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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시스템 플레이북: 눈에 띄지 않게 당신 대신 일하는 작은 개인 워크플로 설계법

반복 업무를 조용히 자동화하고, 마찰을 줄이며, 매일 쓰는 도구들을 하나의 생산성 엔진으로 엮어 주는 작고 AI 기반의 개인 워크플로를 설계하는 방법.

스몰 시스템 플레이북: 눈에 띄지 않게 당신 대신 일하는 작은 개인 워크플로 설계법

우리가 번아웃 되는 이유는 보통 크고 극적인 프로젝트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건 매일 하는 일에 숨어 있는 수천 가지의 작은 마찰입니다.

  • 매번 다시 써야 하는 비슷한 이메일
  • 형식만 바꿔 반복 작성하는 보고서
  • 늘 같은 방식으로 옮기는 파일들
  • 계속 다시 만드는 체크리스트

해결책은 새로운 앱 하나나, 삶 전체를 갈아엎는 거대한 ‘생산성 개혁’이 아닙니다. 답은 스몰 시스템입니다. 아주 작고 집중된 워크플로가 반복 업무를 조용히 처리해 주어, 진짜로 뇌를 써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이죠.

지금부터 소개할 내용은, 특히 AI를 곁들였을 때 이런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플레이북입니다.


“스몰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스몰 시스템은 하나의 좁고 반복 가능한 작업을 자동화하는, 아주 작은 개인용 워크플로입니다.

당신 인생 전체를 통제하려 들지 않습니다. 대신, 딱 이것만 합니다.

  1. 당신이 반복해서 하는 일을 하나 고르고
  2. 그 과정을 표준화하고
  3.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자동화한 뒤
  4. 최소한의 수고로 백그라운드에서 돌아가게 만드는 것

생산성 “핵(hack)”이라기보다는 마이크로 프로세스에 가깝습니다. 각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독립적이다 – 한 가지 일을 잘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 반복 가능하다 – 실행할 때마다 방식이 거의 같다
  • 문서화되어 있다 – 무슨 일을 언제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다
  • 업그레이드 가능하다 – 전체를 망가뜨리지 않고 조금씩 개선할 수 있다

각각은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개가 모이면, 하루의 마찰을 사라지게 만드는 조용한 생산성 엔진이 됩니다.


AI, 당신의 조용한 워크플로 동료

요즘 도구들은 스몰 시스템을 훨씬 강력하게 만들어 줍니다. 특히 AI는 다음과 같은 일을 잘합니다.

  • 비정형 입력(이메일, 메모, 대화 로그 등)을 이해하고
  • 정보를 변환하며(요약, 재작성, 데이터 추출)
  • 당신이 정해 둔 기준에 따라 일정 수준의 결정을 내리는 것

예전처럼 앱 사이를 직접 오가며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대신, AI를 이용해 앱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을 수 있습니다.

  • 노트 앱 → AI → 태스크 매니저
  • 이메일 인박스 → AI → 후속 작업 일정
  • 회의 녹화본 → AI → 액션 아이템 + 요약

이 모델에서 AI는 당신 일을 대신해 주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워크플로 안에서 지능형 비서처럼, 지루한 부분을 맡아서 처리해 줄 뿐입니다. 덕분에 각각의 도구들이 당신의 주의를 서로 뺏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작동하는 하나의 시스템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바로 가져다 쓸 수 있는 7가지 스몰 시스템 패턴

구체적인 패턴을 보면, 내 삶에서 스몰 시스템이 어디에 들어갈 수 있을지 훨씬 잘 보입니다. 여기 익숙한 상황 7가지를 들어, 작은 워크플로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정리했습니다.

1. "Inbox to Action" 패턴 (인박스에서 실행으로)

문제: 중요한 이메일이 계속 밀려 내려가 묻혀 버립니다. 이메일을 태스크로 바꾸는 과정이 전부 수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스몰 시스템:

  • 중요한 이메일에 별표를 하거나 라벨을 붙인다
  • 스크립트나 연동 도구가 이 이메일을 AI로 전달한다
  • AI가 다음 정보를 추출한다:
    • 해야 할 작업 설명
    • 마감일(있다면)
    • 관련된 맥락/사람들 정보
  • 이렇게 추출된 정보로 태스크 매니저에 자동으로 할 일이 생성된다

이제 “나중에 처리하자”였던 이메일이, 실제로 추적 가능한 구체적 행동으로 바뀝니다.


2. "Meeting to Momentum" 패턴 (회의에서 추진력으로)

문제: 회의에서 정한 액션 아이템이, 통화가 끝나는 순간 함께 사라져 버립니다.

스몰 시스템:

  • (적절한 동의를 얻어) 회의를 녹음한다
  • AI가 다음을 생성한다:
    • 회의 요약
    • 결정된 사항
    • 담당자와 대략적인 일정이 포함된 액션 아이템 목록
  • 당신은 한 번만 검토한 뒤, 프로젝트 관리 도구에 그대로 붙여넣는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회의록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무엇을 할지까지 뽑아 줍니다.


