고,
- 이 사고방식을 설계·코드 리뷰·테스트에 녹여 넣는다면,
…많은 고위험 이슈를 초기에, 그리고 고치기 쉬울 때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실제 사용자에게 닿기 전에, 즉 사건·사고가 되기 전에 막을 수 있다.
습관으로 만들어라. 필요하다면 책상 위에 진짜 고무 오리를 올려두어도 좋다. 새 기능을 계획할 때마다, 먼저 오리에게 그 기능을 설명해 보라. 그리고 곧이어, 그 기능을 어떻게 악용할지도 설명해 보라.
부서질 거라면, 프로덕션에서 타인이 부수기 전에, 지금 당신이 먼저 부숴보는 편이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