3. "Content Seed to Final Draft" 패턴 (콘텐츠 씨앗에서 완성 초안까지)

문제: 콘텐츠를 매번 처음부터 만들려니 느리고, 사실 비슷한 구조를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스몰 시스템:

  • 자주 쓰는 아웃라인이나 템플릿(블로그, 보고서, 뉴스레터 등)을 한 곳에 모아 둔다
  • AI 워크플로에 대략적인 불릿 포인트만 던져 넣는다
  • AI가 다음을 수행한다:
    • 지정한 템플릿 구조에 맞춰 초안을 확장해 작성한다
    • 미리 정해 둔 톤과 분량에 맞춰 조정한다

최종 편집은 여전히 당신 몫이지만, 더 이상 빈 페이지를 바라보며 시작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4. "Daily Briefing" 패턴 (하루 브리핑)

문제: 하루를 시작할 때 여러 도구를 전전하며,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하느라 정신이 산만해집니다.

스몰 시스템:

  • 다음 정보를 한 번에 모아온다:
    • 오늘의 캘린더 일정
    • 마감이 다가온 업무
    • 중요한 메시지(별표한 이메일, 우선순위 Slack 채널 등)
  • AI가 이를 한 페이지 분량으로 압축해 요약한다:
    • “오늘 하루를 5개의 핵심 포인트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제 하루를, 이리저리 앱을 옮겨 다니는 대신 명확한 전체 그림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5. "Notes to Knowledge" 패턴 (노트에서 지식으로)

문제: 메모는 열심히 하지만, 한 번 적고 나면 거의 다시 보지 않습니다.

스몰 시스템:

  • 노트에 간단한 태그를 붙인다(예: #insight, #idea, #research)
  • 매주 한 번 워크플로를 실행한다:
    • 그 주에 새로 생긴 태그된 노트를 모두 모으고
    • AI가 내용을 주제별로 묶어 분류한 뒤
    • “주간 지식 리캡(weekly knowledge recap)”을 생성한다

이제 당신의 노트는 더 이상 묻혀 있는 아카이브가 아니라, 살아 있는 지식 베이스가 됩니다.


6. "Recurring Task Refinement" 패턴 (반복 업무 다듬기)

문제: 정기적으로 하는 업무(보고, 점검, 업데이트 등)는 매번 형식이 들쭉날쭉하고, 은근히 시간이 많이 듭니다.

스몰 시스템:

  • “이게 이상적인 방식이다” 싶은 체크리스트를 한 번 정리해 둔다
  • AI를 활용해:
    • 매번 반복되는 문구나 형식을 자동으로 채우고
    • 기본적인 데이터 요약이나 초안 업데이트를 먼저 만들어 둔다
  • 당신은 판단이 필요한 부분만 직접 다듬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크리스트를 조금씩 개선하면, 시스템은 아무 말 없이 점점 더 똑똑해집니다.


7. "Context Switch Cushion" 패턴 (컨텍스트 전환 완충 장치)

문제: 프로젝트 사이를 오갈 때마다 집중력이 깨지고, 다시 몰입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듭니다.

스몰 시스템:

  • 어떤 작업을 멈추기 전에, “현재 상태 + 다음에 할 일”을 간단히 메모로 남긴다
  • AI가 이 메모를:
    • 다시 들어갈 때 볼 수 있는 짧은 재진입 요약으로 압축하고
    • 해당 태스크나 프로젝트와 함께 저장한다
  • 나중에 다시 시작할 때, 이 한 단락만 읽어도 바로 어디서부터 이어가야 할지 감이 온다

이렇게 당신의 하루 곳곳에 **완충 장치(cushion)**를 깔아 두면, 컨텍스트 전환이 훨씬 덜 고통스러워집니다.


애자일(Agile)처럼 생각하라: 각 워크플로는 작은 프로젝트다

각 스몰 시스템을 작은 애자일 프로젝트로 대하세요. 한 번 만든 뒤 영원히 유지해야 하는 거대한 구조물이 아닙니다.

1. 설계 (Design)

  • 아주 좁은 문제를 하나만 정의합니다: “회의 노트에서 액션 아이템만 뽑아 내기.”
  • 트리거를 정합니다: “이 폴더로 노트를 옮겼을 때 시작.”
  • 출력물을 정합니다: “태스크 매니저에 체크리스트 형태로 추가.”

2. 테스트 (Test)

  • 처음에는 수동으로 몇 번 실행해 본다
  • 진짜로 시간이 절약되는지, 결과물이 ‘충분히 괜찮은지’ 검증한다

3. 배포 (Deploy)

  • Zapier, Make, 각 앱의 내장 자동화 기능, 간단한 스크립트 중 편한 것을 골라 자동화한다
  • 처음에는 눈에 잘 띄는 곳에서 확인하며, 제대로 작동하는지 계속 점검한다

4. 런칭 (Launch)

  • 실제 업무에 1~2주 정도 써 본다
  • 이 시스템을 신뢰하기 전까지는, 다른 것까지 무리해서 자동화하지 않는다

5. 리뷰 & 개선 (Review & Improve)

  • 짧게라도 회고 시간을 잡는다: “어디가 귀찮았나? 어디서 실패했나?”
  • 프롬프트, 규칙, 라벨, 단계들을 조금씩 조정한다

이런 **반복적 개선(iterative refinement)**이 장기적으로 효율을 끌어올리는 진짜 엔진입니다. 몇 달에 한 번씩 전체 워크플로를 갈아엎는 대공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생각보다 더 작게 시작하라

야망이 큰 사람일수록, 처음부터 완벽한 end-to-end 시스템을 만들려다 금방 압도당합니다.

더 좋은 출발점은: 의도적으로 작지만 임팩트 큰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보세요.

“앱이 열리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

예를 들어:

  • 태스크 매니저를 열기 전에, 할 일은 어떤 경로로 그 안에 들어오는가?
  • 글쓰기 앱을 열기 전에, 아이디어는 어떻게 초안의 형태가 되는가?
  • 캘린더를 열기 전에, 회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일정이 잡히고 확정되는가?

이런 “앱이 열리기 전(before)” 순간 중 딱 하나를 골라, 그 주변에 아주 작은 시스템을 설계해 보세요.

예를 들어: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나는: 아젠다, 이전에 내렸던 결정, 그리고 열려 있는 과제 목록을 갖고 싶다."

그렇다면, 이 패킷을 회의 전날 자동으로 모아 주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겁니다.

스몰 시스템 하나를 제대로 완성하세요. 그다음 또 하나. 이렇게 생태계가 한 번에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라나게 두는 겁니다.


큰 목표를 작은, 독립된 워크플로로 쪼개기

“내 일 전체를 어떻게 시스템화할까?”라고 묻는 대신, 질문을 이렇게 바꿔 보세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복되는 하위 작업 3~7개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 “성공적인 클라이언트 프로젝트 운영”이라는 큰 목표를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이 쪼갤 수 있습니다.

  1. 인입 및 니즈 파악 (Intake & discovery)
  2. 제안서 작성 (Proposal drafting)
  3. 미팅 준비 (Meeting preparation)
  4. 진행 상황 보고 (Status reporting)
  5. 문서화 및 인계 (Documentation & handoff)

각 단계가 모두 하나의 스몰 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워크플로 하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서로 맞물리지만, 각자 독립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작은 워크플로 클러스터가 필요할 뿐입니다.

이런 모듈식 사고방식은 당신의 생산성 시스템을 더 탄탄하고 유연하게(resilient) 만들어 줍니다. 어느 한 부분이 마음에 안 들면, 전체를 허물지 않고도 그 조각만 고치거나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까요.


대청소식 개편보다, 작은 지속 개선이 이긴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산성을 ‘봄맞이 대청소’처럼 다룹니다. 몇 달 동안 어질러 둔 뒤, 주말 하루 잡아서 전부 정리해 보려는 식이죠.

스몰 시스템 접근법은 이걸 완전히 뒤집습니다.

  • 같은 일이 두 번 이상 거슬리면, 그 워크플로를 조금 수정한다
  • 반복된다고 느껴지면, 더 나은 템플릿을 하나 추가한다
  • AI 결과물을 늘 같은 방식으로 고치고 있다면, 프롬프트를 한 번 손본다

이렇게 하면 당신의 시스템은, 한 번 만들고 버려 두는 계획이 아니라 일 속에 녹아 있는 살아 있는 존재가 됩니다.

간단한 습관 하나만 들여도 좋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 보세요.

“이번 주에 내가 너무 여러 번 반복한 일은 무엇이었나?”
“다음번에는 그중 80% 정도를 작은 워크플로에 맡길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잡고, 가장 작은 버전으로 만들어 보고, 써 보면서 고치는 식으로 가면 됩니다.


모두 합쳐 보면

스몰 시스템의 목적은 완벽함이 아닙니다. **조용한 도움(silent assistance)**입니다. 당신이 일하는 동안, 옆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 주는 워크플로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플레이북을 정리해 보면:

  • 작게 생각하라. 한 번에 한 가지 작업, 한 가지 패턴, 한 가지 마찰만 해결한다
  • AI를 접착제처럼 써라. 각 도구 사이에서 해석하고, 변환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맡긴다
  • 패턴을 훔쳐라. 이메일→태스크, 회의→액션, 노트→지식 등 검증된 흐름부터 가져다 쓴다
  • 반복적으로 일하라. 설계 → 테스트 → 자동화 배포 → 실제 사용 → 개선의 사이클을 돈다
  • 앱이 열리기 전을 고쳐라. 도구를 열기 직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부터 정리한다
  • 모듈형으로 쌓아 올려라. 거대한 시스템 하나보다, 작은 시스템 여러 개가 훨씬 튼튼하다
  • 지속적으로 다듬어라. 매주 작은 개선을 더하면, 시간이 갈수록 엄청난 차이가 난다

당신의 목표는 ‘생산성 기계’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반복 업무를 충분히 내려놓고,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입니다.

스몰 시스템 하나부터 시작하세요. 없으면 답답할 정도로 잘 작동할 때까지 다듬어 보세요.

그다음, 다음 시스템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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